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당뇨병 약물요법 - 제1형 당뇨병환자의 약물요법

배경

제1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1983부터 1993년까지 시행된 Diabetes Control and Complications Trial (DCCT) 연구에서 기저인슐린과 식사 때마다 인슐린을 투여하는 다회인슐린주사나 인슐린펌프 등의 집중인슐린치료법(intensive insulin treatment)으로 당화혈색소를 7.0% 미만으로 낮출 경우, 하루 1-2회 인슐린 투여로 당화혈색소를 9.0%로 조절하는 전통적 인슐린치료법(conventional insulin treatment)에 비해 미세혈관합병증의 발생과 진행을 크게 줄였다. 또한 DCCT 연구를 2005년까지 추적 조사한 Epidemiology of Diabetes Interventions and Complications (EDIC) 연구에서는 집중인슐린치료법 시행군에서 대혈관합병증의 발생과 이로 인한 사망률 또한 감소하였다. 따라서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 다회인슐린주사나 인슐린펌프를 기반으로 하는 집중인슐린치료법으로 당화혈색소를 7.0%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DCCT 연구에서는 집중인슐린치료법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저혈당 발생이 전통적 인슐린치료법에 비해 2-3배 증가하여, 100명의 환자를 1년간 관찰한 경우 집중인슐린치료법을 시행한 군에서 중증저혈당이 62회, 전통적 인슐린치료법을 시행한 군에서 19회 발생하였다[1]. 당시 DCCT 연구에서는 중간형인슐린과 속효성인슐린을 사용하였으나, 이후 다양한 초속효성인슐린(아스파르트, 리스프로, 글루리진)과 지속형인슐린(글라르진 100 U/mL, 디터미어)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인슐린유사체들을 사용하면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서 야간 및 식후 저혈당 발생 위험성이 중간형인슐린(NPH)과 속효성인슐린(regular insulin)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당화혈색소 수치도 더 감소해,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서는 인슐린유사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라르진 100 U/mL, 디터미어보다 반감기가 더 길어진 초지속형(ultra-long acting) 인슐린 (데글루덱, 글라르진 300 U/mL)이 개발되었다. 글라르진 300 U/mL를 기저인슐린으로 사용 시, 미국과 유럽 제1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EDITION 4 연구에서는, 글라르진 100 U/mL 투여군과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지만, 일본의 제1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EDITION JP1 연구에서는 야간저혈당의 빈도를 글라르진 100 U/mL 사용에 비해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데글루덱은 글라르진 100 U/mL 에 비해 저혈당 위험인자가 1개 이상 있는 미국과 유럽의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서 야간저혈당과 증상이있는 중증저혈당을 의미있게 감소시켰다. 또한 데글루덱은 투여 간격에 여유가 있어, 8시간에서 40시간까지 투여 간격을 변경하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투여하는 것과 유사한 혈당조절 효과를 보였다.

