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 다학제 치료는 선택 아닌 필수"

분당차병원 췌담도분과 다학제팀 공동 인터뷰 김태완 기자l승인2020.08.11 00: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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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생존율이 10%에 그치는가 하면, 진단 후 수술이 가능한 환자 비율은 전체의 30%에 불과한 악성 종양 '담도암'. 수술을 하더라도 60% 이상의 환자에게 재발이 발생하는데다가, 타 암 종과 달리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도 없어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졌다. 

담도암의 치료 성적을 향상 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의료계는 다학제 진료를 꼽는다. 수술적 절제술의 가능성은 높이면서 재발율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다학제 진료를 위해서는 소화기내과와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외과, 종양내과 등 담도암 진료 및 치료에 관련된 모든 분과 의료진들이 한 명의 환자를 위해 모여야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성 저하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또한 일반 진료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시간이 소요됨에도 수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담도암 치료에 다학제 진료를 도입하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담도암 다학제 진료를 적극 활용하는 의료기관이 있어 담도암 환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임에도 불구, 5년전부터 췌담도 분야에 다학제를 시행해오고 있는 '분당차병원'이다.

다학제 진료가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재발율이 낮아짐과 동시에,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 중 일부는 완치를 목표로 하는 수술적 치료를 받는 케이스도 증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같은 소식이 환자들 사이에 전해지면서 지난해 약 200건 가량이었던 담도암 다학제 진료 건수가 올해 반년만에 300건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에 본지는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고광현 교수, 간담췌외과 최성훈 교수,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를 만나 담도암 다학제의 효용성과 분당차병원 췌담도 다학제팀의 의미 및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 참석자 >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고광현 교수(이하 고)
분당차병원 간담췌외과 최성훈 교수(이하 최)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이하 전)

▲ 좌측부터 분당차병원 간담췌외과 최성훈 교수, 소화기내과 고광현 교수,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Q: 담도암이란 어떤 질병인가?

고: 국내 담도암 발병률은 전체 암 중에서 9위로 나이가 들면서 발병이 증가하는 암 중 하나다. 담도암은 발견하더라도 치료가 어렵고, 수술할 수 있는 환자도 20~30%에 불과해 완치율이 10%가 안될 정도로 예후가 나쁜 암 이다.

최: 췌장암은 치료가 정형화 되어 있지만 담도암은 정형화 되어 있는 표준 치료 지침이 없다. 구조가 복잡할 뿐더러 발병하는 위치도 다양하다. 종양의 발병 위치와 진행 방향은 수술 치료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담도암은 이러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치료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암이다. 게다가 표준 치료 지침이 없어 수술적인 관점에서는 가장 어려운 암 중 하나다. 담도암의 기본치료는 수술인데, 이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전: 담도암은 1년에 7~8천명 가량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발병 위치는 간내와 간외, 담낭암 이렇게 나뉘며, 간외 담도암은 다시 종양의 위치에 따라 간쪽에 가까운 간문부 담도암과 췌장쪽에 가까운 원위부 담도암으로 나뉠 수 있다. 담도암은 흠하지 않은 암이면서도 담도의 다양한 위치의 암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수술적 접근에 있어서도 아직까지 정형화 되거나 획일화된 수술법을 적용하지 못하는 암이다. 종양내과의 입장에서는 항암치료 반응이 좋지 않은 암이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치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다.

Q: 담도암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최: 담도암은 수술만이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현재까지도 담도암은 수술 가능성 여부가 정해진 후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수술을 우선하는 것이 표준 치료다. 수술이 불가능하면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다만 무리해서 수술하는 경우에는 재발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수술도 목표를 세우고 하느냐 목표 없이 하느냐에 차이가 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수술이라는 목표를 바라보는 것과 단순히 생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치료를 지속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 담도암 치료는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수술이 가능한 환자와 불가능한 환자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일명 그레이존(수술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애매한 상황에 놓인 케이스)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레이존에 해당되는 환자들은 여러 과의 입장을 조합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그레이존에 해당되는 환자들이 항암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일 경우 수술이 가능해지고 완치를 노려볼 수 있다.

Q: 최근 담도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에는 다학제와 협진간의 차이점이 불분명한 경우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다학제 진료와 협진의 차이는 어떻게 구분지어야 하는가.

