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심방세동 환자들은 서양인에 비해 체중이 적고 신기능이 낮아 출혈의 위험에 좀더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OAC 처방 시 허가사항에 비해 낮은 용량을 사용하는 의료진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

그렇다면 NOAC 제품들의 용량별 효과와 안전성은 어떨까. 미국이나 일본, 대만 등 세계 각국에서 저용량 NOAC의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됐지만, 저마다 상이한 결과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한국인에서의 NOAC 적정용량 기준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어 왔으나, 이를 결론 지을 수 있을만한 연구 결과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한국인 심방세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NOAC 제품별 저용량 처방에 대한 대규모 후향적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지는 한국인 대상 저용량 NOAC 처방의 패턴과 영향에 대한 리얼월드 연구의 제 1저자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조민수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 결과와 그 의미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조민수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조민수 교수

Q: 다른 질환을 동반한 출혈 고위험군 심방세동 환자에게 NOAC 처방 시 용량조절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NOAC의 용량 조절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A: 대부분의 NOAC은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결국 신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약제별로 살펴보면, 다비가트란이 신장 배설률이 가장 높고, 아픽사반과 리바록사반이 신장 배설률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며, 약의 대사 및 배설 과정이 신장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신장애를 동반한 환자는 NOAC의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신장애 환자에서의 용량 조절은 약제마다 다르지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리바록사반은 크레아티닌 청소율(이하 CrCl)이 50mL/min 미만인 경우 용량을 15mg로 조절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CrCl이 15mL/min 이하일 경우에는 사용하진 않지만, 미국 FDA에서는 리바록사반의 사용이 승인받은 바 있다. 혈중 농도에 대한 데이터를 봤을 때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아픽사반도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 사용 가능하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 연령, 체중 신기능을 고려해 용량을 감량한다. 에독사반은 CrCl 50mL/min 미만에서는 용량을 감량해야 하고 CrCl 15ml/min 이하에서는 금기이다. 다비가트란은 신장 기능에 가장 의존적이며 일반적으로 CrCL 30미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Q: 각 NOAC별 적정용량 기준에 대한 내용이 꾸준히 논의되어 왔다. 특히 저용량 NOAC 처방에 대한 RWE가 의료진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에서 오프라벨(off-label) 저용량 처방이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환자가 80세에 40kg정도 되는 여성 환자인데 creatinine clearance는 50 이상이라면, 허가사항대로(on-label) 용량을 처방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이처럼 취약한 환자에 대해서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CrCl이 허가사항에서 권고하고 있는 기준보다 높더라도 저용량을 처방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과연 오프라벨 저용량 처방이 안전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미국의 ORBIT registry에서는 오프라벨 저용량 처방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허가사항대로 사용했을 때보다 저용량 그룹에서 치료 경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리바록사반 15mg을 표준용량으로 권고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에서 진행한 약동학 연구와 1000명 이상의 일본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RCT인 J-ROCKET 연구를 통해 리바록사반 15mg을 일본인에게 표준용량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대만은 RWE에 따르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리바록사반 저용량을 90% 이상 사용하는데, 와파린 대비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였다. 국내에서도 한국인 환자에게 맞는 용량은 무엇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RWE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허가사항 외에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어떤 환자들에게 조절된 용량의 NOAC을 처방하고 있는가? 또 각 NOAC 제품별 처방 패턴이 달라지는지도 궁금하다.

A: 이번에 출판한 논문이 바로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연구에서는 심평원 데이터를 분석해, 오프라벨 저용량 처방 시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의 와파린 대비 안전성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아픽사반은 허가사항대로 사용했을 때는 결과가 좋았지만, 오프라벨로 저용량 처방 시에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는 허가사항 준수 여부(label adherence)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리바록사반은 용량을 3/4으로 줄였기 때문에, 온라벨과 오프라벨 모두 와파린 대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NOAC을 저용량으로 처방할 때, 리바록사반과 다비가트란은 용량을 3/4으로 줄이고, 에독사반과 아픽사반은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다. 약제 간에 감량되는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용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약제는 허가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3/4으로 줄어드는 약제는 (저용량 처방에 대해) 비교적 유연하다고 볼 수 있다.

다비가트란의 경우에는 150mg과 110mg가 둘 다 표준용량이다. 하나는 와파린 대비 유효성(efficacy)이 좋고, 다른 하나는 안전성이 더 좋다고 확인되었다. 이처럼 약제간 차이가 있다.

