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독감 예방 접종 시즌을 앞둔 가운데, 제약사들이 4가 백신 공급 가격 선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간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했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백신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백신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독감 백신 국가출하승인 양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500만 명분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4가 독감 백신이다. 현재 3가 독감 백신은 NIP(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용으로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공급되고 있으나, 4가 독감 백신은 각 제약사에서 의료기관에 직접 공급하다보니 업체간 가격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4가 독감 백신 공급량이 3가 독감 백신 공급량을 넘어서며 업체간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해에는 8천원 대에 백신을 공급하는 경우까지 발생한 것.

제약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저가 공급으로 인한 영업이익 적자다.

독감 백신은 특성상 한철 장사로, 공급량을 완판하더라도 재고처리로 인한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에도 공급된 4가 독감 백신 대다수는 완판을 기록했다. 문제는 공급가가 낮아지다보니 마진이 줄어들고, 결국 반품으로 인한 손해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또한 가격이 싸다보니 대량 구매를 하는 병·의원이 늘었고, 그만큼 반품되는 수량 역시 대폭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4가 독감 백신 중 두 자릿대 반품률을 기록하거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품목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은 4가 독감 백신을 팔아 오히려 손해가 난 셈이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올해 4가 독감 백신 판매 중단을 논의했을 정도라고.

이르면 내년부터 4가 독감 백신이 NIP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저가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현재 4가 독감 백신의 NIP 적용안은 국회 심의 중으로, 오는 12월 국회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한 후 내년부터 적용 될 예정이다.

4가 독감 백신이 내년부터 NIP에 포함될 경우 정부 입찰 가격은 올해 공급가를 기준으로 선정된다. 즉, 올해 4가 독감 백신 가격이 낮아지면 내년도 NIP 입찰 가격 역시 낮아지게 되는 만큼 저가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운 상황. 4가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국가로부터 적정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올 한해 출혈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리한 저가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독감 백신을 판매하고 있는 한 제약사 관계자 역시 "내년도 NIP를 생각한다면 제조사 입장에선 올해 적정 가격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며 "제품을 도입한 회사들도 일부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만큼 과도한 가격 경쟁을 펼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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