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김기현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김기현 변호사

수사기관이 병원에 진료기록을 제출해 달라는 ‘수사 협조 요청’공문을 발송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병원 담당자들은 수사기관이니까 진료기록을 제출해도 되는 건지 궁금해 한다.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관계법령과 함께 수사상 필요하니 환자의 진료기록을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받은 의료기관 관계자라면 수사상 필요하다고 하니 보내줘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환자의 진료기록을 이렇게 보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의료법 제21조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제3자에 대한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발급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나, 법령이 정한 일정 범위의 자가 환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 공익 목적 실현을 위한 급여심사, 압수수색 영장 등 구체적으로 명시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특히 의료법 제21조 제3항 제6호에 따라 법원의 명령, 압수수색 영장 이외에 보관자의 “임의제출”이 가능한바, 수사기관은 이를 근거로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기록을 임의제출 하도록 업무협조 요청 공문을 송부하여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환자의 동의 없는 제3자에 대한 진료기록 사본 발급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인데, 예외 사유 중 하나인 ‘보관자의 임의제출’은 말 그대로 보관자의 의지에 의한 제출이기 때문이다. 즉, 진료기록 사본 제공에 따르는 공익과 사익의 이익형량을 의료인 스스로 판단하여 공익을 위해 임의로 진료기록 사본을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해당 환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를 검토하여야 하고,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만 제출하는 등 환자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내역은 되도록 제출하지 아니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료기록은 환자의 건강상태, 신체적 특징, 병력 등 민감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진료기록이 유출되는 경우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와 더불어 2차적 피해가 가능하다. 의료법이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발급을 위한 요건을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한 목적은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진료기록의 작성 및 보관자인 의료인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인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법령에 명시된 예외 사유 이외에는 진료기록을 유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수사기관은 법령 상 예외적 사유 외에는 의료기관에 진료기록 제공 요청을 자제함이 타당할 것이나, 의료인으로서도 공익을 위하여 진료기록 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임의로 제출해야 할 경우 또는 진료기록 대신 환자에 대한 질의에 답변이 필요할 경우, 그 내용에 따라서는 환자의 정보가 노출되어 의료법이 규정한 의료인의 비밀유지 및 진료기록 열람 조항에 위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법률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서 매우 신중하게 답변을 결정함이 적절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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