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가 심장 근육에 축적되어 심장기능을 떨어뜨리는 퇴행성 질환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Tranthyretin Amyloid Cardiomyopathy, 이하 ATTR-CM)'. 국내 유병률은 약 10만 명 중 0.5~3.5명인 것으로 알려진 희귀한 질환이다.

ATTR-CM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생존기간이 2~3.5년에 그칠 정도로 치명적임에도 단순 심부전으로 오인하거나, 별다른 치료제가 없어 치료 성적이 좋지 못한 질환으로 꼽혀왔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최근 ATTR-CM 치료 효과가 입증된 '빈다맥스(성분명 타파미디스)'의 등장에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

빈다맥스는 제3상 임상인 ATTR-ACT 연구를 통해 위약 대비 사망률 30% 감소, 심혈관 관련 입원 32% 감소 효과를 입증해 냈다. 또한, 연구 30개월 시점에서 환자의 기능적 운동능력을 측정하는 6분 보행검사 및 환자의 삶의 질 저하를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본지는 부천 세종병원 심장내과 홍석근 교수를 만나 ATTR-CM 치료의 중요성과 빈다맥스의 효과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부천 세종병원 심장내과 홍석근 교수
부천 세종병원 심장내과 홍석근 교수

Q: ATTR-CM은 이름부터 어렵고 낯설다. 어떤 질환인가?

A: ATTR-CM은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Transthyretin Amyloid Cardiomyopathy)이다. 심근병증 중에서도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심장 근육에 침범하고 축적돼 심장기능을 떨어트리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종의 심장 근육병이다.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은 단순히 단일 체재가 아닌 4개가 안정적으로 합쳐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DNA에서 다시 RNA로 전사(Transcription)되고 DNA에서 유전자 신호를 해독(Translation)해서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단백질이 잘못 접히면서(misfold) 제기능을 못하는 단백질이 되는 것이다. 잘못 접힌 단백질이 합쳐진 것이 아밀로이드이고, 아밀로이드가 여러 조직에 침착되어 고유 기능을 방해하게 되면서 신경조직, 심장, 신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생명의 위협을 주는 아밀로이드증을 일으킨다.

ATTR-CM은 트랜스티레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성(hereditary), 그리고 돌연변이는 없지만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정상형(wild-type)으로 구분된다. 현재까지 약 120 종류 이상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알려져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 유전 형태는 특정 지역의 풍토병 성격을 띄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점점 고령화 되면서 정상형(Wild-type)이 문제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전에는 희귀질환으로 의학계 내에서도 주목을 적게 받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고령에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형태의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지속되고 치료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여러 제약회사에서 약제 개발에 의욕을 갖고 있다.


Q: ATTR-CM의 심장 관련 증상을 단순 심부전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ATTR-CM은 대개 어떻게 진단하나?

A: ATTR-CM을 진단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조직 검사를 통해 심장 근육 조직에서 아밀로이드 침착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심근생검을 할 수 있는 병원 자체도 많지 않고 굉장히 복잡하다.

심부전은 좌심실 구혈률이 40% 미만이면 ‘구혈률 저하 심부전’, 40~50%면 ‘Mid-range 심부전’, 50% 이상인 경우에는 ‘구혈률 보존 심부전’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ATTR-CM이 구혈률 보존 심부전과 양상이 굉장히 유사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의심을 하고 보지 않으면 놓치는 경우가 많다. 구혈률 보존 심부전은 이뇨제를 쓰면 초기에 치료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나오는데, ATTR-CM은 효과가 미미하다. 이렇게 치료 반응을 보고 ‘아차’ 해서 되돌아보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심부전은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해 각 장기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다. 심장은 원래 몸의 각 장기들에 혈류를 통해 적절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심부전이 진행되면 처음에는 격한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만 혈액 공급이 부족하다가 점점 안정적인 상태에서도 공급이 부족해진다.


Q: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ATTR-CM 치료제 빈다맥스가 허가를 받았다. 빈다맥스의 임상 결과와 허가가 ATTR-CM 치료에 어떤 의미가 있나?

