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간 하나의 표적치료제만으로 전신 치료를 이어왔던 간세포암 치료에 활력이 돌고 있다. 2,3차 약제들의 출시와 더불어 치료 효과가 향상된 약물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 때문.

이들 약제가 단기간에 일제히 출시되다 보니 최적의 치료 전략을 찾기 위한 의료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간암 치료 효과를 입증해낸 면역항암제들의 등장도 예고된 바 있어 치료 시퀀스는 더욱 빠르게 변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의료진들이 가장 선호하는 약물 치료 전략은 무엇일까. 이와 함께 간암의약물 치료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할까.

본지는 간세포암 치료제에 대한 학술활동과 임상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종양내과 전문의 3인과의 좌담회를 통해 '간세포암의 효율적인 약물 치료 전략'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 참석자 >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이하 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이하 유)
울산대병원 종양내과 천재경 교수(이하 천)
의료정보 김태완 기자(이하 김)

김: 최근 간암 치료를 위한 다양한 치료제들이 빠르게 등장하면서 치료 성적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들이 단기간에 등장하다 보니 병원이나 의료진에 따라 약물 치료 전략이 상이한 것 같다. 이에 진료 현장에서 간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교수님들이 생각하는 효율적인 약물 치료 전략과 향후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① 간암에서의 표적치료 전략
②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효과와 장단점
③ 간세포암 향후 치료 패러다임은?

좌측부터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울산대병원 종양내과 천재경 교수
좌측부터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울산대병원 종양내과 천재경 교수

김: 수술 후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유지 요법을 시행하는 암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간암에서는 아직 이러한 약물 치료 전략이 쓰이지 않고 있다. 간암에서 유지 요법으로 기대를 할만한 약물이 있는가?

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 주로 종양의 크기가 5cm가 넘는 수술한 환자들의 유지 요법(어쥬번트(adjuvant)) 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티쎈트릭+아바스틴의 어쥬번트 효과를 관찰하기 위한 비교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간암에서 어쥬번트 치료가 어려웠던 이유는 간 기능 때문이다. 항암제는 독성을 수반하는데 이를 최소화하면서 항암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 간암 어쥬번트의 의미다. 티쎈트릭+아바스틴은 그런 면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기대해 볼 여지가 있다. 간암에서는 면역항암제가 BCLC-B나 간에만 종양이 있는 경우에 반응률이 떨어진다. 다른 장기에 전이가 됐을 때에는 반응률이 좋은데, 유독 간내에서만 반응률이 떨어진다. 티쎈트릭+아바스틴의 3상 임상 서브그룹에서도 BCLC-B에서의 반응률을 보면 넥사바군과 비슷하다. 이런 환자들은 간내 재발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천: 전통적으로 어쥬번트는 남아 있는 미세잔존암을 없애는 쪽의 치료다. 세포증식을 억제하기 보다는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가 강한 약들이 효과가 좋은 경향이 있었는데, 간이라는 장기 자체가 독성도 너무 심하지 않아야 하고 어쥬번트의 특성상으론 독성을 무시해서라도 강한 약제를 써야 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모두 이루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 진행성 간암에서는 이 조합이 좋은 결과를 내었지만, 어쥬번트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 티쎈트릭+아바스틴, 키트루다, 옵디보가 어쥬번트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인데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면역항암제가 암환자의 초기에 투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전이 상황에서의 경험만 가지고 티쎈트릭+아바스틴 효과가 좋았으니까 어쥬번트에서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고 결국은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 간암에서 면역항암제 단독요법도 하나의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 TKI제제들이 쓰이고 있는 상황에서 면역항암제는 어느 차수에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전: 가장 좋은 약제를 제일 먼저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은 하는데, 이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다. 시너지 효과가 없다면 경제적인 부담이 필요 없이 시퀀셜로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천재경 교수
천재경 교수

천: 면역항암제는 단독이건 병합요건이건 치료 앞단에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스티바가 리얼월드 데이터가 발표되긴 했지만, 아직은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순차 치료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더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면역항암제는 이전에 발표된 논문들을 보면 치료 후 수개월간 T세포에 영향을 준다고 되어 있어서 이후 치료에 좋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치료에 영향 줄 가능성이 있다.

유: 그렇게 되면 HPD(Hyperprogressive disease, 급성종양진행) 이슈도 고려해야 한다.

전: 간암에서 면역항암제 단일 치료시 HPD 이슈가 있다. VEGF 레벨이 높으면 면역항암제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HPD가 될 수 있다. 면역항암제 단일 치료에서 PD가 30~40%정도 된다. 많은 사람들이 반응률에만 포커스를 맞추지만 반대의 경우도 봐야 한다. 단일 치료시 많은 환자들이 첫 반응에서 PD가 나오는데 티센트릭+아바스틴은 이를 20%로 줄였다. 그런 점들이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 HPD 이슈는 완전히 확립된 것은 아니다. 병용요법으로 그런 이슈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HPD 이슈는 단독 치료 후 반응이 없는 경우에 주로 해당된다.

