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9개 전문병원들이 모인 대한전문병원협회가 출범했다. 중소병원의 전문화, 특성화 논의가 된 지 10여 년 만이다. 정흥태 초대회장(서울·부산 부민병원 이사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선순환적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임을 다짐한다. 이를 위해 윤리경영과 의료 표준화 시스템을 마련해 국민 신뢰를 쌓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윤리경영과 표준화로 신뢰 쌓기 최우선
“선순환적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원래 취지대로 제도를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 정책지원을 요구하기 이전에 내부적인 윤리경영과 의료 표준화 확립으로 신뢰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이는 정 회장과 회원들의 공통된 뜻이다. 전문병원답게 치료기술이나 차별화 된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적정진료와 투명경영 등의 표준모델을 통한 윤리적 경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먼저라는 것.
“일부에서는 전문병원들의 과잉진료와 병원위주의 진료시스템을 지적하기도 한다”며 “이는 전문병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 자성의 노력과 개선을 통해 투명하고 모범적인 병원상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말한다.
초기 사업들도 이러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계획했다. 전문병원다운 전문병원으로 최상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 분야별 차별화 된 교육을 실시하고 진료 표준화 모델을 만들 예정이다. 예를 들면 인공관절 환자에게 어떤 항목이 적절한 의료비로 제공할 수 있는지 표준화 된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또 환자 안전을 위한 병원 시스템을 정착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전문병원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및 인센티브 개발, 전문병원평가 인증항목 제시, 병원간 정보공유 등의 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99개 전문병원이 대한민국 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비효율적 진료를 지양하고 하나된 조직을 위해 소통하고 화합하겠다고 다짐한다.

차별과 차이는 달라…차이 인정해야 발전한다
“차별과 차이는 다른 것입니다. 인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레벨 유지를 위해 까다로운 요구조건 충족해서 얻은 ‘차이’는 ‘차별’이 아니므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그것이 공정한 사회죠.”
협의회는 미지정 기관이 ‘전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정부에 제재를 촉구할 방침이다. 사실 현재 전문병원이 받는 혜택은 ‘전문’이라는 인증마크가 전부다. 전문병원들은 진료실적, 의료인력 등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고 어렵게 선정된 만큼 ‘차이’에 대한 혜택은 분명 있어야 한다는 것. 정 회장은 “공정한 사회는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해 주는 사회이고, 그래야 발전이 있다”며 “지정 받지 못한 병원들도 차이를 인정하고 노력하면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병원이라고 해서 특권 의식은 가지지 않고 거점병원들과 상생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복지부의 전문병원 선정이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부분 위주로 평가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하고 복지부에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인증 받지 못한 병원들도 질적 노력을 통해 인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평가기준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전문병원 입장에서는 인증 받기 위한 노력에 비해 미미한 혜택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에 정부에 수가인상이나 인센티브 등의 요구를 원할 수도 있겠지만, 내부적 역량을 키워 신뢰가 쌓이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따르지 않겠냐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다.  

‘추가지정은 신중히 생각해야 할 부분’
전문병원 인증 주기는 3년이다. 그러나 복지부에서는 1년 단위로 추가지정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에 있다. 전국 99개 전문병원이 일부 과목이나 지역에 편중된 부분도 있고 분포가 완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신중히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지역병원의 경우 기준에 해당하는 전문의 수를 무리하게 맞추다가 주위 다른 병원들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병원이 너무 많아도 신뢰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여러 사항들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 그는 “추가지정 보다 중요한 것은 기 지정 병원들이 지정 당시의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라며 “지정 이후 인력이 기준에 안 맞는다던가 과잉진료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내부적으로 계도하고 퀄리티 유지를 위한 객관적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전한다.

‘전문병원, 한 분야만 잘하는 병원? NO!’
정 회장은 서울·부산 부민병원 이사장이다. 부산에서 25년 간 척추·관절·내과분야 전문 종합병원으로 자리잡은 부민병원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에도 확장 개원하며 해외환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전문병원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한 분야에만 전문’이라는 점을 개선한 특화로 전문병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있다. 무릎수술을 잘 하더라도 다른 부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갑작스런 위급상황에도 대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감염, 내과, 응급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전문병원은 이미 의료의 질적수준이나 치료환경면에서 대형병원에 비해 결코 경쟁력에 뒤지지 않는 병원들이지만, ‘한 가지만 잘한다’는 단점을 보강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마련해 보급하는데도 주력하겠다”고 말한다.
허리역할을 하는 중소병원과 전문병원들이 잘 정착돼 활성화된다면 의료비 절감 및 건보재정 안정화 등 긍정적 측면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정 회장. 다른 모든 욕심들을 버리고 국민신뢰 쌓기에 총력을 다 하겠다는 포부로 항해를 시작하는 전문병원들이 우리 의료계의 큰 문제인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겠는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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