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환자의 증상, 병력, 가족력, 진단명, 치료 내용 및 일시 등을 비롯해 환자 개인에 관한 중요하고도 민감한 구체적 정보들을 담고 있는바, 진료기록은 환자 개인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보험급여, 연금급여 등의 산정을 위하여도 쓰일 수 있으며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환자의 진료기록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의료법 제21조는 진료기록의 열람 및 사본발급의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그 중 몇 가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환자는 ‘본인에 관한 기록’의 열람ㆍ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 여기서의 ‘본인에 관한 기록’은 의료기관이 환자를 치료하고 진단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모든 기록을 말한다. 그래서 환자를 진료하며 생성된 진료기록은 물론이고, 다른 의료기관으로부터 전달받아 보관하고 있는 진료기록을 비롯하여 환자가 제출한 각종 동의서, 위임장 등 일체의 기록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기록에 추가기재ㆍ수정이 있었을 경우 추가기재ㆍ수정 전의 원본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의료기관 종사자의 개인적인 메모, 진료기록 시스템의 열람 및 로그인 기록 등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록의 발급 대상은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이고, 신분증 확인 외에도 휴대전화나 공인인증서를 통한 온라인 본인인증을 통해서도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환자의 법정대리인도 환자와 동일한 요건으로 발급을 요청할 수 있고, 환자의 친족이나 대리인도 동의를 받거나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기록 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기록 발급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기록의 발급은 정당한 권한을 갖춘 사람에게만 할 수 있으므로, 환자 본인 여부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법정대리인에 의한 발급의 경우 법정대리인임을 보일 서류가 구비되지 않은 경우, 동의 여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등,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발급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료비 미납을 이유로 진료기록 발급을 거부할 수는 없다.

확인요청의 대상이 되는 ‘환자에 관한 기록’은 의료기관이 이미 생성하여 보존하고 있는 기록을 말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열람 및 사본 제공을 위하여 담당 의사의 확인이나 승인 등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환자의 적법한 진료기록 발급 요청이 있을 때 담당 의사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발급을 지연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다.

환자 본인이나 친족, 대리인 외에도, 의료법 제21조 제3항 제4호 내지 제16호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사기관, 법원, 근로복지공단, 보험회사 등 각종 기관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사본의 발급 또는 내용의 확인을 하여 줄 수 있는 경우들을 규정하고 있다.

위에 정하여진 경우 외에는 의료기관은 진료기록 사본을 제공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법제처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가 환자에 관한 기록을 요청한 경우 의료인은 의료법을 근거로 기록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석하였으나,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안전관리원의 장이 환자에 대한 기록을 요청한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는 의료법을 이유로 기록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

한편 법제처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 받은 보험회사 등이 의료법 제21조 제3항 제9호에 근거하여 환자에 관한 기록의 열람 외에 사본 교부를 요청한 경우 의료인은 기록의 열람 외에 사본 교부까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였는데, 이는 해당 법조문에서 보험회사 등의 ‘진료기록의 열람’ 청구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사본 교부 등 ‘자료의 제공’에 대하여는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료기록 열람 및 발급에 관한 규정들이 의료법 및 타 법률들에 산재해 있고, 상호간의 우선순위 등에 관한 해석이 쉽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그리고 환자나 보험회사, 각종 기관들에서 진료기록 열람‧발급의 구체적인 요건이나 절차 등에 관해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발급 등을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 등 업무에 관하여 보건복지부가 2019. 10. 16. 발행한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발급 업무 지침」을 우선적으로 참조하되, 진료기록 발급 요청과 관련하여 의문이 있을 경우 불필요한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하여는 가급적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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