유: 티센트릭+아바스틴은 가격적인 부분만 해결된다면 치료를 미룰 필요는 없다. 그런데 키트루다+렌비마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렌비마가 1차로 허가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키트루다와 병용 치료의 효과가 크지 않다면 독성이나 경제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굳이 병용으로 치료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병합요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조건은 독성이 크게 증가되지 않는 상황에서 효과가 좋았을 때의 이야기다. 단독요법을 순차적으로 쓰려고 하다가 종양이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 환자는 이후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 그런면에서 티센트릭+아바스틴은 장점이 많은 것 같다.

김: 조만간 넥사바 제네릭이 출시되면 넥사바의 약가가 낮아지게 된다. 넥사바 제네릭이 출시 됐다는 전제하에 표적 치료제 전략이 현재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유: 치료 전략은 현 시점과 동일할 것 같다. 제네릭 출시는 환자들이 넥사바를 비급여인 2차 약제로 선택했을 때 비용이 경감될 수 있겠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김: 그렇다면 오히려 렌비마 입장에서는 후속 치료에 급여적용이 안되더라도, 넥사바의 약가 인하로 환자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면역항암제들이 1차 치료에 진입하게 된다면 그 이후로 치료로 넥사바를 선택하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 같다.

유: 현 상황에서는 그럴 것으로 보인다. 렌비마에서 넥사바 2차 요법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렌비마 연구에서 2차로 가장 많이 쓴 약제가 넥사바였고, 공식적인 연구는 아니지만 렌비마 OS데이터가 2차 요법으로서의 넥사바 지분도 있기 떄문에 렌비마 이후 2차 약제로 급여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티센트릭+아바스틴 치료 후 종양이 진행된 환자들 중 많은 비율이 넥사바로 치료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 제 생각엔 티센트릭+아바스틴이 급여는 완전 다른 문제라 생각한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보험 적용은 국가 재정이 크게 소요되기 때문에 허가와는 다르다. 만약 허가만 되고 비급여 상황이 지속되면 렌비마 입장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실비 보험이 있는 환자라면 면역항암제 병용을 선택하겠지만 그 외에는 접근 자체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김: 2차 약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또 하나의 약물이 카보메틱스다. 최근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카보메틱스에 대해 스티바가와 약가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안건이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 제약사 입장에서는 허가를 잘 받은 나라의 사례만 꼽지만, 그런 국가들 중에는 간암 환자가 적거나 국가 재정이 탄탄한 나라들도 있다. 아니면 미국과 같이 개인 사보험 위주의 나라도 있다. 지금은 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임상 연구는 모두 넥사바만 허가가 되어 있었을 때 진행이 되었다. 때문에 이 약제들이 3상만큼 효과가 있을지 확실하게 증명을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급여 적용을 요청하기엔 약제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김: 끝으로 현재 처방하고 있는 표적치료제부터 임상 중인 면역항암제 병용요법까지 모두 고려했을 때, 앞으로 기대하는 이상적인 간암에서의 약물 치료 시퀀스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전: 저는 면역항암제와 VEGF 병용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치료 효과가 입증된 티센트릭+아바스틴을 시작으로 나머지 병용요법 결과들이 발표되면 각각의 효과들을 비교하면서 치료법을 선택하게 될 거다. 다만 여러 약제들에 대해 매번 필요한 임상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리얼월드에서 처방 경험을 통한 정리가 필요하다. 환자가 제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약제가 1차 치료로 쓰이고, 나머지 약제는 거기에 맞춰 포지셔닝 될 거다. 

유: 국가 허가 사항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허가된 약물의 비용 부담이 없다면 3상에서 증명된 약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티쎈트릭+아바스틴 이후 2차 요법을 어떻게 선택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TKI만 가지고 치료를 해왔기 때문에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어떤 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는지도 논의가 되어야 한다. 향후 몇 년간은 티쎈트릭+아바스틴 요법에 기반한 치료 시퀀스 확립에 초점이 맞춰질 거다. 즉 새롭게 등장한 1차 요법 이후에, 기존에 허가된 약제를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 될 것 같다. 동시다발적으로 약제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임상연구와 실제 진료 현장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천: 간암은 면역항암제의 바이오마커를 모르기 때문에 답답한 상황이다. 각각의 환자에서 어떤 약제가 효과적인지에 대한 기준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조직검사를 통해서든, 아니면 임상적인 기준으로(전이 환자, 간내 병변이 심한 환자 등) 환자군을 나누고, 어떤 약을 쓰는 게 좋을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치료 전략은 당분간 티쎈트릭+아바스틴을 쓴 후에 TKI를 쓰는 시퀀스를 선호하게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