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폐렴의 확진 환자수는 늘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성 질환과 싸우는 것도 힘들지만, 그로 인한 불안과 분열, 소외 등의 심리적인 어려움과도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한민국 첫 사망자는 정신건강의학과 보호병동에 입원해 있던 조현병 환자였습니다. 여러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서 옮는 전염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외부와 접촉이 거의 없던 환자들이 사망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은 정신질환자들을 단순히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받고 앞으로를 위해 재활을 도모해야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정신적인 건강 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까지 위협받는 일이 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는 현 상황에 몹시 안타까움을 표하며, 과거로부터 비롯된 많은 문제로 현재의 상황에 왔다고 사료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와 보건당국이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현재 청도대남병원에 남아있는 환자분들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보호병동에 계시는 많은 환자들의 안전이 우려되어, 국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바 입니다.

첫째, 청도대남병원 환자들이 취약계층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최선의 치료를 마련해주십시오. 현실검증력이 떨어지는 환자는 의료진에 대한 협조를 하지 않거나, 증상에 대한 소통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만성질환동반, 영양실조, 운동부족 등으로 인해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며,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해주십시오. 감염 전문가의 파견 또는 격리병동에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의 파견 등을 통해 적절한 치료기관에서 감염 질환 전문가 및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협진을 통해야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청도대남병원 확진자의 치료를 통해 사망자가 더 늘어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청도대남병원의 상황에 대해서도 국민들과 소통 해주시기 바랍니다. 현 의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인해 병동 안의 상황에 대해 다른 의료진들 및 일반인이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청도대남병원의 다른 환자들의 상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소통이 되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민간 전문가들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국가의 결단이 있을 때 민간에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셋째,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동의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가는 결국 환자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낮은 수가로 인해 이미 많은 종합병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동을 포기했으며 문을 닫는 입원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가의 현실화 및 타과 진료에 대한 수가 인정 등 제도적인 마련을 한다면 비교적 오래 기간 입원하는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들의 신체적 건강 및 영양상태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정신의료기관에서 청도대남병원과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넷째, 입원환자에 대한 감염예방을 위한 관리수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와중에도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 환우들은 늘 존재합니다. 재원환자의 면회 및 외출을 제한하는 것을 비롯해 코로나19의 유행이 끝날 때까지라도 감염관리와 예방에 최우선을 두는 입원절차의 마련을 촉구합니다.

COVID-19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은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의료기관의 환자들은 감염성 질환에 있어서도 취약계층이라는 것을 감안하시어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한 치료환경을 위한 정부와 보건당국의 적극적이고 유연한 조치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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