오프라벨 저용량으로 처방한 환자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고령이며 동반질환이 많으며 CHA2DS2-VASc 점수가 높은 환자에서 오프라벨 저용량 처방이 많았다. 다시 말하자면 의사가 판단했을 때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오프라벨 저용량을 처방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정리할 수 있다.

약 처방 시에는 허가사항대로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의사의 판단에서 허가사항대로 처방하는 것에 대해 무리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 가능하면 데이터로 뒷받침될 수 있는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아픽사반은 반드시 허가사항을 준수해야 한다(label adherence)는 데이터가 이미 여럿 있기 때문에, 꼭 허가사항대로 처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바록사반은 서울대학교병원 이소령 교수, 최의근 교수 팀에서 작년에 발표한 논문 중 신기능이 비교적 정상인 건강한 환자 일부의 경우 20mg을 사용하는 것이 15mg을 사용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보인 연구도 있다. 20mg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표준용량을 처방해야 한다. 하지만, 취약한(frail) 환자나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는 1차적으로는 표준용량을 사용하되, 특수한 상황에서 용량 감량이 꼭 필요하다면 의사의 판단 하에 2차적으로 오프라벨 저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최근 발표된 저용량 NOAC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리얼월드 연구 결과에 대해 간단하게 요약해 달라.

A: 이번 연구는 심평원 데이터 중 2015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항응고 치료를 새로 시작한 환자 가운데 와파린, 리바록사반, 아픽사반을 처방 받은 환자를 분석한 연구다.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을 처방 받은 환자 중 용량 조절이 필요 없었던 환자만을 분석했다.

타 연구와의 차이점은 와파린의 경우에도 용량 조절이 필요치 않은 환자만 포함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와파린을 처방 받는 환자는 NOAC을 처방할 수 없을 정도로 기저질환이 많은 환자가 많기 때문에 와파린 환자군이 NOAC 환자군 대비 결과가 안 좋게 나온 측면이 있다. 따라서, 와파린 환자군과 NOAC 환자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와파린군에서도 용량 조절이 필요한 환자는 제외하여 공평하게 진행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두 NOAC 모두 와파린 대비 우수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였다. 다만, 아픽사반은 표준용량을 사용하면 결과가 좋지만, 오프라벨 저용량 처방 시에는 와파린과 유사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리바록사반은 20mg과 15mg 모두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대부분의 RWE에서 저용량 환자군에서는 결과가 안 좋게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무리 환자군 간의 균형을 맞춘다 하더라도, 저용량 환자군에는 예후가 나쁜 환자가 다수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바록사반의 경우 표준용량과 저용량 모두 큰 차이가 없게 나타나서 흥미로웠다.

Q: 해외에서 저용량 NOAC에 대한 연구 결과도 궁금하다. 국내 리얼월드 연구와 비교했을 때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A: 서양인 데이터는 덴마크에서 나온 연구가 가장 대표적이다. 2016년 데이터에 따르면, 오프라벨 저용량 처방 시 와파린과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와파린과 비교한 연구이고, NOAC 간 head-to-head로 비교한 연구는 많지 않다.

일본과 대만 데이터에서는 NOAC을 저용량으로 처방해도 와파린 대비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동양인과 서양인 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동양인은 상대적으로 체중과 체구가 작고, CrCl도 더 낮기 때문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일본의 J-ROCKET 연구도 서양인 환자에게 20mg을 사용하는 것과 동양인 환자에게 15mg을 사용하는 게 비슷할 것이라는 데서 시작된 것이다.

또한, 와파린은 동양인 환자에서 조절하기 힘든 약제로 알려져 있다. INR 수치를 2~3 사이로 맞춰야 하는데, 동양인 환자는 INR 수치를 맞추기 더 힘들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동양인 환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 NOAC이 뇌출혈 발생률을 낮춰준다는 것인데, 이는 NOAC 자체가 좋은 것도 있지만 와파린이 워낙 동양인 환자에게 사용하기 어렵다 보니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종 대 인종으로 비교하는 연구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데이터 상으로 추측하는 부분이다.


