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사후평가, 찬반 팽팽한 대립

‘약제 가치 불확실성 해결 VS 약제 차별점 무시한 위험한 시도’ 문선희 기자l승인2019.12.04 0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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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평원 박은영 약제평가제도개선팀장

의약품 사후평가에 대한 필요성과 우려에 대한 팽팽한 의견이 오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은 3일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서울 을지로 폐럼타워에서 개최했다.

심평원 박은영 약제평가제도개선팀장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총 진료비는 약 78조원이며 약품비는 약 18조원(진료비 대비 24.6%)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약품비 비율은 2014년 26.5% 대비 줄어든 24.6%이지만, 이는 진료비 비율이 커지기 때문에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국민 의료비 중 약품비 비중은 OECD 국가의 1.24배 수준이며,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구매력 평가지수 및 사용량을 동시에 고려하여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의 가격수준은 높은 편이다. 이는 사용량이 많은 의약품의 경우 외국 약가가 우리보다 낮음을 시사한다는 것.

이에 정부는 국민 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을 위해 국민에게 싸고 좋은 의약품을 제공하기 위해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추진해 왔다.

97년 의료보험 약가 제정(직권실시제), 82년 신고제(고시가 상환제도), 2000년 네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거쳐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통해 기등재 목록정비를 실시했으며, 2012년 약가일괄 인하로 이어왔다.

이어 박 팀장은 현재 검토 중인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에 대해 설명하며, “평가대상 및 기준에 대해서는 현재 의견 수렴 중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사후평가 평가대상은 고비용의약품에 해당하는 항암제, 희귀약품 등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약제로서 ▲효과재평가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약 ▲인구구조 및 사용량 증가로 관리의 필요성이 있는 약제 ▲기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평가가 필요한 약제 등이 대상이다.

평가 기준으로는 급여(기등재) 의약품 제외국 8개 국가(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 허가현황 및 급여현황을 검토하며, 약제비 청구금액 및 증가율 등을 고려하여 기준을 정할 예정이다. 또한 관련 교과서 및 가이드라인 목록을 작성(관련 학회 및 전문가 추천), 관련 교과서 및 가이드라인 수재 여부 및 추천 정도를 확인한다.

이 밖에 HTA 보고서 등을 참고(정부 관련 또는 비영리 기관 수행 평가 보고서, Cochran 자료 또는 HTA 평가 보고서 등)한다. 또한 임상문헌 질평가(질평가를 통해 선별된 문헌 검토)를 비롯해 기타 진료상 필요성분(해당 성분 관련 학회에 필요성분 여부를 확인), 대체 가능성(동일 약리기전 또는 다른 약리 기전 의약품 존재 여부 등), 약제의 특수성(소아 등 특수 연령대만 제한적 사용, AIDS 등 특수 지로한자만 사용, 응급의약품 해당) 등을 평가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평가 절차는 평가대상 선정 및 문헌평가(실무 검토->약제사후평가 소위원회->약제급여 평가위원회)를 거쳐 결과 안내(제약사)에 이어 평가결과 활용으로 이어진다.

향후 추진방향은 재정기반 사후평가와 성과기반 사후평가로 나눠 진행할 방침이다 .우선 재정기반 사후평가에서는 제외국 가격비교를 통한 약제 재평가와 등재 년차 경과 약제 재평가를, 성과기반 사후평가 부분에서는 문헌기반 약제 재평가와 RWE 기반 약제 재평가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사후평가에 대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실효성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서울대학교 김진현 교수는 우선 기존 체계적인 심사체계가 없을 때 등재된 의약품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며 정책에 대해 공감했다. 다만 “정책 마련 과정에서 시간을 지나치게 끌면 정책 추진 측도 힘이 들고 제약사 측도 불안해한다”며 “신속하게 집행되고 투명성, 공정성이 바탕이 되어 일관된 기준으로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한 “평가 기준이 복잡하면 역효과가 올 수 있으므로 단순, 보편적이어야 수용성이 높을 것”이라며 “평가 결과가 특정 회사에 득실이 있겠지만, 옥석을 구별하는 과정이므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안정훈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도 사후평가가 비싼 의약품에 대한 가치 불확실성에 대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김진현 교수와 마찬가지로 “세세한 기준보다 임상적으로 평가 할 수 있는 도구나 원칙을 정해놓되, 실제에서는 개별로 합의하는 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상무는 “이미 기등재 목록정비를 실시했음에도 다시 사후평가를 한다는 것이 어떤 취지인지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문헌을 통한 기준이 질환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즉 “문헌 기반 약제 재평가는 약제별 차별점을 무시하고 일괄 기준으로 이미 임상을 확인한 약제를 다시 선별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이미 신약가격을 책정할 때 외국 가격을 참고만 해서는 정책에 반영할 수 없다고 인정한 바도 있다”면서 “제외국 가격비교는 위험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 협조와 산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제안했다.

최은택 히트뉴스 기자도 문헌 재평가는 이미 평가 받은 기등재 약에 대한 재평가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국감에서 지적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 약제 재평가를 통해 급여가 제한된다면 과거 평가의 오류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며, “이 뿐만 아니라 급여 제한에 따른 경도 인지장애 환자들의 약제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문선희 기자  kmedinf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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