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심혈관 질환으로 인해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신체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발병하는 '심부전'. 국내 유병률은 14만 명에 이를 정도로 높고, 환자 2명 중 1명은 5년 이내에 사망에 이르는 위험한 질환이다.

심부전은 진행성 질환의 특성상 한번 발병하면 예후가 좋지 않고, 중기 이상으로 진행되면 환자의 입원 빈도가 높아진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환자의 입원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질환이 심부전 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될 정도.

그간 심부전 치료에는 ACE 억제제, 안지오텐신II수용체차단제, 베타차단제(β-blocker), 안지오텐신 수용체 네프릴리신 억제제, 이바브라딘(ivabradine) 등의 약제들이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치료를 받은 환자의 30~40%는 중증 단계로 병이 진행되면서 보다 강력한 약물치료요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

반갑게도 최근 제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SGLT2 억제제들이 심부전 환자의 사망 또는 입원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먼저 지난해 다파글리플로진은 임상 3상인 DAPA-HF 연구를 통해 심혈관 사망 또는 심부전 악화로 규정된 복합변수를 26%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차 복합 평가지표의 개별 구성요소 분석에서 첫 번째 심부전 악화 사건 경험의 위험을 30%, 심혈관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18% 감소시켰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에 있어서도 17%(100환자-년 당 7.9명 vs 9.5명)로 명목상 유의한 감소효과를 보였다.

지난 9월에는 또 다른 SGLT2 억제제인 엠파글리플로진이 당뇨병 동반 여부에 관계없이 심박출률이 감소된 성인 만성심부전 환자(HFrEF)에서 표준치료요법과의 병용 효과를 입증한 EMPEROR-Reduced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MPEROR-Reduced 임상 결과, 엠파글리플로진은 위약 대비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부전에 의한 입원까지 시간의 복합 상대적 위험을 25%,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과 반복적인 입원 위험은 30%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엠파글리플로진은 만성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신기능 지표인 사구체 여과율(eGFR)의 저하를 1.11ml/min/1.73㎡/year까지, 만성신장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환자에선 사구체 여과율(eGFR)의 저하를 2.41(1.49-3.32) ml/min/1.73㎡/year까지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두 약제가 잇따라 심부전에 치료 효과를 입증해 내면서 심부전 치료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한심부전학회 최동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을 만나 SGLT2 억제제의 심부전 치료 효과와 두 약제간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한심부전학회 최동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대한심부전학회 최동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Q: 심부전이란 어떤 질환이고, 어떻게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가.

A: 심부전은 모든 심장·심혈관 질환의 종착점이라고 볼수 있다. 심근경색, 고혈압성 심장병, 판막질환 등으로 심장 기능 자체가 떨어졌는데, 환자가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 심부전이 아닌 ‘심장 기능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심장 기능 이상의 정도가 살아가는 데 불편한 정도로 나타나 부종이나 피로감, 호흡곤란 등의 증상 및 징후가 나타난다면 이를 심부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질환이 비슷하지만 심부전 치료는 시작 단계부터 예방을 중시한다. 예방의 범위는 심부전의 선행질환이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모든 의료적 행위로 본다. 보통 1, 2, 3차로 예방을 구분하고, 심부전의 약물치료는 3차 예방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 1차 예방은 건강한 사람이 고혈압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단계 ▲ 2차 예방은 고혈압으로 인해 심장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고혈압 치료 단계 ▲ 3차 예방은 심장이 망가졌을 때 심부전 발생까지 가지 못하게 하는 단계다.

약물치료는 초기부터 말기까지 진행하며, 주로 초기와 중기에 시행된다. 치료제로는 ACE 억제제, 안지오텐신II수용체차단제(이하 ARB), 베타차단제(β-blocker), 최근에 나온 안지오텐신 수용체 네프릴리신 억제제(이하 ARNI)와 이바브라딘(ivabradine) 등이 있고, 최근에는 혈당 강하에 사용되던 당뇨병 치료제 SGLT2 억제제라는 약도 옵션으로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치료제들을 통해 단계적인 약물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치료제로만 봐서는 안되고, 이제는 심부전 치료제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심부전 치료의 새로운 옵션인 SGLT2 억제제와 베타차단제, ARNI,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저해제(이하 MRA)등을 주축으로 병합요법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약물치료에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기구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CRT(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 심장 재동기화 치료기)와 ICD(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 이식형/삽입형 제세동기)가 있다. CRT는 심장에 전극을 넣어 심장 전체를 규칙적으로 뛰게 만드는 장치다. 모든 환자가 CRT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중등도에서 중증의 심부전 환자 중 심전도 모양, QRS 폭 등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환자에 한해 기구 치료를 한다.

