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

한국 노인층의 결핵 발병률이 매우 높은 가운데, 전체 결핵 환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지난 7일 열린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노인 폐결핵 현황에 대해 알렸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결핵 환자 신고 수는 2001년 6547명에서 2011년 1만1859명, 2018년 1만5282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65세 이상 결핵 인구 비율은 2018년 기준 45.2%로 전체 결핵 환자의 절반에 이른다.

김 교수는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1위이며 75세 이상의 유병률만 따지만 에티오피아, 케냐, 나이지리아, 베트남, 인도 같은 아프리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결핵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노인 결핵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결핵 고위험 국가' 기준은 결핵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150명 이상일 때를 말하며, 우리나라의 75~79세 결핵 유병률은 10만명당 192명, 80세 이상은 10만명당 308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같이 한국 결색 발생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전후 1950~60년대 영양결핍 및 폐허주거 환경 속에서 많은 국민이 결핵균에 대량 노출돼 있기 때문이며, 실제 국민 3명중 1명이 잠복결핵 감염 상태(33%)이다. 또 다른 이유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에서 암 등 질환자가 많아진 것도 원인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신규 환자의 절반이 노인(45.5%)라는 대목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 도래에 따른 결핵 발병 고위험군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특히 노인 결핵은 진단과 치료에도 어려움이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 결핵은 호흡곤란이 가장 특징이며, 또한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도 폐렴과 비슷하게 보여, 처음엔 폐렴으로 오진했다가 뒤늦게 결핵으로 진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뿐만 아니라 노인 결핵 환자는 동반 질환도 많다. 학회에 따르면 노인 결핵 환자는 악성종양(16.1%), 당뇨(14.3%), 심혈관계(9.8%), 만성폐쇄성폐질환(7.1%)의 동반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진단이 늦어질 경우 병원이나 가정 등 불특정 다수에게 전염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실제 노인 결핵 환자의 42%는 증상이 생긴 이후 결핵 진단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됐다”고 전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박인원 이사장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박인원 이사장

김 교수에 따르면 결핵균은 공기를 통해서 감염되며,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결핵균이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한다. 이같이 결핵 환자가 10명을 접촉하면 3명이 잠복결핵 상태가 되는 것.

이에 김 교수는 이같은 한국 노인결핵의 특성을 반영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제2기 결핵관리 종합계획'에 따르면 의료급여수급자 및 재가외상 노인은 결핵 검진기회가 없고, 일반건강건짐 대상 노인도 매 2년마다 결핵 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입소 환자는 결핵 감염 확인 절차가 부재하다.

이에 김 교수는 "의료급여수급자 및 재가외상노인은 국고지원을 통해 당일 확진이 가능한 찾아가는 결핵검진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당뇨병과 신부전 등의 만성질환자는 1년 단위로 흉부 X선 촬영을 건강검진에서 실시할 것과 또한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입소 환자는 입원 전과 입원 중에 연간 1회 결핵검진을 받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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