초속효성인슐린 아스파르트에 니아신아미드(niacinamide)를 추가한 아스파르트(Fiasp®)를 식전인슐린으로 6개월간 사용하면 아스파르트에 비해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서 당화혈색소를 0.15%, 식후 혈당을 12mg/dL 감소시켰고, 식사 직후에 Fiasp®를 주사해도 식전에 아스파르트를 맞는 것과 유사했으며, 이런 효과는 1년까지 유지되었다. 한편 인슐린유사체를 사용하더라도 혼합형인슐린 2회 주사요법보다 다회인슐린요법을 사용하였을 때 제1형 당뇨병환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이 개선되고, 혈당변동성도 감소하며, 당화혈색소 수치가 개선되어, 혼합형인슐린보다 다회인슐린요법이 권장된다. 최근에는 인슐린유사체 사용으로 집중인슐린요법을 하더라도 DCCT 연구에 비해 중증저혈당 빈도가 1/2-1/3로 감소했으며, 국내에서 제1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10년 전 서구에서 시행된 연구에 비해 저혈당 빈도가 감소하였다. 적극적인 인슐린치료 방법 중 인슐린펌프와 다회인슐린주사요법 2가지를 비교한 여러 연구들을 메타분석 하였을 때, 중증저혈당 발생 빈도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는 인슐린펌프군에서 약간 우수하였다. 따라서 제1형 당뇨병에서 적극적 인슐린치료 방법으로 두 치료 방법 모두 권장된다. 다회인슐린주사 또는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는 제1형 당뇨병환자는 자가혈당측정을 하면서 섭취하는 탄수화물량, 활동량, 현재 혈당을 고려해 적절한 인슐린용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교육프로그램으로 5일 간의 Dose Adjustment For Normal Eating (DAFNE) 프로그램이 있다. 체계화된 교육을 받고 나면 상황에 맞는 식사인슐린 용량 조절과 유연한 식사가 가능하고, 당뇨병과 관련된 삶의 질이 개선되며, 당화혈색소가 호전되는 효과를 무작위대조군연구로 입증했고, 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유사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슐린민감도가 변할 수 있는 상황(스트레스, 감염, 스테로이드 사용 등)이나 인슐린펌프 사용자가 펌프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인슐린 주사로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 것을 권고한다.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 효과적인 실시간 지속혈당감시장치에는 전송기(transmitter)가 있어 실시간으로 결과가 전송되는 일반적인 형태(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와 전송기가 없어 환자가 스캔할 때만 저장된 혈당값을 볼 수 있는 flash 형태(flash glucose monitoring, FGM)가 있다. 두 종류 모두 다회인슐린주사나 인슐린펌프 치료를 하는 환자에게서 당화혈색소 수치를 낮추고 저혈당 빈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CGM 혹은 FGM의 사용빈도가 감소하면 당화혈색소와 저혈당 빈도를 줄이는 효과도 감소한다. CGM은 저혈당 알람 기능이 있어서 저혈당인지능이 떨어진 환자에게서 자가혈당측정보다 효과적으로 저혈당 빈도를 줄일 수 있으며[19,20],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FGM과 비교해서도 저혈당 빈도를 줄였다[21]. 또한 지속혈당감시장치는 자가혈당측정에 비해 다회인슐린주사나 인슐린펌프 사용자 모두에게서 비용-효과적이어서 이미 여러 나라에서 보험적용이 시작되었으며, 체계화된 교육을 통해 환자 스스로 지속혈당감시 결과를 해석하고 조치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사용할 동기부여가 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제1형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고, 저혈당무감지증이나 중증저혈당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경우 저혈당 예방과 저혈당인지능 회복을 위한 전문화되고 체계화된 교육을 통해 다회인슐린주사나 인슐린펌프, 지속혈당감시장치 사용 여부에 상관없이 장기간 중증저혈당의 빈도를 줄일 수 있음이 무작위대조군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따라서 저혈당무감지증이 있는 제1형 당뇨병환자는 저혈당인지능 회복을 위한 체계화된 교육을 받도록 권고된다. 저혈당 발생 시 인슐린 주입을 1시간 동안 중단하는 안전장치(low glucose suspend)가 있는 센서연동형인슐린펌프(sensor-augmented pump, SAP)는 단순히 지속혈당감시장치가 연계된 SAP를 사용하는 경우보다도 야간저혈당 발생 빈도를 줄였으며,최근에는 저혈당 발생을 미리 예측하여 인슐린 주입을 멈추는 기능(predictive low glucose suspend, PLGS)을 탑재한 SAP가 저혈당 발생을 더욱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따라서 야간저혈당이 반복되거나 저혈당무감지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저혈당을 예측하여 인슐린 주입이 중단되는 PLGS-SAP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제1형 당뇨병에서 인슐린 이외의 약물요법은 인슐린치료에 추가로 사용할 때의 효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연구된다. 특히 제1형 당뇨병에서도 비만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체중을 줄이고 인슐린 용량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면서 인슐린에 추가적으로 병합하는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Pramlintide는 췌장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아밀린(amylin)에 기초하는 약물로, 미국식품의약국에서 제1형 당뇨병에서 사용을 허가하였지만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고 있다. Pramlintide는 무작위대조군연구에서 인슐린과 함께 사용시 체중을 1-2 kg 줄이고, 당화혈색소를 0.0-0.3% 낮췄다[28,29]. 제2형 당뇨병에서만 허가된 몇 가지 약물들이 제1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메트포르민을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 사용하는 경우 체중이 감소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시켰지만, 당화혈색소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글루카곤유사펩티드-1 수용체작용제 중 리라글루티드 또는 엑세나타이드를 인슐린에 추가하였을 때 당화혈색소가 0.2% 감소하고 체중이 3 kg 가까이 감소하는 효과가 관찰되었다. Sodium-glucose cotransporter (SGLT)2 억제제 중에서 카나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을 추가한 경우 인슐린 단독 치료에 비해 인슐린과 함께 사용할 때 체중, 당화혈색소, 인슐린 용량이 감소했으나, 케톤산증의 빈도가 증가하였다[33-35]. SGLT1/2 억제제인 소타글리플로진(sotagliflozin)도 인슐린과 병합치료할 때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서 체중, 당화혈색소 및 인슐린 용량을 감소시켰으나 케톤산증의 빈도가 증가하였다. 이 약물은 현재 미국식품의약국에서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 사용 허가 여부를 심사 중으로, 만약 통과되면 제1형 당뇨병에서 허가된 첫 번째 경구약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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