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사바, 중등도 간기능 간암의 치료 기회 열어"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인터뷰 김태완 기자l승인2020.01.20 00: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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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환자에게 '간 기능'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다른 암종과는 달리 간암은 간 기능이 나빠지면 치료가 어려워지고, 심한 경우에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해 지기 때문.

하지만 간암 환자의 90% 이상은 간경화를 동반하고 있고, 이들 중 대다수는 간 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약하다. 이로 인해 암으로 인한 사망만큼이나 간경화로 인한 간 기능의 저하로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할 정도.

이에 간암은 전 세계적으로 간 기능 등급에 따라 Child-Pugh Score Class로 구분하고 있다. 5가지 검사항목(총 빌리루 빈치, 혈액 내 알부민 수치, 지혈반응검사의 지연 정도, 복수 여부, 혼수상태 여부)에 따른 점수를 합산하여 간 기능 수치를 A(5~6점, 양호), B(7~9점, 중등도), C(10~15점, 저하) 등급으로 분류한다.

그간 국내에서는 다양한 간암 치료제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 전신 항암 치료는 Child-Pugh A 등급인 환자들에게만 보험 급여가 적용되어 왔다. 상대적으로 B나 C등급에 속하는 환자들은 약물 치료의 효과가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최근 중등도 간기능 등급에 해당되는 Child-Pugh class B7 환자들을 대상으로 넥사바의 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간암 표적 치료제로는 최초이다.

넥사바의 급여 확대는 전 세계 3,371명의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넥사바의 안전성을 평가한 ‘GIDEON’연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각 Child Pugh A, B 등급 환자군의 70% 이상에서 넥사바 1일 800mg으로 시작해 필요 시 감량했고, 결과적으로 Child Pugh A 등급 환자군(61%, n=1,968)과 Child Pugh B7등급 환자군(11%, n=359)에서 일관된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됐다. 약물과 관련된 이상사례는 Child Pugh A와 B7 등급 환자군에서 각각 69%, 67%로 유사했으며, Child Pugh B7 등급 환자군에서 흔하게 보고된 약물 관련 이상사례는 설사(27%, n=98), 수족증후군(20%, n=70), 피로(16%, n=56)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GIDEON’ 연구에 포함된 한국인 482명의 하위분석(Subgroup analysis of GIDEON_KOREA)에서도 Child-Pugh A등급 환자군(56.8%, n=274)과 Child-Pugh B 등급 환자군(21.8%, n=105)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 하위분석 연구에서 Child-Pugh B 등급 환자를 포함한 전체 소라페닙 투여군(n=482)의 생존기간 중앙값(median Oveall Survial) 은 8.5개월로, Child-Pugh A 등급 환자군의 생존기간 중앙값인 10.2개월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넥사바의 급여 확대는 그동안 치료를 포기해야 했거나, 급여 혜택을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희소식일 터.

이에 본지는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를 만나 넥사바의 급여 확대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Q: 최근 넥사바의 급여 기준이 확대됐다. 이번 조치에 따라 새롭게 넥사바 치료가 가능해진 환자군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A: 기존에 전신 항암 치료는 Child-Pugh A 등급인 환자만 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 넥사바가 ‘중등도 간기능 환자(Child-Pugh B7)’에서도 보험 급여가 확대됨에 따라 Child-Pugh 등급에 따른 간기능이 양호한 환자뿐만 아니라 간기능이 중등도인 간세포암 환자에서도 치료 접근성이 확대되었다. Child-Pugh B 등급 중 B7(7점)에 해당되는 환자는 A등급과 가깝고 간 기능이 비교적 많이 살아있기 때문에 전신 항암 치료를 많이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단, 현재 모든 전신 항암 치료제가 B7 등급에 대해 넥사바와 동일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험 급여는 철저한 에비던스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막연히 모든 치료제에서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치료하면 위험할 수 있다.


Q: 기존에 Child-Pugh B7 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었나?