고: 의료진 중에서도 다학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협진은 소화기내과에서 환자가 진단을 받은 후에 내시경이나 스텐트로 치료를 하고, 수술이 가능하다면 외과, 수술이 불가능해 약물 치료를 받게 되면 종양내과,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면 방사선과에서 환자가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처음 환자를 진단한 의사가 환자의 진단과 치료 방법까지 모두 결정하는 것이 협진이다. 하지만 다학제는 앞서 이야기한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학과 영상의학과 외과 등 관련 분과가 모두 모여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환자가 했던 검사를 모든 분과에서 다 같이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치료의 방향을 판단 하는 것이다. 환자의 연령이나 몸 상태, 질병의 진행 정도 등을 전부 고려하여 어떤 치료 방식을 선택할지 정하는 것이 다학제 진료다. 쉽게 설명하자면 환자가 의사들을 직접 찾아 다니며 치료를 받으면 협진, 환자 한 명을 두고 의료진들이 한번에 모여서 치료를 결정하면 다학제라고 이해하면 된다.

최: 환자가 의료진을 찾아 다니며 치료를 받는 것과 의료진이 모여 치료를 정하는 것의 차이는 빠른 진단과 최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 분과에서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로 하는 정보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다학제는 여러 의료진이 논의를 통해 각 분과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하여 최적의 진단과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 한 명의 의사가 결정을 내릴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들을 최소화하여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 다학제의 큰 장점이다.

전: 협진은 릴레이와 같다. 환자를 다른 의사에게 토스하기 때문에 우리 환자라는 느낌이 약하다. 다학제는 처음부터 팀원 모두가 한 환자의 치료계획을 함께 세우고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각 단계 별로 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전문 분과의 의료진이 투입되어 계획을 하나씩 완수해 가기 때문에 팀 단위로 환자를 케어하며, 우리 환자라는 느낌을 강하게 가질 수 밖에 없다. 개인이 따로 치료를 이어가다 보면 이상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확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다학제는 멤버 서로가 치료 경과에 대해 함께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는 환자에게 최고의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Q: 담도암에서 다학제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 해외의 연구 자료를 보면 담도암에서 잘못된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15%정도로 나와 있다. 예를 들어 담도암이 간에 전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놓치게 되는 거다. 이는 판독의사가 잘못일 수도, 소화기내과의 잘못일 수도 있다. 반대로 여러명의 의사들이 환자를 보게 되면 이러한 잘못된 진단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 치료를 혼자 결정하게 되면 분과의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다학제는 각 분과가 함께 의논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편견없이 치료할 수 있다.

▲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고광현 교수

최: 담도암은 진단 뿐 아니라 병의 진행 정도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첫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환자라도, 다학제 진료를 통해 살펴보면 수술 후 나쁜 예후를 보일 만한 팩터들을 가지고 있는 케이스들이 종종 발생한다. 외과에서 기술적으로 수술은 가능하겠지만, 임파선 전이나 암 수치가 높으면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예후가 좋지 않다. 이러한 환자는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이후에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더 좋은 치료 결과를 볼 수 있다.

전: 담도암은 종양의 위치나 모양에 따라 접근하는 치료 방식이 달라진다. 결국 이러한 다양성을 최대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의학이라는 것이 가능하면 병을 범주화하고 일반화해서 보편적 접근법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부심을 가지려는 속성이 있다. 담도암과 같이 다양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경우는 보편적 치료에 억지로 환자의 상태를 맞추기 보다는, 각 환자 별로 최고의 치료결과를 실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분과마다 환자를 치료하고자 하는 의견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최고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 어떤 암보다도 담도암은 다학제가 필요한 암이다.

최: 외과에서도 담도암을 가장 어려워한다. 그 이유가 다양성으로 인해 접근이 가장 어려운 암이기 때문이다. 담도암은 다학제가 정말 중요한 암이라고 생각한다.

Q: 다학제는 일반적인 진료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수익이 줄어들게 되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수가가 사실상 미미하기 때문에 일부 의료기관들을 제외하고는 선호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분당차병원에서는 다학제 진료 횟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다수가 기피하는 다학제 진료를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고: 사실 우리나라 의료 자체가 의료진의 희생을 강요하는 부분이 있다. 다학제는 더 심하다. 9명의 의료진이 30분 이상 다학제 진료를 보더라도 총 수가는 15만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 다학제 진료를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를 위한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직업정신 때문이다. 다학제 진료가 일반 진료에 비해 힘들더라도 환자를 치료하고 난 이후에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일례로 얼마 전 항암치료 후 수술한 환자에서 완전 관해 판정이 나왔고, 다학제 팀 모두가 굉장히 기뻐했다.