대게 약물치료 이후 60~70%는 호전되는데, 30~40%는 효과를 보지 못해 중증 심부전으로 진행된다. 현재 보고된 심부전의 5년 생존율이 50% 정도 되는데, 중증 심부전의 경우 1년 생존율이 50%다. 1년 생존율이 50% 정도 된다는 것은 암 중에서도 예후가 아주 나쁜 폐암, 췌장암 등과 유사한 수치다. 근래 치료 환경이 좋아진 갑상선암의 경우도 5년 생존율이 90%까지 올라간 것과 비교했을 때 중증 심부전의 1년 생존율이 50%라는 건 매우 예후가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치료 단계에서는 심장 이식과 심실 보조 장치(인공 심장과는 별개로, 심장에 펌프를 끼워 심장 기능을 보조하는 장치) 등이 있다. 심실 보조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 보통 3년 정도 생존한다고 본다. 심장 이식의 경우, 이식 가능 기증 장기 확보가 어렵고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런 치료들은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의 유무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Q: 심부전 치료에서 현재 충족되지 않는 수요(unmet needs)는 무엇인가.

A: 심부전은 약물치료를 해도 악화를 보이는 환자가 30% 정도 되는데, 이러한 환자들의 악화를 약물치료 단계에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현재 많은 심부전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혈당강하제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영역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고, 또 베리시구아트 (vericiguat, soluble guanylate cyclase stimulator), 심근 수축력을 증가시키는 오마캄티브 메카빌(omecamtiv mecarbil) 등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다만 신약을 개발해서 효과를 증명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모든 신약개발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 효과를 보인 치료제로는 ARNI와 SGLT2 억제제가 있다. 이외에는 우수한 효과를 입증한 약제가 잘 나오고 있지 않다.

또 다른 미충족수요는 성능이 좋고, 작고 가벼운 심실 보조 장치가 개발되었음 하는 부분이다. 현재 심실 보조 장치도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작고 가벼워졌지만, 아직까지는 무게감이 있어 심장에 달고 생활하기가 불편한 점이 있다. 혈전 발생, 감염 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 장치 개발도 필요한데, 이는 현재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식 수술 부분에서는 늘 그렇듯, 기증 장기가 적다는 문제가 있으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식 이후에는 이식 장기가 신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항면역제제들이 잘 나오고 있어서 큰 문제점은 없다.

심부전이라는 질환 자체가 약물이나 기구 등 치료 방법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도 중요하다. 주변에 심장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심부전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에게 심부전 자체에 대한 인식이 적다 보니, 질환 예방적 차원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심부전을 담당하지 않는 의료진들에게는 물론, 심장·심혈관 분야를 담당하는 의료진 중에도 심부전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정부와 정책 당국에서도 심부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암이라는 분야는 상대적으로 몇십 년 전부터 정책적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아왔지만, 심부전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부각되고 있는 편이다.

심부전이 최근에 부각되는 이유는 심부전 유병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심부전 유병률이 10년 단위로 2배 이상씩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통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심부전 유병률이 1.2~1.3%에 그쳤는데, 지금은 2.5%에 육박한다. 전인구의 2.5%라고 하면 꽤 많은 수치인데, 대부분의 유병 환자들이 심부전이라는 진행성 질환의 특성상 한번 발병하면 예후가 좋지 않다. 심부전이 중기 이상으로 진행되면 환자의 입원 빈도가 높아진다. 입원을 자주 하게 되고, 약값도 비싸기 때문에 보건 경제학적으로 비용 부담이 높은 병이다.

유병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사회가 점차 고령화된다는 점이다. 또 과거에 비해 심부전의 선행질환에 대해 치료가 잘되고 있다는 점도 있다. 과거에는 선행질환으로 인해 환자들이 심부전에 이르기 전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심근경색의 경우 발병시 사망률이 30~40%였는데, 지금은 5%도 안된다. 그만큼 선행질환이 있어도 사망하는 환자의 수가 줄다보니, 심부전으로 진행되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유병률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현재 고령화로 인해 연령이 70~75세 이상이면 10명 중 1명이 심부전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결론적으로 심부전은 비용 부담이 높고, 유병률은 점차 늘고 있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관심과 다양한 정책적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Q: 당뇨병 치료에 쓰이던 SGLT2 억제제가 어떤 작용으로 인해 심부전에 효과를 나타내는 것인가.

