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대 질환에 대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앞둔 가운데 의협이 이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오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및 한방건강보험 분리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날 행사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론을 의식해 당초 행사보다 축소해 약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전원 마스크를 착용하고, 행사장에 입장시 문진표 작성을 비롯해 체온 측정을 했으며, 각각 1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집회에 진행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대회사에서 “한약은 현대의약품에 가장 기본요건인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조차 거치지 않았다”며 “또 부작용에 대한 감시와 분석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아 제도적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건강보험제도의 원칙마저 무시한 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안전성을 검증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향후 도입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졸속적이고 비현실적인 정책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은 바로 재정인데, 정부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위해 연간 5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것. 가뜩이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국민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료로 강행하는 막무가내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방치료를 받고자 하는 국민이 있다면 별도로 한방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에게 짊어진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며 “이를 외면하고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한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건보공단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 회장은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 저지와 한방건강보험 분리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각오를 단단히 할 것”이라며, “정부가 끝내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정부가 자화자찬한 K방역이 한국의사들의 파업으로 파국에 이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측 최대집 의협회장, 우측 이철호 의장
좌측 최대집 의협회장, 우측 이철호 의장

이어 이철호 의장은 연대사에서 “의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우선순위에 있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검증도 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에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부으려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사들이 설득과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근거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해명하고 추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각 지역 의사회 회장들의 연대사가 이어졌다. 또한 의협 박종혁 총무이사는 의사가운을 착용하고 약탕기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데 이어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대정부 요구사항은 ▲건강보험 급여화 원칙을 무시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계획을 전면 폐기 ▲한방 의료행위 전반에 대하여 과학적, 객관적 검증을 즉시 실시 ▲건강보험의 존재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한방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한방 건강보험을 만들어 국민이 그 가입여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권한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집회는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의 긴급 건의문 채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긴급 건의문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전면 철회 ▲건강보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한방건강보험을 분리하라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증원 등 의료계와 협의 없는 무분별한 정책강행을 중단 ▲일방적인 원격의료 추진은 중단하고 의료계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지난 9일 앞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 1차 회의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관련 안을 제출했다. 시범사업은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등에 사용하는 첩약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주요 내용으로, 세부 내용은 7월 건정심 회의에서 확정된다. 시범사업이 확정되면 10월부터 전국단위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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