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지정한 의료 취약지역에 있는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의료취약지에 대한 실태 파악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설문조사 실시 결과, 지역의 의료 및 주거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의료 취약지 제도가 겉돌고 있고, 의료기관 및 의료 인력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 등 근본 원인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역별 의료서비스의 격차 해소 등을 위해 의사 인력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과 동일한 목적으로 지정·운영되고 있는 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분만 의료취약지역에 있는 99개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실시되었으며, 36개 시·군·구의사회가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의료 인력의 71%가 자녀 등에 대한 교육(73%)과 거주 여건(15%) 문제 등으로 의료기관이 있는 근무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나 시·군·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근무 지역과 거주 지역과의 거리가 30km 이상 되는 비율이 62%에 달해, 의료 취약지역의 열악한 교육 및 정주 여건 등 생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설문에 답한 시·군·구의사회 중 94%가 소속 지역에 국·공립의료기관이 있다고 답했으나, 해당 국·공립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소아청소년환자 및 분만환자를 진료할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6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의료 취약지 사업(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및 분만 환자 진료)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89%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의료 취약지 제도와 의료 취약지역의 민간 및 공공 인프라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구의사회의 61%가 소속 지역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고, 의료 취약지 선정 기준을 모르고 있다는 답이 81%, 소속 지역이 의료 취약지로 지정된 것에 동의하는 지 여부에 대해 5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로, 민간 의료기관의 자율적 참여가 필요한 의료 취약지 제도가 정부 주도적으로만 시행되어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이 의료 취약지로 지정된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료 취약지 분야(응급, 소아, 분만)를 잘못 지정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50%로 나타났으며, “의료 취약지 지정 기준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27%에 달해, 의료 취약지 지정 기준이 실제 지역 여건과 맞지 않아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취약지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의료기관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 31%, “지역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이 21%,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 18%로 답했으며, 의료 취약지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에 대해 91%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해, 의료 취약지역과 참여 의료기관이 기본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을 강화해 지역의료의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민간 의료기관 경영을 위한 보상 기전 마련”이 43%, “의료 인력에 적정 보수 제공”이 27%, “지역 주민에 대한 이동 서비스 지원 등 후송 체계 강화”가 18%, “의료 인력의 자기 계발 기회 및 교육 제공”이 9% 순으로 답해, 의료기관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금번 설문조사 결과는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 발생이 의료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및 교육 환경 등 의료취약 지역의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지역별·종별·전문과목별 의료인력 배치의 불균형에서 야기되고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일방적 의사 증원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의료 취약지 제도가 겉돌고 있는 것과 같이 의료 인력에 대한 명확한 추계나 의료인력 배치의 불균형이 야기되는 근본 원인에 대한 개선 없는 일방적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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