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하고 새로운 치료법들이 도입되면서 췌장암 치료에 탄력이 더해지고 있다. 기존 약물을 활용한 치료법과 함께 다학제 진료에 대한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활기를 찾고 있는 것.

다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치료 방법들이 표준화 되지는 않았다. 더욱이 병의 진행 상황이나 환자의 전신 상태 등 여러가지 요인들에 따라 치료 방법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터.

그렇다면 각각의 상황에 맞는 가장 적합한 치료법은 무엇일까.

본지는 췌장암에 대한 연구들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종양내과 전문의 3인을 만나 '췌장암 병기별 효율적인 치료 전략'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 참석자 >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이하 전)
울산대병원 종양내과 천재경 교수(이하 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이하 유)
의료정보 김태완 기자(이하 김)

김: 최근 몇년 사이에 췌장암에 대한 다양한 치료 전략들이 발표되면서 치료 성적도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이나 의료진마다 선호하는 치료 전략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진료 현장에서 췌장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교수님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치료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① 절제 가능성 췌장암
② 국소 진행성 췌장암
③ 전이성 췌장암
④ 향후 췌장암 치료 패러다임은?
⑤ 환자가 알고 싶은 정보

김: 췌장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환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 자리를 빌어 환자들의 궁금증을 일부라도 해소해 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 중 하나는 완치 가능 여부와 병의 진행 속도인 것 같다.

유: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완치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완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과거에는 불치라고 생각했던 3기 췌장암에서도 일부는 완치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췌장암도 완치가 가능한 암이며, 점차 완치율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천: 환자들은 이분법적으로 완치가 가능한지 아닌지로만 나눈다. 하지만 췌장암은 그 중간에 있는 환자가 많다. 이는 치료를 유지하면서 환자의 생존 기간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전문의들도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완치가 어렵다고 치료를 기피하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된다. 그 점이 환자를 대하면서 자주 접하는 안타까운 내용이었다. 일례로 무게감의 차이는 있겠지만 당뇨도 완치가 가능하지 않지만, 치료를 기피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면 된다.

전: 췌장암은 조기에 발견해서 완치율을 높이는 것도 어렵고, 쓸 수 있는 약제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최근 폴피리녹스나 아브락산 같은 약물들이 등장하면서 환자 예후가 좋아지고 있다. 또한 예전에는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없었던 국소진행성 췌장암 환자의 상당 부분은 완치를 목표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김: 항암치료와 부작용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환자들 중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버티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조절해야 하는가?

유: 항암제로 조절되는 상황에서 독성이 심하다고 약을 끊으면 병이 진행하는 케이스가 많다. 환자는 병이 진행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불가역적으로 악착같이 버티는 케이스도 있다. 담당 의료진과 이러한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료 초기 단계부터 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약효와 부작용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동일한 용량의 항암제를 계속 투여하면 견디기 어렵다. 췌장암은 마라톤처럼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치료해야 하는 질환임을 인지해야 한다.

전: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항암치료로 발생하는 부작용의 상당수는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부작용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불안할 수 있는 만큼, 의료진들이 항암치료 전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일부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하는 의사들이 기계적으로 항암제만 투여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양내과 의료진들은 환자들과 함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항암제를 쓰는 것이다. 항암제는 필요에 따라 치료를 멈출 수도 있고 용량을 줄일 수도 있다. 항암제는 필요한 시기에 다시 투여할 수 있는 만큼 너무 경직되게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천: 저는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독성이 발생하는 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막기 위해 약물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 치료를 받는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비 부담에 대한 걱정도 빠질 수 없는 것 같다.

유: 췌장암의 주요 치료제들은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비싼 편은 아니다. 다만 2차 치료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하나 정도의 옵션은 급여 혜택을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가장 급여가 필요한 것은 어쥬번트(adjuvant) 치료에서의 폴피리녹스다. 이는 단순히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완치율을 높여주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췌장암 치료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폴피리녹스 어쥬번트인데,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천: 환자들의 약제비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약제 선택 전에 환자에게 실비 보험 유무를 물어보게 된다. 단순히 치료 효과나 삶의 질 등을 떠나 약제를 선택하는데 가장 큰 요인은 약제비를 부담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되는 것 같다.

김: 환자 입장에서는 차도가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중요한 문제다. 환자 중에서는 치료 효과가 다소 더디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췌장암 치료에 대한 반응 속도는 어떠한가.

유: 진단 당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다가 1~2주만에 통증이 줄었다고 할 정도로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환자도 있었다. 폐암이나 유방암 같은 질환은 반응률이 50%를 넘어가지만 췌장암은 반응률 자체가 다른 암종에 비해서 낮기 때문에 환자가 더디다고 느끼는 것 같다.

전: 항암치료에 대해 의료진은 객관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면,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조급함이나 불편감을 느끼는 경향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의사 입장에서는 치료를 받는 환자와 받지 않는 환자 모두를 경험하고 비교할 수 있지만,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길을 가본적이 없기에 치료가 더디다고 느낄 수 있고 조금의 불편감도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볼 때는 치료를 받지 않아 병이 진행하면서 생기는 불편감에 비해 치료를 받는 이득이 월등히 많다고 생각한다. 의료진은 지속적인 설명을 통해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메꿔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천: 항암치료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암이 췌장암이다. CT를 찍지 않아도 반응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확실하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암종과 비교하면 기대하는 수준이 다를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항암치료를 통해 확실하게 체중도 늘고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삶의 질이 개선된다. 한마디로 췌장암의 반응 속도는 더디지 않다.

김: 췌장암 치료제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개발 중인 약물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감도 높은 것 같다. 무엇보다 면역항암제를 쓸 수 없겠냐는 환자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 면역항암제는 이미 췌장암에서 효과가 없다고 밝혀졌기 때문에 권하기 어렵다. 담도암만 해도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5~10% 정도 나온다. 낮은 수치지만, 이 정도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치료에 이용할 용의가 있다. 타 암종에 효과가 있다는 이유만로 임상에서 실패한 췌장암 치료에도 쓰자는 것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전: 여기서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직 효과를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없다는게 밝혀졌다는 이야기다. 다수의 면역항암제들이 췌장암 임상을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치료 효과를 입증한 약제는 없었다.

유: 극히 드물게 MSI-high(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가 나타난 환자에게 고려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환자군은 1%도 안된다. 이를 제외하면 췌장암에서는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없다는게 증명이 됐다. 환자가 면역항암제 투여를 원하는 경우에는 효과 없는 약을 굳이 맞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김: 면역항암제가 췌장암에서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하더라도 절박한 환자 입장에서는 면역항암제로 한번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례들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요양병원에서 면역항암제 투여를 하고 오는 환자도 있을 텐데,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없는가?

유: 사실 그게 가장 걱정이다. 3~4년 전 면역항암제의 연구 결과가 적을 때에는 만약의 가능성 때문에라도 명확하게 환자들의 문의에 답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면역항암제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없다는게 증명이 됐다. 이 상황에서 면역항암제를 굳이 쓴다면 오히려 부작용 위험만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새로운 차원의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어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요양병원까지 따로 찾아가서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 내용은 사실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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