A: 신장은 소변으로 나가는 포도당을 다시 끌어들이는 또는 재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수용체가 SGLT2이고 주로 근위세뇨관(proximal tubule)에 존재한다. 이 SGLT2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이 SGLT2 억제제다. SGLT2 수용체를 억제하면 신장에서 당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소변으로 그대로 배출되게 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근위세뇨관을 통해 많은 양의 당이 재흡수되는데 이때 재흡수를 막아버려서 소변으로 당을 배출,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것이 SGLT2 억제제의 본 역할이다.

앞서 2008년 FDA에서는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가 개발되면 심혈관계 안전성을 확인해야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10여년 전쯤 ‘로시글리타존’이라는 약제가 심혈관계 부작용으로 퇴출됐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SGLT2 억제제가 심혈관계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떠나 더 좋은 혜택를 보였다는 것이다. 여러 심장 질환 중에서도 주로 심부전을 호전시키는 결과를 보였으며, 이후에는 심부전 환자의 치료를 목표로 연구가 진행됐다. SGLT2 억제제의 기전 자체는 신장에서 당을 끌어들이는 것을 억제하는 것인데, 이외에도 혈압을 감소시키거나, 심장·심혈관에서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기전을 통해 심장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였다.


Q: 심부전 환자도 신장 기능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인가.

A: 심장이 나빠지면, 신장도 함께 나빠지는 게 대부분이다. 신장이라는 장기가 혈액을 받아서 움직이는 장기이기 때문에 혈액을 공급하는 양이 부족해지면 제일 먼저 영향을 받게 된다. 심장 기능이 악회됐을 때 유사하게 뇌도 큰 영향을 받기는 하나, 뇌는 자기조절(auto regulation)이 가능한 장기이기 때문에, 나름 비상 대책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신장은 자기조절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장기이다. 심신증후군(Cardio-renal syndrome)이라는 질환 명칭이 있을 정도로, 심장과 신장은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반대로 신장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도 심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심신증후군(Cardio-renal syndrome)이 발생하면 심장과 신장이 상호 악화작용을 하게 된다. SGLT2 억제제가 심장과 신장을 같이 보호한다는 점은 이런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Q: 개인적으로 엠파글리플로진을 처음 접했을 때 신장 기능 보호에 강점이 있는 치료제라는 인식을 받았다. 아직 연구가 부족하긴 하나, 향후 엠파글리플로진이 심부전 영역에서도 신장 기능 보호 효과를 입증해 낸다면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A: 당연하다. 심부전 치료제 초기 시절, 심부전 진행을 막고, 심장 기능을 되돌릴 수 있다면서 나온 약제가 ACE 억제제다. ACE 억제제도 신장 기능 보호 효과가 있다. 지금의 SGLT2 억제제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약 20년 전쯤, ACE 억제제가 처음 나왔을 때 개인적으로 아스피린, ACE 억제제, 스타틴을 복합한 치료제를 팔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상용화 된 것으로 알고있다.

지금 SGLT2 억제제가 비슷하게 신장 기능 보호 효과도 보이고 있기 때문에 ACE 억제제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신장이 나쁜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많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에 신장 기능 보호 효과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Q: 심부전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엠파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의 3상 연구 결과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또 해당 연구들이 별도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도 진행 중인지도 궁금하다.

A: EMPEROR 연구는 두 가지 연구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심박출률이 감소된 심부전(HFrEF)을 대상으로 한 EMPEROR-Reduced 연구, 다른 하나는 심박출률이 보존된 심부전(HFpEF)를 대상으로 한 EMPEROR-Preserved 연구다. 올해 발표된 연구가 EMPEROR-Reduced 연구고, 심박출률 보존된 심부전을 대상으로 한 EMPEROR-Preserved 연구는 아마 내년쯤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전에는 다파글리플로진(dapagliflozin)의 DAPA-HF 연구가 발표됐다. 두 연구 모두 유사하게 심부전 환자의 예후를 유의하게 개선한 결과를 보였다. NEJM에 실릴 정도로 신뢰 정도가 높은 연구 결과였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내용적으로 엠파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의 연구 결과가 조금 다르지만, 유사한 점이 많고, 두 연구를 묶어서 같이 메타 분석을 해봤을 때 효과가 더 강화되는 것으로 나온다. 두 연구에서 중요한 점은 신장 보호 기능이 있다는 것도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는 점이다.

두 연구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EMPEROR 연구는 기존의 연구에 비해 아시아 환자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20% 정도이다. 원래 그전 연구들에서는 백인 (Caucasian) 인종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이라,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효과가 의문인 연구도 간혹 있었는데 엠파글리플로진의 EMPEROR 연구는 아시아 환자를 많은 수 연구에 포함시켜 아시아인 대상 효과를 잘 보여줬다.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위 분석하는 것은 연구자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현재 계획 중에 있다.


