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혈액병원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혈액병원으로 도약에 박차를 가한다.

국내 최초 혈액병원으로 개원해 초대병원장이었던 김동욱 병원장이 최근 연임하면서 연속적인 사업 추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김 병원장은 환자 중심의 진료 환경 구축, 의료진의 처방전달 시스템 개선, 신약 개발/유전자 발굴 등 기초-임상 중개연구를 위한 울산과학기술원과의 공동연구 추진 등을 통해 수 년 내에 세계적 혈액병원을 목표로 하드웨어를 구축해 나간다는 포부다.

3개병원 통합진료시스템 ‘안정기’ 접어들어…500병상 독립병원 추진

“국내 첫 혈액병원인 만큼 개원 후 1년 반 동안 병원 체계를 잡는 데 주력했습니다. 현재 서울 소재 가톨릭대 부속병원의 표준화를 통해 통합진료 바탕을 마련했고, 이제 목표는 세계적인 혈액병원을 향한 독립병원 체계를 갖춘 하드웨어의 구축입니다.”

지난 2018년 기존 조혈모세포이식(BMT) 센터를 국내 최초로 ‘혈액병원’으로 격상하여 개원한 가톨릭혈액병원은 지난 4월 서울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혈액질환 전문 의료진 25명이 3개 부속병원의 혈액질환 환자를 통합 진료 시스템을 마련했다. 

가톨릭혈액병원은 현재 서울성모병원 260병상, 여의도성모병원 약 40병상이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은평성모병원 개원으로 50병상이 추가돼 총 350여 병상이 통합 가동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혈액병원의 진료 처방 프로토콜과 간호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각 병원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한 혈액병원 전문인력 교육을 완료했다. 또 지속적으로 추가 교육을 시행해 가톨릭 중앙의료원 산하 부속 병원 전체의 혈액질환 의료 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김 병원장은 “가톨릭혈액병원 산하 각 혈액병원의 역할을 나눠 치료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부속병원간 역할을 나눠 테스트하고 순환진료를 진행하여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즉, 서울성모 혈액병원은 신개념 항암치료제의 임상시험, 중증도가 높은 백혈병 등 혈액질환 및 난이도가 높은 조혈모세포이식 치료를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반면,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만성혈액질환이나 자가이식은 은평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치료한다.

김 병원장은 “향후 혈액 질환 중심의 연구/진료 체계를 갖춘 독립된 혈액병원을 마련하는 것이 내 인생의 최대 목표”라며 “조만간 이를 가시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

가톨릭혈액병원은 국내 고위험 혈액암 환자들의 약 1/3을 치료하며, 매년 시행되는 조혈모세포이식의 70% 이상이 동종이식으로 중등도가 높아 혈액 질환의 4차 병원으로 불린다.그러나 현재 혈액분야의 임상의학은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보다 앞서고 있지만 언제 추월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일본은 기초가 강해서 신약개발 능력 등 연구 분야가 뛰어나고, 중국은 환자가 많다 보니 정부가 혈액을 포함한 임상 분야의 중개 연구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은 환자가 많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임상 분야에서도 1등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면서 “연구와 임상 효율을 높일 하드웨어가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라고 김 병원장은 강조했다. 

혈액암, 치료제 발전으로 ‘만성병’으로 패러다임 변화

김동욱 병원장은 만성골수성백혈병(CML)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 비혈연간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제대혈이식, 부자간이식, 세계 최초 동종조혈모세포이식 후 간이식 성공 뿐 아니라, 1세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시작으로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보슬립’, ‘애시미닙’를 비롯해 국산 신약 ‘슈펙트’까지 국내외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을 주도해 왔다.

2001년 글리벡이 개발되기 전까지 CML 환자들은 골수이식이나 인터페론 주사요법 밖에 치료방법이 없었다. 김 병원장은 “당시에는 골수이식을 하지 않으면 사망하기 때문에 골수이식을 많이 했는데, 비용이 많이 들뿐 아니라 이식하다 사망하거나 이식 후에도 다른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하거나 20~30%는 재발하고, 3분의 1은 각종 합병증 때문에 정상생활을 할 수 없어서 의사로서 자괴감이 있었다”며 “2001년 먹는 표적항암제 글리벡이 나오면서 급격히 이식이 줄어 지금 우리 병원에서 CML로 이식을 받는 환자는 연간 5~10명 내외 정도”라고 전했다.  

특히 1세대 치료제인 글리벡이 소개된 이후, 지난 18년 동안  4세대 치료제까지 나오면서 치료 개념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현재 “1세대 치료제가 보완하지 못했던 부분을 2, 3, 4세대가 보완하고 있으며, 이제는 이러한 치료제에 다른 약을 병용해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우리병원을 비롯해 올해 전세계 15개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며 “이 같이 병용요법으로 완치시키는 부분과 일정 수준의 환자는 약을 끊고 유지하도록 하는 치료가 현재 CML 치료의 세계적인 핫 토픽”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CML 뿐 아니라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도 면역항암제, 면역세포치료제들이 성공하면서 만성병으로 개념이 급속히 바뀌기 시작했다”며 “혈액암들이 입원 중심이 아닌 외래 중심의 병으로 변화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전자 변형 및 신약개발 연구 지속…국산신약 개발에 투자해야

“지금도 좋은 약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숙제는 그런 약들이 안 듣는 유전자의 변형을 찾는 것입니다. 그 다음 목표는 유전자 공격에 대응하는 약을 개발하기 위한 진단방법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김 병원장의 관심은 치료 잘되는 환자가 아닌 치료가 안 되는 환자들이다. 따라서 동일한 약을 써도 듣지 않고 급성으로 넘어가는 환자들의 유전자 변형을 찾는 것이 가장 큰 화두라는 것. 이에 올해 초 2년 전 발표했던 새로운 유전자 2개를 찾아낸 데 이어 다시 5개 정도의 새로운 유전자를 찾아 논문을 쓰는 중이며, 주변 유전자를 통합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패널을 만들고 있다.

한편, 환자들에게는 치료와 진단도 중요하지만 몇 년전 글리벡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약가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임상시험 중인 병용요법이 임상에서 상용화 되면 또다시 약가가 이슈가 될 전망이다. 김 병원장은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수천 억 원의 원가보전을 위해 약값이 비쌀 수밖에 없지만, 이를 최대한 줄이려면 경쟁약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약값이 가장 싼 이유는 국산 신약인 ‘슈펙트’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국산 신약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루 산우회‘라는 환우회를 만들어 환자들과 함께 캠핑을 하며 교육과 상담도 병행하고 있는 김 병원장. 국내 혈액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는 가톨릭혈액병원의 세계적인 도약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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