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1차 치료제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3상 임상인 REFLECT 연구를 통해 넥사바 대비 반응률과 무진행생존기간,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 모두 우월함을 입증한데 이어, 최근 국내 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

더욱이 이번 연구는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최초로 진행된 RWE 연구라는 점과, RCT 연구인 REFLECT에서 제외된 환자와 면역항암제를 비롯한 다른 전신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들까지 모두 포함됐다. 국내 간암 환자에서의 렌비마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렌비마의 한국인 대상 리얼월드 연구의 제 1저자인 울산대병원 종양내과 천재경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 결과와 그 의미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울산대병원 종양내과 천재경 교수
울산대병원 종양내과 천재경 교수

렌비마, 한국인 간암 환자에서도 우월한 치료 효과 입증

렌비마는 넥사바의 등장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3상 임상에서 간암 1차 치료 효과를 입증해냄과 동시에 일본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RCT 연구와 일관된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RCT 연구에서는 렌비마의 강점으로 꼽히는 간 내 병변 범위가 넓은 환자들이 제외되었고, RWE 역시 개발 국가인 일본의 연구 결과만 존재한다는 이유로 임상 현장에서의 효능에 대한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천재경 교수는 "그간 발표된 렌비마 RWE는 모두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였던 만큼 한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이는 한국은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가 많지만 일본은 C형 간염으로 인한 환자가 많을 뿐더러, 두 나라의 치료 가이드라인도 상이한 점이 많아 일본 데이터가 국내의 상황을 대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한국인 대상 RWE는 국내 간암 환자에서도 그간 발표된 결과들과 유사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여줄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연구라고.

이번 연구는 2018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국내 3개 기관(울산대병원, 분당차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렌비마로 치료 받은 간암 환자 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후향적 연구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BCLC B와 C, Child-Pugh A가 74명(80.4%), Child-Pugh B가 18명(19.6%)이었다. 전체 환자 중 67명(72.8%)의 환자들이 1차 치료제로 렌비마를 투여했고, 25명(27.2%)은 렌비마 치료 전 면역항암제를 비롯한 다른 전신 항암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이었다. 전체 환자 중 35명은 간암의 범위가 넓어(종양이 간의 50% 이상 차지 혹은 main PV invasion 혹은 bile duct invasion) REFLECT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던 환자들이었다.

연구 결과, RECIST v1.1 기준 전체 환자들의 반응률(ORR)은 14.1%였으며,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4.3개월, 전체생존율(OS) 중앙값은 7.1개월이었다. Child-Pugh A에 해당되는 환자들에서는 ORR 16.2%, PFS 4.4개월, OS 7.4개월로 전체 환자군에 비해 모두 높게 나타났다. Child-Pugh B 환자에서는 ORR 5.6%, PFS 2.6개월, OS 5.3개월이었다.

Child-Pugh A군 중 렌비마를 1차 치료제로 투여한 환자(57명)에서는 ORR 21.1%, PFS 4.6개월, OS 10.7개월이었다. 2차~4차 치료로 렌비마를 투여한 환자(17명)의 PFS는 4.1개월, OS가 6.4개월이었으며, 렌비마 이전의 1차 치료를 한 기간까지 포함한 OS 중앙값은 15.5개월로 나타났다. 가장 흔하게 나타난 grade 3-4에 해당되는 이상 반응으로는 고빌리루빈혈증 8.7%(8명), AST 상승 6.5%(6명), 설사 5.4%(5명), 피로 4.3%(4명), 고혈압 4.3%(4명)이었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없었다.

천재경 교수는 "단순한 수치만 놓고 본다면 RCT 임상에 비해 국내 RWE 연구 결과가 좋지 않다고 보여질 수 있지만, 이는 기존 연구에 참여한 환자군과 평가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라며 "이번 RWE 연구에는 암이 크거나 전이가 많고, AFP 레벨이 RCT 연구에 비해 높은 등 불리한 기준을 가진 환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RWE 연구에는 종양의 크기가 17cm 정도로 큰 환자나 REFLECT 연구에 포함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까지 모두 포함됐다 .

천 교수는 "일본의 반응률 측정 기준은 주로 mRECIST(modified RECIST)를 쓰지만 국내와 동일하게 RECIST 1.1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의 반응률은 15% 정도라고 볼 수 있고, 반대로 국내 RWE를 RECIST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는 반응률이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국 일본과 한국 데이터에서 반응률의 차이는 크지 않았고 오히려 국내 연구에는 불리한 환자군이 참여한 점을 감안하면 RCT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렌비마의 효용성 더욱 높아질 것"

이번 RWE 연구를 계기로 렌비마는 또 하나의 무기를 장착하게 됐다. 치료 차수에 관계없이 일관된 치료 효과를 보여준다는 점이 바로 그 것.

천 교수는 "국내 RWE 연구는 렌비마가 간 기능이 좋은 환자들에게 1차 약제로 좋은 치료 효과를 보여준다는 점을 재확인했을 뿐 아니라, 2차나 3차, 심지어 4차 치료 환자에서도 일관된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더욱이 면역항암제를 투여했음에도 렌비마의 치료 효과에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간암 약제들의 등장과, 면역항암제의 후속 치료를 찾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렌비마가 이들 치료 후의 첫번째 TKI로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번 RWE에서 2~4차로 렌비마를 투여한 환자군의 PFS는 4~5개월, 면역항암제 치료 후 렌비마를 투여한 환자군의 PFS는 4.4개월로 나타나 1차 치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천 교수는 "간 기능과 전신 상태가 잘 유지된 환자라면 렌비마를 1차 약제로 투여하는 것이 예후가 좋았던 만큼 굳이 후속 치료로 쓸 이유는 없다"며 "때문에 더욱 효과가 우수한 약물이 등장하거나 환자 상태에 따라 타 약제를 우선적으로 치료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경우에도 렌미바의 치료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하여 렌비마 치료를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피력했다.

또한 그는 "최근 면역항암제와 신생혈관억제제 병용요법이 1차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지만, 이 치료법은 간 외 병변에 비해 간 내 병변에서 치료 효과가 일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간 내 병변과 간 외 병변 모두 일관된 반응을 보인 렌비마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자군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렌비마는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수족증후군 같은 부작용이 적고, 반응이 있을 환자를 치료 초반에 미리 파악할 수 있어 복약순응도와 만족도가 높은 약물"이라며 "무엇보다 렌비마로 치료 후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케이스가 늘고 있는 만큼 환자 본인도 꾸준히 치료한다면 좋은 치료 결과를 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천 교수는 렌비마 후속 치료에 대한 보험 급여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부가 현실적인 부분을 파악하여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과거와 달리 간암에서 신약들이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약제들을 조합하여 3상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대조군 선정에도 여러 윤리적인 문제가 따를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3상 연구 결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치료에 제한이 생긴다면, 좋은 약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돌아가는 길을 택하는 안타까운 상황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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