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암 치료에 다양한 약제들이 나오면서 간암 정복을 향한 연구와 발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간암은 다른 암보다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해 치료제 개발이 더뎠지만 새로운 약물들이 개발되면서 1, 2, 3차 치료제까지 옵션이 다양해 진 것. 이에 세계적인 암치료 가이드라인인 ESMO 가이드라인 위원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임호영 교수를 만나 간암의 최신 치료동향을 살펴보기로 했다.  

국내 간암 임상연구 아시아에서 ‘탑’

“간암은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 쪽에 환자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유럽 환자들의 가이드라인을 아시아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아시아에 맞는 ESMO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한국대표로 참여한 것이죠.”

국제적인 항암치료 가이드라이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국 NCC 가이드라인이고 또 하나는 임 교수가 참여한 유럽 ESMO 가이드라인이다.

이 중 아시아 ESMO 간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한국 대표로 참여한 임 교수는 유럽 기준의 가이드라인을 하나하나 보면서 아시아에 적용할 수 있는 지 검토하고 추가할 것은 하면서 세계적 가이드라인을 아시아에 맞도록 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간암은 치료에 있어 각자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도 하나의 진료패턴이지, 치료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한편, 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간암 임상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물론 전세계 간암환자의 절반이 중국에 분포해 있을 정도로 환자가 많다보니 중국이 간암 치료의 주요 국가이긴 하지만, 임상연구만큼은 우리나라가 월등히 앞서가고 있다는 것. 임 교수는 그 이유로 첫째, 영어 소통이 잘된다는 점을, 다음은 대형병원 위주로 암 환자 치료가 이루어지다보니 임상연구의 수월함을 꼽았다. 

“일본은 우리처럼 대형병원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라서 실제 아시아 임상연구 환자등록에는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많이 참여하며, 결과도 전세계에서 ‘탑’일 정도로 빠르다”며, 이에 더해 “국내 의료진들의 수준 높은 논문들 및 진료뿐만 아니라, 장비의 수준도 높아서 임상연구 진행과 결과도 신뢰도가 높다”고 전했다. 

간암, 1·2·3차 치료제 나오면서 치료 패러다임 변화

백신의 개발과 위생환경이 좋아지면서 간암 원인인 바이러스성 간염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렇게 되면 간암도 감소할 것 같지만, 실제 세계적으로 간암의 유병율은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염은 줄어들고 있지만 알코올이나 비만, 대사질환에 의한 간암은 늘고 있기 때문.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간암은 암 순위 3~4위를 할 정도로 발생율이 높다. 

그렇다면 간암 치료는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간암 초기에 시행하는 수술이나 고주파 치료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수술기법이 좋아지고 수술 후 환자 케어도 발전했으며, 특히 다른 나라는 사망자 간이식이 많은데 비해 우리나라는 일가친척 등 생체 이식이 활발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색전술은 간암 중기에서도 유용하며 기법의 발전으로 결과도 좋다.

문제는 초기에 진단받는 환자들도 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중기나 진행된 병기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항암요법 발전에도 큰 진전이 있어 진행된 병기의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임 교수에 따르면, 과거 2007년 이전에는 진행된 간암의 경우 치료 약제가 없었다. 항암 화학요법제가 다른 암에서는 성과를 보이는 반해 간암의 경우 간기능이 저하 되어 일반적인 항암제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결과가 좋지 못했던 것.

그러다 2007년 간세포암 표적치료제 넥사바(소라페닙)가 1차 치료제로 나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임 교수는 “당시 반응율이 3% 미만이라 당시 많은 의사들은 진행된 병기에서도 색전술, 방사선 치료를 한 뒤 반응이 없으면 넥사바를 쓰는 식으로 치료했다”고 말했다. 즉, 생존율은 연장했지만 가능한 한 국소치료를 끝까지 하는 경향이 더 많았던 것. 이후 10년 동안 여러 약들이 나왔지만 넥사바 보다 나은 결과를 보이는 약들이 없었다. 그러다가 스티바가(레고라페닙), 렌비마(렌바티닙)가 나오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얼마전 면역항암제와 혈관형성억제제를 병용하면 넥사바보다 월등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이제 간암에도 1, 2, 3차 치료제까지 나온 것으로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 

즉, “과거에는 국소치료를 하고 항암제를 썼다면 이제는 이른 시점에서 항암제를 투입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일본 데이터를 비롯해 여러 데이터들에서 색전술 환자보다 효과를 못 볼 것 같았던 환자들에게 항암제 투약시 생존이 더 길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치료에서 두 가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전신항암요법을 언제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타이밍이고, 또 하나는 ‘1~3차 치료제를 어떤 식으로 배열해 사용할 것인가’가 간암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라는 것. 

이와 함께 “항암치료에 들어가면 간기능이 떨어지므로, 간기능을 계속 추적하면서 적절하게 용량이나 치료 약제 변경을 통해 부작용 관리를 하는 것이 간암 치료의 포인트”라고 임 교수는 설명했다.

효율적 급여화로 간암환자의 치료혜택 길 열어줘야

“렌비마가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치료 실패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치료제 연구가 없어서 급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됐는데도 2차 후속 치료가 어려운 현실이죠. 간암환자들의 생존기간이 짧은 것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치료혜택의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즉, 렌비마 후속치료로 스티바가를 쓰려면, 렌비마 치료의 실패 환자를 대상으로 스티바가 치료군과 위약군의 효과를 비교한 3상 임상연구가 요구되는 것. 그러나 “그러한 연구가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연구”라며 “3상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문구에 집착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렌비마 사용 후 스티바가 처방은 허가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나온 약제 5~6가지를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옵션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2차 치료제로 스티바가는 급여가 됐지만, 여타 약제들은 좋은 결과가 나와도 허가조차도 안 됐거나 허가가 되어도 급여 기간이 긴 것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간암은 복잡한 암이므로 다학제 치료 및 연구가 중요한 분야라며, 다양한 과의 의견을 통한 치료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임 교수.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노력들이 모여 간암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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