최: 환자 입장에서는 다학제 진료가 당연한 권리고 이상적인 진료 형태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모든 환자들은 다학제 진료를 받고 싶어한다. 심지어는 다학제 진료를 받고 싶다고 찾아오는 환자들도 있다. 치료 결과에서도 기존의 전통적인 진료 방법에 비해 다학제 진료로 인한 치료 성적이 월등이 좋다는 데이터들이 발표되고 있다. 다른 문제들을 제쳐두고라도 환자의 치료 성적이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는 다학제를 멈출 수 없다.

전: 우리팀이 지난달에만 50~60건의 췌담도암 다학제 진료를 했다. 지난해에 총 200건의 다학제 진료를 했는데, 최근에는 담도암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더 많은 환자들이 다학제 진료를 위해 내원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 간다면 올해 총 500~600건의 다학제 진료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치료로는 완치의 기회가 없었을 환자들이 우리 다학제 진료로 완치를 시도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환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의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다학제 진료가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치료 경과가 좋은 환자들을 통해 우리가 받게 되는 에너지도 많기 때문에 다학제 진료를 계속 이어나갈 수 밖에 없다. 다학제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들도 있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진료를 잘 할 수 있는 팀은 우리 밖에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Q: 분당차병원에서 다학제 진료를 통해 괄목할만한 치료 성과를 얻은 케이스가 있는지 궁금하다.

최: 좋은 치료 결과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다학제 초기에 성공적으로 치료를 한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50대 초반의 젊은 환자였는데, 타 병원에서 담도암으로 수술을 하던 중에 절제면에서 암세포가 나와 추가적인 간절제까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애초에 수술 계획 자체가 잘못된 케이스다. 결국 이 환자는 수술을 중단했고,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음에도 실패했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 채 3개월을 지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분당차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그 사이 질병은 더 진행되어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줄인다면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위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행했다. 총 3번의 다학제 진료를 통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한 이후 수술을 시행했다. 이미 수술에 실패한 환자였던 만큼 12시간이 넘는 큰 수술이 진행됐고, 그 결과 수술 후에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다. 이 환자는 현재 항암치료 없이 5년째 완치 상태로 지내고 있다. 외과의 입장에서 이 환자의 치료를 혼자 판단했다면 적절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시기를 놓쳤을 수 있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적절한 치료 방식을 선택하여,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던 케이스였고 다학제의 힘을 느끼게 해준 환자였다.

▲ 분당차병원 간담췌외과 최성훈 교수

전: 환자 중에는 선행항암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일 경우 수술을 통해 완치 영역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그레이존의 환자들이 있다. 분당차병원의 췌담도암 다학제에서 먼저 활성화된 것은 췌장암 분야에서다. 췌장암은 경계 절제성 췌장암과 국소 진행성 췌장암과 같은 범주가 담도암보다 명확한데, 이들 환자들은 선행항암치료 없이 수술을 하게 되면 재발률이 95%~100%다. 우리 다학제를 통해 경계 절제성 췌장암과 국소 진행성 췌장암을 완치시킨 케이스가 많았다. 이후 담도암에서도 췌장암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도암의 다양성과 환자들의 개별성까지 고려한 다학제 진료를 접목하기 시작했고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 분과별로 최신의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게 됐다. 담도암도 그레이존에 해당되는 환자들이 과거에는 완치가 어렵다고 간주되었지만, 이제는 다학제 진료를 통한 적극적인 치료전략 수립으로 완치 판정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임파선까지 전이가 된 한 환자도 다학제 진료를 통해 병리학적 완전 관해(암세포가 완전히 죽은 상태)에 도달했다. 또 간내 담도암이었던 환자는 종양의 크기가 크고 주변 혈관까지 침범해 있는 상태였는데, 항암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시행했고 치료 결과가 좋았다. 그 환자가 우리 다학제 팀에 대해 '벼랑끝에 있는 환자에게 신이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평하며 감사의 편지를 보냈던 것이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다. 환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다학제 진료를 계속 이어나갈 수 밖에 없다. 현재 담도암의 좋지 않은 예후를 고려하면 아직 전문가가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연구하고 밝혀나가고 있는 암이고, 모두가 최고의 결과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다학제 자체가 담도암의 명의가 될 수 있다.

Q: 다학제 진료는 각 분과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데, 진료 및 치료의 영역이 겹치는 분과 사이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일 것 같다.

