도움말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윤영철 교수
도움말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윤영철 교수

2월 2일은 간암의 날이다. 간암의 위험성과 간암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7년 대한간암학회가 제정했다. 1년에 ‘2’번, ‘2’가지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 간암을 초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자는 의미를 담았다. 2가지 검사는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혈액검사)다.

간암은 조기에 진단되면 간 절제, 간 이식 등을 통해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환자의 약 70%는 이미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간은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윤영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병이 진행돼 손댈 수 없이 악화한 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간암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에 B형이나 C형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거나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는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간암 사망률, 폐암 이어 전체 암 중 2번째 높아

건강한 간은 오른쪽 복부 위쪽에 위치하며 갈비뼈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무게는 1200~1500g으로 암적색의 길쭉한 삼각형 모양으로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다.

간은 ‘인체의 에너지관리센터’로 불릴 정도로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여러 가지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는가 하면,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유산 등을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또 간은 우리 몸에서 필요한 많은 양의 단백질, 효소, 비타민이 장에서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을 생성해 몸을 해독한다. 항체인 감마 글로불린을 만들어 혈액의 살균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것도 간의 역할이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에서 간암으로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는 1만5405명으로 전체 암 중 6번째로 많았다. 전체의 6.6%를 차지한다. 사망률은 더 심각하다. 암종별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간암이 20.7명으로 폐암 34.8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2.9:1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간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B형간염 바이러스(72%), C형간염 바이러스(12%), 알코올(9%)이다. 이외에 약물, 비만, 자가면역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2014년 대한간암학회 간암의 위험요인). 특히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 위험이 약 100배,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10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간염에 걸린 기간이 오래될수록 간암의 발생 위험 역시 증가한다. 특히 간경변증 유무는 간암 발생률에 큰 영향을 준다.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는 경우 간암 발생률은 약 1000배 이상 증가한다.

윤영철 교수는 “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은 B형간염 바이러스다. 이 외에 C형간염 바이러스와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간염, 심한 지방간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만성적인 간 손상이 발생하고, 염증반응과 동반된 면역반응이 반복돼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심한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상태가 돼 간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간암 완치 위해선 ‘간 이식’ 이 최고

5년 생존율 80% 이상으로 증가= 간암 증상은 초기엔 거의 없다가 서서히 나타난다. 증상이 뚜렷해졌을 땐 이미 진행된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염으로 간수치가 매우 높아져도, 간경변으로 진행해 간이 작아져도, 간암이 생겨 간에 크게 자리해도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간암의 크기가 커지고 임파선이나 혈관 등을 침범한 경우에는 복부 통증이나 불쾌감, 심한 피로감과 쇠약감, 간 기능 악화, 황달과 복수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간암의 진행 정도는 종양의 크기와 종양이 혈관을 침범했는지 여부,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환자의 간 기능과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검사해 치료에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암이 있는 간의 일부를 떼어 내는 간 절제술이나 환자의 간 전체를 들어내고 건강한 간을 이식하는 간 이식을 시행한다.

이외에 고주파 열치료, 에탄올 주입술 등의 치료법도 있다. 고주파 열치료는 초음파 등의 영상검사로 종양의 위치를 파악한 후 전류가 흐르는 바늘을 찔러 넣고 열을 가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경피적(피부에 바늘을 찔러 넣는) 에탄올 주입술은 전류 대신 에탄올을 넣어 치료하는 것이다. 간암의 크기가 3㎝ 이하일 경우 시행되는데 암의 크기가 작을 경우 간 절제에 비견할 정도로 치료성적이 좋다.

간암이 많이 진행돼 간 절제, 간 이식, 고주파 열치료 등을 적용할 수 없을 땐 간 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약물을 주입해 혈관을 막아버리는 경동맥 화학색전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시행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간암 치료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병든 간을 건강한 간으로 바꾸는 간 이식이다. 이유는 암 자체도 완전하게 제거할 수 있고 추후 간암이 발생할 수 있는 병든 간 전부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치료에 비해 5년 생존율 외에 10년, 20년 생존율 역시 압도적으로 높다.

간 이식의 종류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 뇌사자의 간을 통째로 옮겨 붙이는 ‘뇌사자 전 간 이식’ ▲둘째, 생체(살아 있는 사람) 공여자의 간을 일부 절제해 이식하는 ‘생체 부분 간 이식’이다. 뇌사자 기증이 활성화된다면 생체 부분 간 이식을 피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뇌사자 기증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부득이하게 생체 이식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생체 간 이식은 간 공여자의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여자는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건강한 간을 제공하는 간 공여자의 수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배에 구멍 몇 개만 뚫고 수술을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이 적용되고 있다.

윤영철 교수는 “우리나라는 간질환 환자에 대한 정기검진 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어 조금만 신경 쓰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며 “거의 대부분의 간암은 간질환 환자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간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정기검진을 열심히 받는다면 간암은 절대 무서운 병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뇌사 기증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국가적 시스템 보완을 통해 장기 기증이 활성화된다면 간암환자 또는 간질환 환자에게 간이식을 적극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좀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B·C형간염 예방 중요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정기 검사받아야=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의 예방이 중요하다. B형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아직 백신이 없는 C형간염은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 등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한다. 여럿이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절대 피한다. 또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예방을 위해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경우 절대 금주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만 40세 이상 간암발생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간암발생 고위험군은 간경변증, B형간염 바이러스 항원 양성,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 B형 또는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다. 검진비용은 무료 또는 10% 본인부담금이 있을 수 있다.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접속 후 검진대상을 조회하면 확인 가능하다. 2019년 기준 간암 검진 수검률은 73.5%다. 2014년 52.8% 대비 20.7%p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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