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임원택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임원택

공보의는 병역 의무를 대신해 보건의료 취약지역에서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를 말한다. 의사와 군인 사이에 끼인 신분이지만 그들의 실정을 들여다 볼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근무수당 제외, 과중한 근무시간 등 공보의의 열악한 업무 환경은 한두 해 지적되어 온 것이 아니다. 필자는 이 지면을 빌려 공보의의 어려운 실상 중 억울한 사정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공보의는 임기제공무원이다.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복무기간 동안 감독권자의 승낙 없이 영리업무를 하게 되면 징계를 받는데 대표적인 것이 ‘업무활동장려금 지급중지처분(이하 지급중지처분)’이다. 지급중지 처분을 받으면 복무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업무활동장려금을 받을 수 없다. 지급중지처분의 근거는 농어촌특별법과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이다. 그런데 지급중지처분은 위헌적인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그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먼저 지급중지처분의 근거가 되는 농어촌특별법 제11조 제2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농어촌특별법 제11조 제2항은 ‘불성실 근무자’에 대하여 수당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불성실 근무자’는 누구를 뜻하는 것인가. 법률 어디에도 ‘불성실 근무자’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다. 사전적 풀이에 따르면 ‘불성실’은 ‘정성스럽고 참되지 아니함’이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불확정적이고 추상적인 용어는 처분권자로 하여금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준다. 태도나 예의를 중시하는 상급자라면 악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또한 위 법률조항이 제한하는 수당의 종류와 범위(특히 그 상한이나 기간)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포괄위임금지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

다음으로 지급중지처분을 받으면 그동안 받았던 수당을 더 이상 받지 못하므로 사실상 ‘감봉’의 징계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공무원에 대한 감봉은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급중지처분은 징계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당사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절차상으로도 위법해 보인다.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 그 자체도 위법한 요소가 많다. 농어촌의료법 제11조 제2항 단서는 “불성실 근무자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당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하여, 위반행위의 동기·내용·횟수 및 위반 정도 등에 따라 처분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은 지급중지처분만 하도록 되고 있고, 감경처분은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이는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은 지급중지처분의 개시시점을 처분이 결정된 직후 가장 먼저 도래하는 달로 정하고 있다. 그 결과 비위사실이 적발되는 시점이나 행정청의 처분일에 따라 공보의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복무 초기에 적발된 자는 남은 기간 동안 장려금 지급이 중단되지만, 복무 내내 영리활동을 하다가 만료시점에 적발된 자는 남은 기간만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형평에 맞지 않는 것으로 자의적 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공보의들이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공보의협의회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차출된 공보의만 1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국가와 민간이 해결하지 못한 간극을 공보의들이 묵묵히 대신해 오고 있다. 열정과 희생만 강요하는 시대는 끝났다. 공보의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부터 올바르게 개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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