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설문에서 71%가 외래 진료 중 폭언 또는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에 반의사 불벌죄를 비롯해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법규 마련을 촉구했다.

최대집 의협회장
최대집 의협회장

대한의사협회는 13일 2018년 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에 이어 최근 을지병원 정형외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르는 흉기로 손가락이 절단되는 아절단 중상을 입은 것과 관련해 의료기관 내 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따르면 의협이 지난 11월 6일부터 5일간 회원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응답자 2,034명 중 1,455명인 71.5%가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 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이는 응급실을 제외한 외래진료에 대한 응답으로, 실제 일반 외래진료 중에도 이러한 일들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설문에 따르면 폭언 또는 폭력을 경험한 의사 가운데 약 15%가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신체적인 피해, 즉 부상에 이른 비율이 10.4%에 달했다. 이 가운데는 봉합이나 수술, 단기간의 입원, 심지어는 중증외상이나 골절로 인하여 생명을 위협받은 경우도 있었다.

또, 진료실에서의 폭언과 폭력을 1년에 한 두번은 경험한다는 비율은 50%가 넘었다. 매달 한 번씩은 겪는다는 비율은 9.2%, 드물지만 매주 1회 이상 또는 거의 매일 겪는 회원들도 있었다.

폭력이나 폭언이 발생한 이유로는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았고, 진료대기시간과 비용 관련한 불만이 이유였다. 최 회장은 “이 중 주목해야 할 것은 진단서와 소견서 등 서류발급과 관련한 불만이 응답자의 16%로, 많은 이유 가운데 상위에 있었다는 것”이라며 “실제 환자의 상태와는 다른, 허위 진단서 발급이나 이미 발급된 서류의 내용을 허위로 수정하도록 요구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무려 1254명, 61.7%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또, 이같은 폭언이나 폭력을 당했 때,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한 회원이 28%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실제 실질적인 처벌에 이른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이나 사법 관계자의 설득 또는 권유로 인하여 의사 본인이 고소, 고발 등을 취한 것이 가장 많았고, 또, 피의자의 사과나 요청에 의한 취하, 사법 절차 진행에 따른 부담감으로 인한 취하까지 합치면 처벌에 이르지 못한 경우의 74%가 이런 사례들이었다.

총 응답자 2,034명 중 1,455명인 71.5%가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 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총 응답자 2,034명 중 1,455명인 71.5%가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 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최 회장은 "설문에서 알 수 있듯이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해달라거나 진료 기록서의 변조를 요구하는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응하지 않았을 때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의학적 소견서와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강요, 협박하거나 변조 하도록 강요하는 요구에 대한 처벌규정을 특별법 형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에 대해 국회에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의료기관 내 폭력사태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정당한 진료거부권 보장의 필요성이 다시한번 확인되었다며, 이에 대한 회원들의 요구가 높은 만큼 이미 국회에 제출된 법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역량을 다 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 진료실 내 대피로 확보 및 규모가 큰 의료기관은 금속탐지기 설치 등 보안 요원 배치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의협 측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많은 회원들이 사고를 당한 회원과 함께 부상을 입은 석고치료사에 대해 자발적 모금 의사를 밝힌 만큼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성금을 모금하여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환자들의 인식 전환”이라며 “진료기록 허위작성 요청은 심각한 사기행위이고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므로 정부에서 나서서 국민 인식 전환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