Q: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은 모두 심부전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데이터 자체에는 차이를 보였다. 두 임상 연구의 결과값이 차이를 보인 이유가 궁금하다. 특히 당뇨병 영역에서는 엠파글리플로진이 심혈관계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 경향이 있었는데, 심부전 영역에서는 다파글리플로진이 더 좋은 데이터가 나왔다. 그 이유는 무엇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A: DAPA-HF 연구와 EMPEROR-Reduced 연구 결과에서 차이나는 부분은 사망률을 떨어뜨렸냐 아니냐의 차이다. 치료제의 연구에 있어서 사망률 감소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임상 디자인에 있어서 1차 연구 목표를 무엇으로 잡았는가도 중요하다. 연구 설계 단계에서 사망률만 놓고 봤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데, EMPEROR-Reduced 연구는 사망률과 더불어 입원률을 함께 봤기 때문에 두 연구에는 연구 디자인 자체에서 차이가 난다. 또 임상에 참여한 환자 특성에도 차이가 있고, 환자들이 쓴 약제들도 차이가 있다.

임상 연구 조건 자체가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결과는 당연히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 것에 대해 평가 비중을 얼만큼 둘거냐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1차 연구 목표를 달성했고, 사망률과 입원률을 같이 낮추는 것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을 대립적으로 보는 것 보다는 두 약제를 함께 묶어서 봐야 하고, SGLT2 억제제가 심부전에 효과가 있다는 메시지는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개정될 심부전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두 연구결과가 종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치료제의 선행 연구인 EMPA-REG OUTCOME 연구, DECLARE-TIMI 58 연구 두 연구 모두 임상에 참여한 환자 특성이 다르다. 거기서는 심부전 환자군을 모집한 게 아니라 위험군을 모집했다. 환자 특성뿐만 아니라, 임상 디자인에도 차이가 있다. 두 연구만 놓고 봤을 때 EMPA-REG OUTCOME 연구가 결과적으로 우위를 보인다 하더라도, 또 연구를 다시 했을 경우에는 결과가 바뀔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명확한 개인적 소견을 드리기 어렵다.

단순히 연구 결과만 놓고 ‘어느 약이 더 좋은 약이다’라고 접근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연구의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한 치료제들은 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중에서 어떤 약제를 사용할까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선택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한다.


Q: 임상 디자인의 차이로 인해 결과값이 달라진 것이라면 심박출률이 더 낮은 환자들이 시작 단계부터 더 많이 참여한 엠파글리플로진이 다파글리플로진 보다 조금 더 효과가 앞선다고 보여질 수 있을 것 같다.

A: 당연히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변수를 많이 충족한다는 것은 치료제의 효과가 극명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 또는 대조군과 결과에 차이가 나지 않는 다는 것은 치료제 자체가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험군 환자가 환자 인구에 많더라도, 더 좋은 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가 많았다면 결과적으로 차이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대로 임상 디자인이나 환자 특성에 따라 연구 결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연구를 결과만 놓고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Q: 그렇다면 SGLT2 억제제의 심부전 효과가 각 약제에 대한 효과가 아닌 계열 효과(class effect)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A: 그렇지 않다. 두 약제 말고도 다른 SGLT2 억제제도 있지만, 증거(evidence)가 있는 약제만 따로 보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치료제 계열 전반의 공통된 효과를 인정할 때 우리는 그걸 계열 효과(class effect)라고 한다. 심부전에서 계열 효과를 인정할 만한 치료제는 ACE 억제제 밖에 없다. 왜냐하면 계열 효과라는 건 계열 내 치료제가 10~20개 정도되고, 관련한 대규모 RCT 연구가 10개 이상 나왔을 때 그 연구에서 효과들이 입증되면 이를 계열 효과로 인정할 수 있다. 즉 50% 정도의 연구에서 효과가 확실하다면 나머지 치료제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라는 접근이 가능하다.