A: 심부전 연구에서 가장 유효하고, 실질적으로 인정받는 측면은 사망률과 입원율 감소인데, 빈다맥스의 3상 임상인 ATTR-ACT 연구에서 두 지표 모두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둘 중 하나에서만 결과를 보여주어도 의미가 있는 것인데, 두 지표 모두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ATTR-CM 발병 기전 가운데 어디를 타겟하느냐에 따라 치료제가 구분된다. 간에서 돌연변이 DNA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치료제가 있고, 돌연변이 DNA가 RNA로 가고, RNA가 단백질이 되는 과정에서 RNA가 단백질을 못 만들게 막아주는 치료제가 있는 식이다. 그 중에서 빈다맥스는 혈액 속에 섞여 있는 불안정한 TTR 단백질을 찾아서, 테트라머(Tetramer)라고 하는 결합을 안정하게 유지하게 만드는 치료제다. ATTR-CM에 대해 믿을 만한 데이터가 나온 것은 빈다맥스 하나뿐이다.

Q: ATTR-ACT 연구에서는 타파미디스 메글루민염 20mg 투여군과 80mg 투여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ATTR-CM 환자를 위해 타파미디스 메글루민염 80mg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재미있는 것이 80mg을 쓰면 합병증도 더 많아야 하는데 위약과 결과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일반 심부전도 5년 사망률이 50%인데 ATTR-CM 환자들의 생존기간 중간 값은 3.5년밖에 안 된다. 아밀로이드증은 고령 환자가 많으니 예후가 더 나쁜 것이다. 다른 치료제들(Diflunisal, Partisiran, doxycycline 등)을 보면 데이터가 믿을 만하지 않다. 타파미디스는 지금 치료 받아야 할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 환자가 있으면 처방하는 것이다.


Q: 한국에서는 무염 제제인 타파마디스 61mg으로 허가를 받았다. 타파미디스 메글루민염 80mg 대신 타파미디스 61mg 사용해도 문제가 없나?

A: 먼저, 최근 결과가 발표된 ATTR-ACT 연구의 연장연구에서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타파미디스 61mg로 약제를 변경 투여했고, 그 결과 타파미디스 메글루민염 80mg에서 타파미디스 61mg로 약제를 변경한 환자군에서 더 좋은 결과를 확인해, 타파미디스 61mg가 최적의 용량임을 확인했다. 또한, 타파미디스 메글루민염 80mg과 타파미디스 61mg은 생물학적동등성 평가 결과를 통해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미 확인되었다.


Q: 빈다맥스는 아직 급여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환자들이 사용하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희귀질환 치료제인 만큼 아무래도 급여 적정성 평가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A: 국내의 정책은 급여 적정성 평가에 대해 조금 보수적인 입장이다. 최근에는 국가적으로 코로나19로 비용 지출이 많아지며 쉬운 상황이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력과도 연관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벽을 규제기관과 정부의 헬스케어 관련 기관들이 허물어 가야 하지 않을까? 사회보험체계를 갖고 있는 국가의 역할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급여는 생명과도 직결돼 있기에 환자나 환자 가족들은 매우 절실하고 의사나 학회도 환자의 마음을 대변할 수밖에 없어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다.

국내에서 ATTR-CM이 아직 유병률에 대한 통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줄어들 질환이 아니라 늘어날 것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 초기에 진입했고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빈다맥스 급여 우리 미래를 대비할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ATTR-CM은 산정특례 대상이다. 이는 정부에서 최소한의 인지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빈다맥스의 급여를 희귀질환자를 위한 선처가 아닌 정책적인 고려로 보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급여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건 전형적으로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환자가 적절한 치료로 도움을 받지 못했을 때에는 측정할 수 없는 사회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심부전은 가족 한 명을 노동에서 이탈시키는 질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책의 일환이자 복지 혜택의 확대 이 2가지 측면으로 생각해야 한다. ATTR-CM의 의료 수요는 어차피 늘 수밖에 없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ATTR-CM 환자와 의료진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의료진들에게는 ‘반드시 의심하고 진료하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보다 ATTR-CM 환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므로 환자들에게 심부전에서 이런 카테고리의 질환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야 한다.

환자나 환자 가족분들에게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쉽진 않지만 간 이식도 방법이고 약제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물론 빈다맥스가 빨리 보험이 되면 좋겠지만, ‘내가 꼭 이게 보험이 되는 걸 보고 죽는다’하는 오기를 갖고 생의 의지를 다질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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