Q: 후향적 연구지만,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저용량 NOAC 처방에 대한 연구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A: 한국은 거의 절반 정도가 오프라벨 저용량 처방을 받을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이 가운데 용량을 1/2 감량해야 하는 경우에는 오프라벨 저용량 처방이 안 좋을 수 있다. 3/4으로 줄이는 리바록사반은 15mg으로도 국내 환자에게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상 오프라벨 저용량 처방을 해도 되는지 묻는다면 100% 자신 있게 답할 수는 없다. 표준용량과 저용량 간 대규모 RCT가 필요한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 연구를 진행하는 게 최선이므로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프라벨 저용량으로 흔히 사용되는 리바록사반 15mg의 경우 오프라벨이므로 1차적으로 권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취약한 환자에게 2차적인 옵션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픽사반은 반드시 허가사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픽사반은 신장 대사가 적어 만성신질환을 동반하거나 투석 중인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아픽사반은 습관적으로 2.5mg를 처방한다. 예를 들어, 50대의 건장한 환자가 혈청 크레아티닌이 1.7mg/dL라면 5mg를 처방해야 함에도, 2.5mg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드시 5mg을 처방해야 한다.

반대로, 리바록사반은 어느 정도 유연하게 처방할 수 있다. 오프라벨로 15mg를 사용해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고, CrCl이 50mL/min 미만인 경우라면 (허가사항에 따라) 당연히 사용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사용 가능한 약제다.

덧붙이자면 다른 약제들은 확실치 않다. 에독사반의 ENGAGE-AF 연구를 살펴보면 처음부터 와파린 대비 60mg와 30mg을 비교한 연구인데, 30mg 환자군이 실패했다. 에독사반도 반드시 허가사항대로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지금까지 아픽사반은 이러한 데이터가 없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비가트란은 150mg와 110mg이 모두 온라벨이기 때문에 비교적 유연하게 처방할 수 있는 면이 있다.


Q: NOAC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가 국내 NOAC 처방 패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A: 리바록사반, 에독사반, 아픽사반 모두 각자 장단점이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임상연구 자료들이다. 예를 들어, 리바록사반이 PCI 시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통한 근거를 만들었기 때문에 해당 환자에 대해서는 리바록사반을 먼저 사용 했다. 이후 다비가트란, 아픽사반이나 에독사반의 연구가 나오게 되면서 다른 약제도 사용하게 되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근거 있게 처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특정 질환에 대한 연구를 먼저 갖췄다면 그 약제가 그 질환에 대해서는 선점할 수 밖에 없다.

향후에도 특정 적응증을 대상으로 NOAC의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가 많아질 것이다. 전향적 연구 또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게 중요하고, 이 같은 근거를 갖춘 약제가 해당 환자군에 대해 선점하는 패턴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환자의 신기능 검사 결과를 당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형태로 NOAC을 처방하고 있는가?

A: 리바록사반은 신기능이 정상일 때도, 신기능이 약간 떨어질 때도 15mg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하기 편한 약제다. 실제로 외부 병원에서 치료 받다가 병원을 옮겨서 아직 혈액 검사 전인 환자의 경우에는 리바록사반 15mg을 사용하고 있다.


Q: NOAC이 아직까지는 주로 대학병원에서 처방되고 있지만, 개원가에서도 처방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개원가 의료진들이 NOAC 처방 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A: NOAC의 장점은 개원가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라는 점이다. 와파린은 INR 수치도 맞춰야 하고 음식 간 상호작용도 있기 때문에 개원가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NOAC은 용량 조절이 필요하긴 하지만, 개원가에서 꺼릴만한 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기능만 잘 확인한다면 개원가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약제다.

단, 가능한 허가사항대로 사용하길 권한다. 아픽사반은 저용량을 사용해도 출혈을 크게 낮추지 못 한다는 데이터가 발표되기도 했었다. 물론 저용량 처방을 받는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를 감안해야 하지만, ENGAGE-AF 연구에서도 에독사반 30mg이 실패했던 것을 보면 허가사항대로 처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허가사항대로 사용하면 개원가에서 충분히 쓸 수 있는 약제다.


Q: 마지막으로 심방세동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NOAC 출시 이후 국내 항응고 치료 비율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항응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 가운데 많은 수가 치료를 받지 못 하고 있다. 심방세동에서 가장 무서운 합병증은 뇌경색이고, 뇌경색 예방을 위해서는 적절한 항응고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홍보해야 한다. 가장 적절한 치료 전략을 연구하고 이를 실제 임상 현장에 있는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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