단 SGLT2 억제제의 경우 현재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4개다. 4개 중 2개가 효과를 확인했다고 해서 나머지 2개의 치료제에도 계열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 SGLT 수용체도 서브 타입(sub-type)이 여러 종류가 있어서 약제별로 수용체의 선택도 (selectivity)가 다르다. 이 비율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계열 전체를 아우르는 계열 효과로 보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치료제만 따로 묶어서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Q: SGLT2 억제제들이 심박출률이 보존된 심부전(HFpEF) 환자를 대상으로도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많은 약물들이 심박출률이 보존된 심부전(HFpEF) 영역에서 실패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SGLT2 억제제가 심박출률이 보존된 심부전(HFpEF) 영역에서 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A: 저는 현재 EMPEROR-Preserved 임상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지만, 현재는 그 결과에 대해 반반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심박출률이 보존된 심부전(HFpEF)는 심박출률이 감소된 심부전(HFrEF)와는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 HFrEF는 굉장히 동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 HFpEF는 상당히 이질적인 병들을 합쳐놓은 개념이다. 임상 연구에 어떤 HFpEF 환자를 모집했느냐에 따라 결과에 많은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치료제 자체의 효과도 중요하지만, 모집 환자도 그만큼 중요하다.

심지어 학계 일각에서는 HFpEF를 다시 분류하자는 의견도 있을 정도다. 심박출률이란 단순히 심장의 뛰는 모양이나 정도만을 가지고 분류했는데, HFpEF는 사실 더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그래서 그 정도와 양상에 대해 깊게 고려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때문에 HFpEF를 통틀어서 한 가지 치료 방식을 고수해서는 안된다. 이런 관점에서 HFpEF 연구가 잘 나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Q: 심부전 영역에서 본다면 SGLT2 억제제라는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한 셈이다. SGLT2 억제제의 등장으로 인해 향후 심부전 치료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궁금하다.

A: 심박출률이 보존된 심부전(HFpEF)는 현재 가이드라인과 치료제가 마땅히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심박출률이 감소된 심부전(HFrEF)를 기준으로 보면, 가이드라인 상에서 ACE 억제제, ARB, 베타차단제를 처음으로 사용하고, 이후 MRA라는 치료제를 쓰도록 권고한다. 그래도 효과가 부족하면 ARNI나 이바브라딘(ivabradine) 같은 치료제를 추가하던지, CRT 같은 장치를 사용하라는 것이 가이드라인 단계별 권고사항이다.

조만간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ACE 억제제와 ARB는 ARNI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으로 ACE 억제제와 ARB는 가이드라인에 언급 또는 권고가 안될 가능성이 높고, 권고가 된다하더라도 ARNI를 쓸 수 없는 경우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약값이 비싸지 않다면 개인적으로 처음 단계부터 ARNI를 쓰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1차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베타차단제 정도밖에 없다.

단계별로 권고하는 이유는 치료제가 연구된 순서 때문이다. 단계별로 권고하게 된 이유는 개발되고 입증된 순서에 따름이지, 약효와는 별개다. 예를 들어 ARNI가 제일 먼저 나왔다고 하면 그걸 먼저 썼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ARNI 또는 ARNI + ACE 억제제를 묶어서 갈 수도 있다. 베타차단제 또는 이바브라딘, 그리고 MRA, SGLT2 억제제 총 4개로 치료제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 4가지 치료제를 가지고, 환자의 혈압·맥박수 등 여러 가지 증상이나 상태에 따라 ARNI를 먼저 사용하거나 베타차단제를 먼저 사용하거나 상황병 선택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혹은 초기 단계에서 병합요법이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며 비용적으로도 문제가 안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허가사항과 가이드라인 권고사항에만 맞는다고 하면 치료 옵션을 한번에 다 사용하는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면 한번에 사용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번에 다 사용하면 혈압이 급작스레 떨어질 수도 있는데, 저용량으로 시작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Q: 아직 국내에서는 SGLT2 억제제들이 심부전 적응증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허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들이 심부전 영역에서 기존 치료제들에 비해 어떠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A: 당뇨병 치료제로 시작했지만 심부전 치료에도 확실한 효과를 증명한 것으로 보여지고, 이 치료제는 부작용도 거의 없다. 또 하나 강점으로는 혈관 확장 작용과 이뇨 작용이 있다. 특히 이뇨 작용에 있어서 일반 이뇨제와는 다르게 혈관 내 수분과 혈관 외 체액간 균형을 잘 맞추는 치료제다.

이뇨제는 혈관 내 수분을 빼기 때문에 보통 혈관 내외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런 부분이 신장의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엠파글리플로진은 그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치료제다. 그래서 신장 기능 보호 효과가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여러 장점이 있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Q: 끝으로 심부전 환자들과 의료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동료 의료진과 환자, 환자 가족분들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결국 심부전이라는 병을 잘 인식하자는 메시지다. 의료진은 질환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고 인지해야 환자들의 상황에 맞게 정확한 진료를 하고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분들도, 환자 가족분들도 본인과 가족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어야 예방적 차원에서 또는 치료 과정에서 악화를 막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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