A: 기존에 Child-Pugh B7 등급 환자는 간세포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도 간 기능 저하로 인해 전신 항암 치료를 받지 못했고, 혹은 비급여로 넥사바 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진료 현장에서는 B7 등급의 환자 정도라면 전신 항암 치료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과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비급여 치료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환자에게 자신 있게 권유하기가 어렵다. 이번 보험 급여 확대는 넥사바가 Child-Pugh B7 등급의 환자에서도 그 안전성과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 수준을 국가로부터 충분히 인정 받았다는 의미로 이제는 환자에게 자신있게 넥사바 치료를 권할 수 있게 됐다.

항암 치료는 수술처럼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개월, 많게는 수년까지 가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도 급여는 매우 중요하다.


Q: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Child-Pugh B7 등급의 환자에서 급여 적용이 가능해진 것은 넥사바의 안전성이 공인됐기 때문이라 하셨는데, 그 의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A: 간세포암 최초의 1차 전신 항암 치료제인 넥사바는 약 11년 간 국내외에서 활발히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SHARP, AP 등의 대규모 RCT 연구부터 리얼월드 데이터까지 에비던스(evidence)가 많이 쌓여있다. 넥사바의 이번 ‘중등도 간기능 등급(Child-Pugh B7)’ 환자에 대한 보험 급여 확대는 GIDEON 연구와 국내외 간세포암 진료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한 것이다. 넥사바의 GIDEON 연구에서 Child-Pugh B7 등급의 환자는 Efficacy(유효성) 측면에서 Child-Pugh A 등급인 환자와 상응할 정도로 결과가 좋았으며, Toxicity(유독성) 측면에서도 특별히 이상반응이 더 많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넥사바는 미국 NCCN 가이드라인(2019년, version 3)과 국내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2018년)에서 Child-Pugh A와 B7등급의 환자에서의 사용이 권고되고 있다.

이번 급여 확대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넥사바가 전신 항암 치료의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후속 약물들은 1차에서 넥사바 치료를 받은 환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되어 있기 때문에, 넥사바의 급여 확대는 단순히 중등도 간기능 등급의 환자에서 1차 전신 항암 치료가 가능케 된 것 이상으로 2차 치료로 가는 관문을 열어주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다만, Child-Pugh B7 환자는 Child-Pugh A 환자에 비해 간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넥사바 치료 시 면밀한 관찰과 의료진의 충분한 관리가 필요하다. 넥사바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이상반응 관리가 수월한 약이긴 하나 전혀 이상반응이 없는 약은 아니므로 간 기능을 해치치 않게 용량 감량하거나 투약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관리가 필요하다.


Q: Child-Pugh B7 환자가 넥사바 치료를 받으면 Child-Pugh A 등급으로 회복될 가능성도 있는가?

A: 직접 치료한 환자 중에서도 Child-Pugh B7에서 넥사바를 비급여로 사용한 후 A 등급으로 회복이 된 사례가 있다.

간 기능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간 기능은 비교적 양호한데 간세포암에 의해 간 기능이 Child-Pugh B7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넥사바 치료를 받으면 간세포암 치료가 되면서 간 기능이 역시 회복이 된다. 넥사바 치료로 간 기능이 회복된 환자는 향후 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자연스럽게 열리게 된다.


Q: 그렇다면 넥사바 치료 이후 Child-Pugh 등급이 회복된 환자는 TACE나 고주파열치료를 다시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A: 그것은 간 기능 보다는 간세포암의 병기에 따라 가능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간세포암의 병기는 BCLC(Barcelona Clinic Liver Clinic) 등급에 따라 0 (very early stage), A (early stage), B (intermediate stage), C(advanced stage), D (terminal stage)의 5개 병기로 분류가 되는데, 일반적으로 BCLC 등급이 C인 환자에서 전신 항암 치료를 하게 된다. BCLC 등급이 C인 환자가 넥사바 치료로 인해 BCLC 등급 B로 좋아지거나, 간세포암의 종양 크기가 줄어 국소치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지면 그러한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확률적으로는 대부분 1차 치료제로 넥사바를 쓰고 나서 간 기능이 회복되면 후속치료로서 2차 치료제인 스티바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Q: 반대로 간세포암 진단 시점에서는 Child-Pugh A 등급이었으나, TACE나 고주파열치료 등을 반복적으로 받다가 간기능이 악화되어 항암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넥사바의 급여 확대가 오히려 항암 치료 전 TACE 치료 의존도를 높일 우려는 없는가?

