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영남대학교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최정은 영남대학교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유방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 절제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요법 시행 및 관리를 통해 완치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신 전이가 동반된 ‘4기’ 유방암은 완치가 어렵고 생존율도 초기 유방암 환자의 3분의 1수준으로 예후가 좋지 않다 . 따라서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는 완치보다는 ‘생존기간 연장 및 환자 삶의 질 유지’를 위해 암의 진행을 억제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그래도 희망적인 점은 치료기술 및 치료제의 발전으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 생존율도 향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유방암 등록 사업 데이터를 이용한 국내 연구 분석에 따르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3년 생존률이 2000년대 초반에는 50.5% 였으나, 2010년대에는 70.1% 로 증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기 유방암 대비 치료의 선택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근래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덕분이다. 인간상피세포증식인자 수용체2(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사용되는 표적치료제의 발전과 여성 호르몬 수용체(ER)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CDK4/6 억제제의 적용이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삼중 음성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최신 치료제인 항PD-L1 면역항암제로 생존률의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제한적인 적용기준으로 인해 현재 대다수의 환자들이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 (NCCN) 가이드라인 및 한국유방암학회 진료권고안 등에서는 전이성 유방암의 항암 치료 시 빠른 종양 축소가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러 약제를 동시에 투여하는 병용항암화학요법 (이하 병용요법) 보다는 단일항암화학요법 (이하 단일요법)의 순차적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병용요법이 단일요법 대비 독성이 심하게 나타나지만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단일요법을 순차적으로 사용할 경우 병용요법 대비 오히려 무진행 생존기간을 늘리고 독성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근거 때문이다

항암 단일요법은 ‘생존기간 연장과 환자 삶의 질 개선’이라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목표에 부합하는 치료방법이다. 여러 가지 약제를 투여하는 병용요법과 달리, 치료 편의성과 낮은 독성 위험으로 환자 삶의 질 유지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전이성 유방암의 대표적 단일요법 치료제로 에리불린을 들 수 있는데 단일요법 치료제임에도 생존기간 연장의 효과를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짧은 투약시간으로 환자들이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여 환자의 일상생활 유지에 도움을 주는 치료제 중 하나다. 필자가 진료한 환자 중 간 전이가 있었던 한 HER2 음성 유방암 환자는 에리불린 단일요법을 통해 12개월 동안 꾸준한 간전이 병변의 감소를 보였고, 큰 부작용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어 환자의 만족도가 높았다.

최근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온라인 학술대회에서는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의 병용 요법, 내분비요법과 표적치료제의 병용요법 등 다양한 전이성 유방암 치료법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환자와 의료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과거 모든 전이성 유방암에 동일한 치료법을 적용했다면 최근에는 호르몬 수용체 및 HER2 발현 여부 등에 따른 유방암의 종류와 환자의 특성에 따라 약제를 선택하게 된다. 4기 혹은 말기라고 일컬어지는 ‘전이성 유방암’도 오랜 기간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치료제들이 좋은 임상결과를 축적해 오고 있고 새로운 치료법들도 계속 연구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치료 희망을 잃지 말라 말하고 싶다. 지금도 단일요법과 같이 환자 삶의 질 유지에 긍정적인 치료법을 통해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생활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제들이 많이 확보되어 환자들이 일상생활과 치료를 더욱 잘 병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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