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형선고로 인식되는 췌장암. 다른 암보다는 미미할지 몰라도 획기적인 항암제의 등장과 유전자 분석의 발전, 정밀의료와 접목되어 자체적으로는 치료에 큰 발전을 이루며 지속적으로 치료율이 향상되고 있다. 의료정보는 ‘췌장암 특집호’를 기획하며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간담췌암분과 박준오 위원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을 만나 췌장암 치료의 발전 현황과 희망을 들어보았다.

 

전이환자 생존율 4~5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늦지만 꾸준한 발전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하면 여전히 생존율이 낮지만, 세부적으로는 치료에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전이 환자의 생존율의 경우 3~4개월에 불과하였지만 지금은 1년 정도로 늘었죠. 이 수치는 췌장암 자체로서는 매우 큰 발전입니다”

국가암등록통계(2015)에 따르면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년 전 41.2%에서 2015년 70.7%로 높아졌다. 그러나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9.4%에서 10.8%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췌장암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췌장암은 조기진단이 잘 안 되어 10명이 진단을 받으면 수술할 수 있는 케이스는 2~3명밖에 안 된다”며, 또한 “암 특성상 진행이 빠르고, 여러 가지 해부학적 특징 때문에 전이가 없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췌장암 세포가 췌장주변의 주요 혈관으로 침범하여  완전절제가 잘 안 되는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췌장암 세포는 인체 면역 세포의 공격에서 자기를 보호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유전자 변이가 능수능란해 암 유전자를 공격하는 면역항암제나 표적항암제도 잘 듣지 않는 것도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같이 수술환자가 적어서 전체 5년 생존율은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히 전이성 췌장암의 치료성적의 경우 항암제의 개발에 따라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박 위원장에 따르면 췌장암 항암제 치료는 지난 30년간 2가지 빅 웨이브 사건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가 젬시타빈의 도입이다. “기존 약물로 치료하면 전이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3~4개월에 불과하였는데 80년대 중후반 젬시타빈이 나오면서 6~7개월로 늘어나는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 후 많은 신약들이 나왔지만 임상시험에 실패하면서 20여 년 동안 췌장암 치료의 암흑기에 있었다. 그러다 2003년 폴피리녹스가 등장하면서 전이성 또는 재발성 췌장암 치료의 성적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으며, 2005년 세포독성항암제 파클리탁셀에 알부민을 결합시킨 아브락산이 등장하면서 생존율을 10개월~1년으로 향상시키는 두 번째 빅 웨이브 사건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정밀의료 도입 등으로 새 치료법들 등장

위와 같이 두 가지 빅 웨이브 사건이 있은 이후 약 10여년이 지난 현재도 세계적으로 세포독성함암제 등 췌장암 치료제들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대해서는 아직 눈에 띄게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이르다는 박 위원장. 그럼에도 정밀의료 등의 발전으로 여러 경로를 통한 치료 접근에 대한 연구들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어 희망을 주고 있다.    

췌장암 수술 후에는 남은 미세 전이로 인해 대부분 1~2년 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 항암제는 미세 전이를 잘 막지 못했지만 아브락산, 폴피리녹스 등은 전이성 췌장암의 치료에 효과적인 치료가 수술후 보조요법에 되입되면서 수술환자의 5년 생존율이 2~30%까지 육박하며, 평균 생존기간을 4년 정도로 높아지는 발전이 최근 2~3년 사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박 위원장은 “이같이 최근에는 췌장암 자체보다 주변을 싸고 있는 미세 종양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연구의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존 아브락산이나 새로운 췌장암 치료제인 오니바이드가 효과적인 것도 이러한 미세환경을 뚫고 나온 종양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췌장암 자체는 주변에 면역세포가 없거나 드물기 때문에, 면역조절을 통해 치료율을 높이는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다. 이를 비롯해 최근 획기적 연구 중 하나가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 브라카(BRACA) 돌연변이 유전자와 관련한 연구이다. “췌장암 일부 환자들도 브라카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 췌장암 환자의 5% 정도가 해당 된다”며 “브라카 유전자가 있는 경우 췌장암에서도 올라파립 억제제가 종양세포를 죽게 만드는 효과가 입증됐다”는 것. 이에 최근 FDA는 브라카 돌연변이가 있는 췌장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올라파립을 승인하기도 했다.

그는 “브라카 유전자 대상이 5%밖에 안 되지만 이를 추려서 유전자 기반의 정밀의학 치료가 췌장암에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연구라고 할 수 있다”며, “췌장암 정밀의학 치료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중 유튜브·SNS 통해 췌장암 제대로 알린다

“지난 30여 년간 치료성적은 좋아졌지만, 췌장암은 여전히 어려운 병입니다. 그래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전문적이지 못한 정보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죠. 이에 연구회에서는 대한종양내과학회와 협력하여 다양한 경로로 환자들에게 췌장암에 대해 정확히 알려나가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박 위원장은 몇 가지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첫째는 췌장암 치료 발전을 위한 임상시험 등 학술적인 부분에 대한 집중이다. 두 번째는 공고한 다학제 기반의 마련이다. “췌장암 치료의 키 플레이어는 종양내과, 종양외과 의사로써 두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이 매우 중요하다”며, “3년 째 진행하고 있는 췌장외과 분야와의 심포지엄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주안점을 둘 부분은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다. 11월 셋째 주 췌장암의 날을 즈음해 대한종양내과학회 주관으로 ‘췌장암 췌인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전문의들이 증상, 치료과정, 통증 조절 등 췌장암에 대해 알리고 있다. “지난해 호응이 매우 좋아서 올해도 더 많은 컨텐츠를 제작해 유튜브, 종양내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 연중으로 업로드 할 예정”이라고.

또한 국립암센터에서 만들고 있는 한국판 췌장암 가이드라인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현재 NCC, ASCO, 유럽종양학회인 ESMO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종양내과 의사들에게는 치료가 표준화 돼 있지만 세부적 내용은 병원 상황이나 의사 선호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며 “한국판 드래프트 가이드라인이 올해 안에 완성되면 치료 표준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치료는 어려워도 여러 경로로 치료법들이 연구, 개발되고 있으므로 췌장암은 절대 포기할 병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박 위원장. 이 메시지가 췌장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의 울림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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