A: 간세포암 치료제가 많지 않았을 때는 전신 항암 치료를 최후의 수단으로 봤기 때문에 최대한 TACE로 선행 치료를 끌어가려고 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그러한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TACE를 반복할수록 간 기능 및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은 연구결과로 입증된 사실이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화두는 TACE를 언제까지 지속할지에 대한 규명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유럽, 일본에서는 TACE 불응성에 대한 정의가 명확한 편이다.

간세포암 치료 패러다임은 과거 국소 치료의 시대에서 전신 항암 치료의 시대로 바뀌었다. 간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으면 더 많은 후속 항암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실제 진료 환자 중 간 기능을 잘 보존한 환자는 1차 넥사바 치료 이후 2차 스티바가 치료에서 암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치료 흐름에서는 TACE 치료에 실패하거나 불응을 보이면 간 기능이 저하되기 전에 전신 항암 치료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전홍재 교수는 넥사바의 급여 확대에 대해 "Child-Pugh B7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와 함께 2차 치료로 가는 관문을 열어주게 된 것"이라고 평했다.

Q: 이번 급여 확대로 간세포암 시장에서 넥사바의 위치가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A: 넥사바의 위치는 항상 공고했다. 최근 간세포암에서 최근 면역 항암제와 표적 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1차에서 면역 항암제 사용 시 후속치료가 부재하기 때문에 여전히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하더라도 후속 치료제가 부재하다면 그 약이 온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 효과와 안전성 등에 대한 장기간의 팔로우(Long-term follow)가 필요하며, 환자의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가 필요하다. 면역 항암제 자체로도 약가가 높은데 표적 항암제까지 병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비용적인 측면이 큰 허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간세포암은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환자가 많다. 이런 환자들에게 비급여 약제를 권하기에 곤란한 측면이 있다. 이런 이슈들을 어떻게 포지셔닝 하느냐가 관전 포인트이다.


Q: 사실상 넥사바의 B7 등급 급여는 환자와 의료진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사안이다. 이에 대한 소감은?

A: 환자들에게 처방 가능한 치료 옵션이 많아진 것은 의료진 입장에선 무조건 좋은 일이다. 환자에게 떳떳하고 당당해질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실제 진료 경험에서도 봤듯이 Child-Pugh B7 등급인 환자가 Child-Pugh A 등급으로 회복 된 환자도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전신 항암 치료는 절대적인 치료법이다. 진료 현장에서 간세포암을 치료하다 어떤 환자는 항암 치료만 받으면 다음 단계에서 간 기능이 더 좋아지겠다 하는 환자들이 보이는데 그러한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줄 수 없을 때 매우 안타깝다. 이런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가 열렸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전신 항암 치료를 받는 간세포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환자에 따라 어떤 치료제로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환자 중에는 면역 항암제에 전혀 반응이 없다가 스티바가로 치료를 받자 종양 크기가 확 줄어들어 든 환자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많아진 전신 항암 치료 옵션의 기회를 모두 누리기 위해서는 간 기능 보존이 우선적으로 전제가 돼야 한다. 무리한 국소치료보다는 간 기능을 잘 유지하는 것이 치료만큼 중요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종양만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또한, 최근 치료 경향은 간세포암 초기 단계(Intermediate stage)에서도 조금 더 빨리 전신 항암 치료로 넘어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결과들을 봐도 기존 1차 전신 항암 치료를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진행할 경우 생존기간 중앙값이 더 길어지는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들이 전신 항암 치료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기를 바란다.

김태완 기자  kmedinf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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