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로 치료를 받은 간세포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 질 전망이다.

그간 간세포암 치료제들은 대부분 RCT 연구 결과에 비해 저조한 RWE 연구 결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스티바가는 지난 2018년 한국인 40명을 대상으로 한 첫번째 국내 리얼월드 연구에 이어, 최근 국내 간암 환자 440명을 대상으로 한 RWE 연구에서도 RCT 연구와 일관된 결과를 발표했다. 더욱이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발표된 스티바가 RWE 연구 결과 중 가장 큰 규모의 연구인 만큼, 향후 스티바가의 치료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본지는 스티바가의 한국인 대상 대규모 리얼월드 연구의 제 1저자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의 의미와 스티바가의 효용성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스티바가, 대규모 RWE서도 RCT와 일관된 치료 효과 입증

그간 스티바가는 RCT 임상을 통해 넥사바 치료 이후 2차 약제로 유효성을 입증해 냈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치료 효과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의구심은 스티바가의 RWE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까지 이어졌는데, 이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수가 충분한 근거를 보일 만큼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RWE 연구를 발표했던 넥사바나 렌비마 역시 RCT 대비 저조한 결과를 보여, 스티바가의 치료 효과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는 "스티바가의 3상 임상인 ‘RESORCE’ 연구는 비교적 넥사바 치료를 잘 견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큼 RCT 결과를 실제 진료 환경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RWE는 스티바가 데이터 중 가장 규모가 클 뿐더러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까지 포함되었음에도 불구, RCT 연구와 효과 및 안전성이 유사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스티바가에 대한 그간의 의구심들을 잠재우기 충분한 결과라는 의미다.

이번 RWE는 2017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국내 9개 기관(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울산대병원, 해운대백병원, 전남대병원, 경상대병원)에서 넥사바 치료 후 스티바가를 투여받은 환자 4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후향적 연구다. 연구 참여한 환자들은 BCLC B와 C, Child-Pugh A에 해당되는 환자들로 넥사바의 질병진행소요기간(TTP) 중앙값이 3.9개월이었으며, 2차 약제로 스티바가를 투여한 환자 305명(69.3%), 3차 115명(26.1%), 4차 20명(4.5%)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환자들의 전체반응률(RR)은 7.7%였으며,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3.2개월이었다. 전체생존율(OS) 중앙값은 12.1개월이었고, 넥사바 치료 기간을 포함한 OS 중앙값은 28.5개월이었다. 또한 115명의 환자가 스티바가 치료전 면역항암제(니볼루맙, 펨브롤리주맙, 두발루맙, 트레멜리무맙, 아테졸리주맙 등)를 투여했지만, 2차로 스티바가를 투여한 환자군과 PFS와 OS값의 통계적인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스티바가 투여 후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의 ORR은 12.3%였고, PFS 중앙값은 2.2개월, OS 중앙값은 7.6개월이었다. 전체 환자의 15.2%(67명)가 부작용으로 인해 스티바가의 투약을 일시 중단했고, 22%(97명)은 용량을 감량했다. 다만, 스티바가의 용량을 160mg로 투여한 환자와 120mg로 투여한 환자간에 통계적인 치료 효과의 차이는 없었다.

유창훈 교수는 "과거 RWE는 환자지원프로그램에 등록된 환자 40명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만큼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스티바가의 용량에 따른 예후인자와 국내 간암 환자의 치료 패턴까지 모두 고려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넥사바와 스티바가만 존재했던 이전 RWE 환경과 달리, 이번 RWE는 면역항암제까지 치료 패턴에 들어온 상황에서 진행됐다"며 "여러 약제들이 등장한 상황에서도 RCT 연구와 일관된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스티바가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고 치료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티바가의 수족증후군(HFSR) 발생, "더 나은 치료 성적에 긍정적 신호"

그간 '넥사바의 수족증후군 발생이 더 나은 생존기간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 이에 이번 RWE 연구에서는 스티바가 부작용과 치료 성적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한 분석도 시행되었다. 연구 결과 스티바가 역시 HFSR 발생 환자에서 더 나은 치료 성적을 보인다는 것이 확인됐다.

RWE 연구 논문에 따르면, 스티바가 치료 후 HFSR이 발생한 환자인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생존 기간이 크게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HFSR이 발생한 환자의 OS 중앙값은 17.5개월로, HFSR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9.7개월)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부작용 발생 전에 스티바가를 조기 중단(2개월 이내)한 환자를 제외한 분석에서도 HFSR이 발생한 환자의 OS 중앙값은 26.9개월로, HFSR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14.8개월) 대비 높았다.

유창훈 교수는 "표적치료제의 특이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에서 예후가 더 좋다고 알려져 왔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넥사바의 수족증후군"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넥사바 뿐만 아니라 스티바가에서도 수족증후군이 발생한 환자의 예후가 더 좋게 나타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즉, 그간 스티바가의 단점 중 하나로 꼽혀 왔던 HFSR이 오히려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일종의 마커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 교수는 "환자의 이전 넥사바 독성을 고려하여 스티바가의 용량을 조정해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효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결과와 수족증후군 발생이 더 나은 OS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결과가 함께 발표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결국 수족증후군이 발생하더라도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 들여서 이를 경감시킬 수 있는 보조치료와 함께 항암치료를 더욱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길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