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과 함께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꼽히는 담도암. 국내에선 매년 약 7천 명 가량의 담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의 5년 생존율은 10% 정도에 그친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해 수술이 가능한 환자의 비율도 전체의 30%에 불과하며, 수술을 하더라도 약 6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상황.

이 같은 담도암 치료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췌장암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아브락산(albumin bound paclitaxel)’이 최근 담도암의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 나선 것.

이에 본지는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를 만나 아브락산의 효용성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아브락산, ORR·OS·PFS 모두 향상시킨 약물

담도암의 일반적인 발병률은 10만명 당 2명 수준이어서 국제적으로 희귀한 암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한국와 중국, 대만 3개국에서는 10만명 당 7~8명꼴로 매우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담도암은 크게 간내 담도암(Intrahepatic), 담낭암(gallbladder), 간외 담도암(extrahepatic)으로 나뉘고 있다. 란셋 논문에 따르면 간내 담도암이 10~20%, 담낭암이 40~50%, 간외 담도암이 40%로 간내 담도암이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병원이 발표한 한국인 담도암 환자 분포도에서는 간내 담도암이 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 담도암은 주로 젬시타빈(gemcitabine)이 사용되어 왔었으나,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키지는 못 했다. 이후 ABC-02 연구가 발표되면서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2제 요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매김했지만, 이 역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edian PFS) 8개월, 생존기간 중앙값(median OS)은 11.7개월로 젬시타빈 단독 요법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았다.

전홍재 교수는 "2제 요법은 지금까지도 담도암의 표준 치료로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 리얼월드 데이터에서도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 요법의 반응률은 13%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러던 중 지난해 말, 췌장암 치료제로 사용되어 오던 아브락산의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담도암 치료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담도암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아브락산+젬시타빈+시스플라틴(이하 3제요법) 투여 군과 2제 요법을 비교한 임상 2상 연구에서 3제 요법은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11.8개월, 생존기간 중앙값 19.2개월로 2제 요법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3제 요법 투여군의 부분 반응(PR, Partial Response)이 45%을 기록하며 2제 요법 대비 2배 이상 높은 효과를 보였다.

전 교수는 "PR이 45%라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로, 환자 약 2명 중 1명은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줄어 들었다는 의미"라며 "이는 결국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 중 일부는 수술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60명의 환자들은 모두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이 가운데 12명이 임상 종료 후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 교수는 "국내에서도 논문 발표 이후 사전신청을 통해 3제 요법을 활용하고 있다”라며, "사전신청 직후 분당 차병원에서만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 2명이 3제 요법 후 수술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임상 2상의 결과만 발표됐기 때문에 3제 요법을 핵심 치료로 사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향후 3상 임상에서 유사한 효과를 입증한다면 3제 요법은 담도암 치료의 표준 치료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홍재 교수는 아브락산 3제 요법으로 인해 담도암 치료가 한단계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홍재 교수는 아브락산 3제 요법으로 인해 담도암 치료가 한단계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3제 요법 연구 활발, “완치 기회 도전”

아브락산이 담도암 치료에 효과를 보이자, 관련 연구들도 탄력이 붙었다.

우선 미국에서는 3제 요법의 임상 2상 결과가 나온 직후 즉시 3상 연구에 돌입, 이르면 내년 초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또한, 수술이 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3제 요법의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된다. 수술이 가능한 간내 담도암 환자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네오어쥬번트, Neoadjuvant)으로 3제 요법이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자 주도 2상 임상이 논의 중인 상황. 담도암 발병률이 높은 국내에서도 삼성서울병원과 분당차병원이 해당 연구에 참여할 예정이다.

전 교수는 "3제 요법의 네오어쥬번트 연구는 고위험 간내 담도암 환자에서 항암 치료 후 수술의 성공률이 얼마나 높아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라며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다면 예후가 좋지 않은 만큼 이번 임상 연구를 통해 재발 위험 감소 효과는 물론, 나아가 완치의 기회까지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각각의 담도암에 대한 표적을 찾는 연구들과 함께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에 있다. 현재 간내 담도암에서는 FGFR2, IDH1/2, BAP1이, 담낭암에서는 EGFR, HER2, PIK3CA가, 간외 담도암에서는 HER2, PRKACA, PRKACB, ARID1A 등이  발견되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들도 담도암 적응증 확보를 위한 연구들을 추진 중이다. 키트루다+젬시타빈+시스플라틴 3제 요법과 임핀지+젬시타빈+시스플라틴 3제 요법의 임상 3상을 시작으로, 옵디보와 티쎈트릭도 병용 요법 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전 교수는 "과거에는 수술이 가능한지 여부만으로 환자 예후가 결정됐지만, 이제는 환자들이 더 효과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며 "결국 담도암의 치료 패러다임도 예후를 긍정적으로 개선시키거나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 전략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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