고: 실제로 대다수의 병원에서 다학제가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췌담도 분야만 보더라도 대부분 항암치료를 아직도 소화기내과에서 많이 하고 있다. 저 역시도 다학제 진료 전에는 종양내과 의료진의 수가 적어 항암치료를 직접 해왔다. 일각에서는 해당 분과의 환자 수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의사 중에서는 다양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이러한 영역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인센티브의 문제도 걸려 있는 만큼 다학제 진료가 쉽지 않다.

최: 대학병원의 의사는 자기 환자가 있어야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이익관계가 다학제 진료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의사는 직업의 특성상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다학제 진료는 나의 전문 분과를 제외한 영역은 각 전문 분과가 더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시작이다. 분당차병원 췌담도 다학제팀의 의료진들은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에서 스스로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문 분과의 의견을 받아 들이고 있다.

Q: 수도권에 위치한 분당차병원은 서울의 소위 빅5 병원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축에 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도암 환자들이 분당차병원에서 치료를 받길 원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 분당차병원이 췌담도 분과에서 다학제 진료를 시작한 시기는 2016년으로, 올해가 횟수로 5년째다. 담도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시작은 췌장암에서 좋은 치료 성적을 보이면서부터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좋은 성적을 거둔 결과들이 환자들 사이에서 점차 공유되면서 분당차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쌓이게 된 것 같다. 환자들의 이러한 선택은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5년여의 시간 동안 들여온 우리 병원의 노력의 결실이다. 또 췌장암에서부터 담도암까지 전문적으로 다학제 진료를 하는 팀이 전국에 많지 않다는 점도 우리 병원의 강점이다.

고: 일부 병원에서는 워낙 붐비다 보니 진료 시간이 짧아지고 환자들은 대충 진료를 본다고 느끼는 경우들이 있다. 이로 인해 의사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분당차병원에서는 여러명의 의료진이 환자 한 명을 위해 다 함께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고, 진료부터 치료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답변해 주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환자들은 치료가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가지게 되고, 이는 의사와 환자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전: 환자들이 특정 병원을 찾는 이유는 결국 치료 성적이다. 9~10명의 의사들이 한 명의 환자를 보기 위해 모이면 감동은 받겠지만, 치료 성적이 나쁘다면 그 병원을 찾지 않게 된다. 다학제팀이 모인 이유는 치료 성적의 향상을 위해서다. 다학제 진료의 성과가 치료 결과로 이어져야 하고, 그 결과들이 공유되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분당차병원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Q: 담도암에서 다학제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많지 않다 보니 현 시점에서 다학제 진료 시행에 있어 고충이 많을 것 같다.

최: 대부분의 암 종과 달리 담도암 치료는 NCCN(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서 조차도 아직 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 병을 진단 했을 때 절제 가능 혹은 국소 진행성과 같은 병기에 대한 부분도 아직 정립이 안되어 있다.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어렵다. 아무도 가 본적이 없는 길인 만큼 새롭게 일궈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이 크다.

전: 췌장암과 담도암은 다학제가 반드시 필요한 암이다. 해부학적으로 접근이 어렵기도 하고 항암치료 성적도 좋지 않다. 어느 하나의 분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다양한 치료 조합을 만들어 내야 하는 암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환자들에게 더 많이 해줄 수 있다는 자부심은 기쁘지만, 아직 극복해야 하는 나쁜 예후들도 많이 남아 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최신의 치료법을 도입해서 적용하는 자세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고: 의사로서 가장 큰 고충은 다학제 진료를 시도함에도 환자에게 완치 시켜줄 수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는 점이다. 더욱이 다학제 진료를 통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에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우울감이 들기도 한다.

Q: 분당차병원을 대표하여 담도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최: 환자들이 알아야 할 점은 현대의학이 아직까지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거다.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혈액검사나 영상의학검사들과 같은 부분에 멈춰있다. 앞으로는 예후나 치료 성적을 예측할 수 있게 의학들이 발전하고 이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서 판단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은 아직 힘들다. 현 상황에서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여 환자에게 최선을 할 수 있는 것이 다학제라는 툴이라고 생각한다.

고: 담도암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일 수 밖에 없다. 많은 환자들이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다학제는 '벼랑 끝에서 건널 수 있는 다리'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전: 담도암은 보편적 접근을 통해 완치가 어렵다고 규정된 환자들이 많다. 다학제는 이런 환자들을 위해 가장 적절한 치료가 무엇인지를 찾아 내는 과정이다. 완치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환자라도 다학제 의견을 한번 정도는 들어봤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개인의 다양성을 찾아 내는 맞춤형 치료인 다학제를 통해 질병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는 만큼 희망을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태완 기자  kmedinf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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