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 동안 52개(유치 20개, 영구치 32개)의 치아를 가지고 살아가며, 만 6세 무렵이 되면 유치 대신 영구치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때 나오는 영구치는 평생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치아가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치아가 턱뼈에서 발생하여 정상적인 위치까지 이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치아의 ‘맹출’ 이라고 한다. 이러한 맹출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여 치아가 정상적인 위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맹출장애’라고 하는데 유치가 영구치로 교환되는 소아·청소년기에는 이러한 맹출장애가 종종 관찰된다.

맹출장애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치아가 장애물(다른 치아 등)에 가로막히거나 정상적인 맹출경로를 이탈하여 턱뼈와 잇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매복’이라 한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내원환자 분석결과에 따르면 약 4.5% ~ 9%의 환자가 영구치의 맹출장애로 인해 내원하였으며 이 중 상악 견치(위턱 송곳니)와 상악 중절치(위턱 첫번째 앞니)의 매복이 가장 흔하게 나타났다. 맹출장애로 내원한 환자 중 상악 견치의 매복을 보인 환자는 26.6%로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기존 문헌에 의하면 0.8%~2.7%에서 상악 견치의 매복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마다 결과는 조금씩 다르지만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2~3배 높은 발병률을 보였으나, 서울대 소아치과 내원환자에서는 여성에서 1.4배정도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견치(송곳니)는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위치하며, 기능이나 심미적으로 중요한 치아이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치아에 비해 유치에서 영구치로의 교환시기가 늦기 때문에 맹출장애가 자주 발생한다. 더욱이 견치의 치배(구강 내로 드러나지 않은 치아싹)는 유치의 치근(치아뿌리)이나 다른 영구치의 치배보다 깊은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치아에 비해 맹출에 걸리는 시간이 2배 이상으로 소요되며, 긴 맹출 거리로 인해 구강 내 다양한 환경에 민감하게 된다.

맹출장애는 전신적, 국소적, 또는 복합적 요인에 의해 나타난다. 견치는 측절치 치근의 옆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맹출하는데 경로 내에 방해물이 있거나 측절치의 형태이상, 맹출공간의 이상 등이 있다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측절치의 결손(치아가 생성되지 않아 맹출 할 치아가 없는 상태)이나 왜소측절치(측절치가 정상치아 크기보다 작은 경우 등은 가족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상악 견치의 맹출장애는 그 경로와 시기의 문제로 대부분 매복으로 이어지며, 이는 교합(입을 다물 때 위아래 치아가 맞닿는 것)의 형성에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치열궁(치열이 그리는 활모양의 곡선) 길이의 감소, 인접절치의 경사(주변 앞니가 기울어지는 것), 낭종 형성, 인접치의 치근흡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매복치에 의한 인접치 치근흡수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서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주변 치아 뿌리의 흡수가 진행되는 시점에서야 통증 및 인접치의 흔들림 등이 발생한다.

매복된 견치 발견 시에는 적절한 방법으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증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치료한다.

먼저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악궁(顎弓) 확장, 유견치(유치 송곳니) 발거, 외과적 노출만으로도 정상적인 맹출을 기대할 수 있으나, 맹출경로가 정상에서 많이 벗어나거나 주변 치아에 위해를 가하고 있을 때에는 외과적으로 치아를 노출시킨 뒤 교정을 통해 제자리로 이동시키거나 자가 치아이식을 통해 자가 치아를 보존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자가 치아를 보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매복된 견치를 발치한 뒤 자발적인 배열을 기대해보거나 발치한 공간을 성장기까지 유지한 후 성인기에 임플란트를 시행하는 방법이 있다.

상악 중절치의 맹출장애도 많이 발생하는데 유치열에서의 외상에 의한 만곡치(발육 중인 치아에서 외상이나 자리바꿈으로 인해 생기는 치아 뿌리의 기형)나 정중과잉치, 치아종 등이 원인이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장기택 교수(소아치과 전문의)는 “턱뼈 내에서 이루어지는 치아의 발육과 맹출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영구치의 맹출장애나 견치의 매복을 예측·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성장기 어린이들은 충치와 같은 문제가 없더라도 적어도 6개월에 한번 이상 치과에 방문하여 검사하고 방사선 사진을 주기적으로 촬영하여 치아의 발육이나 맹출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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