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
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

몇 년 전 법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 A제약사로부터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한 약제비의 상한가격보다 약 31% 저렴한 금액으로 의약품을 공급받은 의사 B에게 한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제조업자, 수입업자, 유통업자 등으로부터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채택, 사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의 행위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 등인 경우에는 경제적 이익을 받을 수 있다.

위 판례의 사건에서는 B는 자신이 개설하여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A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으면서 별도의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이 없고 의약품 공급가격만 약제비 상한가격보다 약 31% 저렴한 금액으로 공급받은 사실만 있으며, B가 A제약사로부터 구매한 의약품의 대부분은 비급여로 사용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금액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였다.

이에 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은 B에게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을 하였고, 해당 처분에 관하여 B가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금품 수수행위의 존재여부에 관하여 리베이트 금지에 관한 의료법 규정의 입법목적이나 취지를 감안할 때 의료인의 직접적인 금품수수행위 뿐만 아니라 법률상 이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경제적 이익 취득 행위 역시 금지된다고 전제하였다.

이와 같은 전제하에 법원은 A제약사가 B의 의료기관에 의약품을 판매하면서 B에게 별도의 금품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의약품의 판매가격 자체를 할인하여 준 사실은 인정하였으나, B에게는 A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A제약사가 할인하여 준 금액 상당의 지급의무를 면하는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였고, 이는 B가 물품대금 전액을 지급하였다가 할인금액 상당을 되돌려 받는 것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법원은 제공받은 경제적 이익의 규모에 관하여 의료법 관련 규정은 의료인이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의료인의 직무가 건강보험의 요양급여 대상이 되는 진료인지 여부에 따라 그 적용여부를 달리하고 있지 않으므로 전체 의약품 공급규모를 기준으로 제공받은 경제적 이익의 규모를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례는 의료인이 제약사로부터 별도의 금품을 제공받은 것이 아니라 의약품의 판매가격 자체를 할인하여 준 사실에 관해서도 의료법상 금지된 부당한 경제적 이익(리베이트)의 수수행위라고 판단한 것이고 건강보험 요양급여의 영역 뿐만 아니라 비급여 영역도 문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일한 법리는 의약품 뿐만 아니라 검사기기, 치료재료 등의 의료기기 공급과 관련하여 공급가격 할인이 있을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의약품·의료기기 등의 판매가격 할인행위의 경우 금품수수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의약품·의료기기 등의 경우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목적이라 거론되는 건강보험재정과도 무관하고, 그동안 정부는 저가구매시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는 실거래가제도 등으로 할인구매를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던 사실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유사 사건에서 판매가격 할인행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하여 논란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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