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 사태로 개인은 물론 가족의 위생과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이를 계기로 개인에서 나아가 가족단위의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가족주치의’ 제도를 추진할 방침이다. 4월로 임기 시작 4개월째를 맞는 가정의학회 최환석 이사장(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은 가족주치의 제도 추진을 통해 일차의료의 중심에서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개원가 살리기에도 적극 나선다는 다짐이다.

코비드19로 더욱 중요해진 ‘가족주치의’ 제도 추진

“코비드19 사태를 겪으면서 가정의학회가 초창기부터 주장해온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한 명의 건강을 담당하는 주치의에서 나아가 가족단위로 건강을 관리하는 ‘가족주치의’ 제도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올해는 가정의학회가 창립 40주년이 되는 해로, ‘주치의’ 개념은 학회가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추구해온 모토이기도 하다. 

메르스 사태 때도 그렇고, 코비드19도 결국 국가의 힘으로만 막을 수는 없다는 것. 앞으로 감염병 사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이때마다 개인과 가족의 건강상태와 자가격리 등의 결정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는 최 이사장. “주치의가 있다면 이러한 일들이 생길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전화로 주치의와 상의해서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이 부분부터라도 시급히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15대 가정의학회 집행부 슬로건도 ‘백년동행 가족주치의’로 정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가장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고,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가족 전체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단위로 건강을 관리하지 않으면 진정한 케어가 힘들다는 것이 이번 코비드19 사태에서도 증명됐다는 것.   

“학회에서는 이같이 가족 단위로 건강을 관리하는 개념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개원의에 공유할 예정”이라며 “코비드19 사태를 보니 당초 계획보다 더 빨리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이번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정부와 협력하는 형태의 ‘코비드19 감염병에 있어서 가족 주치의의 역할이나 영향, 효용성에 대한 연구과제(가제)’를 제안할 예정이다.  

개원가 살리기 주력…주치의 수가 마련·공동개원 등 모색

가정의학회 이사장 선거 당시 최 이사장은 ‘개원가 살리기로 강한 가정의학 실현’이라는 공약을 내걸었을 만큼 개원가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우리 학회는 회원 3분의 2가 개원의이다. 개원가가 튼튼해야 학회가 제대로 선다”며 “그러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가정의학 주치의와 관련된 수가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일환으로 15대 집행부는 미래기획위원회, 일차의료 수가개발위원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정밀의료 위원회, 지방 가정의학과 의국 살리기 특별위원회, 3차병원 가정의학과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일차의료 정책 연구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 개원의 주치의에 대한 수가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코비드19 같은 감염병 상황 및 거동이 어렵거나 부득이하게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의 경우 주치의에게 전화로 상담 및 처방 받는 부분에 대한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의협에서는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환자가 3차병원으로 직접 연결되어 개원가가 고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이러한 권리를 개원가 주치의에게 주면 개원가 진료의 질도 좋아지고 3차 병원에 불필요한 경증환자가 몰리는 것도 줄어들 것”이라며 “지혜롭게 운용의 묘를 살리면 의료전달체계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 개원가에서 힘들어 하는 부분은 규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 질병 치료에만 매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수많은 규제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부담은 나누고 의사들의 삶의 질은 높일 수 있는 ‘공동개원’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이사장은 공동개원의 일환인 일본의 방문진료를 그 예로 들었다. 일본의 경우 노인환자는 늘어나지만 병실을 늘리지 않고 집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재가방문 치료를 늘리고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24시간 콜을 받을 수 있는 모더레이터 역할의 센터가 있어야 한다. 이 센터는 의사 및 간호사, 사회사업팀에게 정보를 모아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주치의는 임종까지도 집에서 환자 곁에 같이 있어주며 마지막까지 주치의 역할을 다 하는데, 일본에는 이러한 수가들이 마련돼 있다.

“코비드19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고급 의료를 문턱 낮게 받을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러한 장점이 있으므로 아직 재가방문에 대한 보험체계가 없지만, 일단 시작하면 비교적 빨리 정착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정의학의 역할은 ‘First In, Last Out’

“올해 레지던트 지원율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수련 개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학회의 여러 노력을 통해 ‘가정의학은 가족단위 주치의’라는 개념이 정립되면 지원율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0년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지원율이 역대 최저를 보였다. 이에 학회는 수련 개선을 비롯해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정체성 확립에 집중할 방침이다.

최 이사장은 “가정의학은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통합의학, 노인의학, 완화의학 등 무한한 범주를 가지고 있어서 보람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며 “학회가 추진하는 가족주치의 개념 및 관련 제도 마련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가정의학회장이 각국 회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소개했다. ‘가정의학은 First In, Last Out’이라는 메시지이다. “코비드19 사태에 세계 회원들에게 보낸 이 메시지는, 가장 먼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가정의학과 의사이며, 가장 마지막까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도 가정의학과 의사라는 뜻으로 가정의학과 의사의 주치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정의학회는 춘계학술대회를 연기하면서 등록비 1,470만 원을 의협에 코비드19 성금으로 기부한데 이어, 2, 3차에 걸쳐 2,519만 원을 추가 기부하며 지속적으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큰 금액은 아니라도 일차의료의 중심으로서 감염병 극복에 대한 동참 의지와 추후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한 회원들의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최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가정의학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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