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경계 중환자 치료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올해 창립 11주년을 맞은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는 지난해 미국 신경집중치료학회에서 아시아 대표 국가로 선정돼 아시아 학술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부터 이사장제로 전환해 학술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불모지에서 10여 년 만에 아시아 대표로 발전한 신경집중학회 이준홍 초대이사장(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신경과)을 만나 국내 신경집중치료 분야의 현황과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10여 년간 발전 거듭하며 올해 이사장제로 전환

“의학이 발전하고 세분화 되면서 신경집중치료 분야가 많이 필요한 시점이 됐습니다. 또 지난해 학회 창립 10주년을 맞으면서 아시아를 대표할 만큼 발전도 했지요. 이에 올해 이사장제로 탈바꿈하여 회장과의 업무 분담으로 활동을 확대해 나가게 됐습니다.”

신경집중치료학회는 신경계의 급성질환과 중증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교육하기 위해 신경과, 신경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등을 망라한 다학제 회원이 참여하여 2008년 창립된 학회다.

그동안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국내 급성기 중증신경질환 분야 확립에 초석을 마련한 데 이어, 5년 전에는 대한의학회 정회원 학회로 발전을 이뤘다.

뿐만 아니라 학회 창립 10주년인 지난해에는 미국 신경집중치료학회인 Neurocritical Care Society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로 한국을 선정해 초대회장국으로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의 신경집중치료 분야는 서구에 비해 시작은 늦은 편”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신경과가 내과, 소아과 같은 메이저급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빨리 발전했지만, 우리나라는 신경과가 뒤늦게 내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에서 분리되어 시작이 늦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그럼에도 아시아 국가들 중에는 일본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가고 있으며, 이를 미국 학회에서 인정하여 아시아 지역의 초대회장국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7월 임기를 시작한 이준홍 신임이사장은 임기 중 핵심추진과제들로 ▲술기 위주의 워크숍 활성화(1년에 서울 3회, 지방 3회 이상 진행) ▲Journal of Neurocritical Care 저널을 2년 내에 PubMed 및 SCI(e) 등재 추진 ▲병원신경간호사회와의 연계 강화 ▲추가 위원회신설을 통한 학회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신경집중치료는 시술이 많은 분야라 술기 위주 워크숍이 중요하다. 따라서 서울 뿐 아니라 지방까지 횟수와 내용을 넓혀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학술지 역시 학술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서 끊임없이 노력해서 업그레이드 해 나갈 것”이라고. 또한 “신경간호사회와는 그동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앞으로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이번에 학회 이사진으로 참여시켰으며, 간호사 대상 교육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경계 중환자실 및 전담전문의 배출, 수가 마련 시급

이 같이 신경집중치료가 단시간에 학술적 발전을 이뤘지만, 현장 여건은 아직 이를 쫓아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이사장은 특히 신경계 중환자실 독립 운영 및 신경계 중환자 전담전문의 배출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병원의 중환자실은 대부분 내과계, 외과계, 소아 중환자실로 나눠져 있으며, 일부 대형병원에만 신경계 중환자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에 신경계 중환자들이 대부분 신경외과 중환자실이나 내과계 중환자실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국내 병원에서 신경계 중환자실이 따로 있는 병원은 3분의 1이 안 된다”며 “우리도 외국처럼 신경과, 신경외과 중환자들만 모아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즉, 현재 중환자 중에서 신경계중환자 치료율이 11% 인데, 적어도 20% 정도는 신경계중환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

물론 문제는 수가다. 현재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세부전문의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환자 전문의에 대한 가산 수가가 마련돼 있지만, 신경계 중환자 전문의에 대한 운영 및 수가 기준이 추가로는 없다.

“외국 논문들에도 신경과 환자는 신경계 중환자시실에서 전문의가 케어하는 것이 예후가 좋다는 결과들이 많이 나와 있다”며 “신경계 중환자실 마련과 신경계 중환자 세부전문의에 대한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회의 장기적이 목표”라고 전했다.

‘신경계 중환자 치료, 앞으로 발전 가능성 큰 분야’

“신경계 질환 기능의 모니터링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뇌압만 잴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뇌혈류, 국소적 뇌기능까지 및 예측까지 할 정도로 모니터링이 발전하고 있죠. 이러한 신의료기술을 빨리 도입하고 국산화 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한 분야이다 보니 이러한 의료 기술 도입도 늦은 편이다. 신경계 모니터링 장비들은 대부분 외국 장비들이므로 빠른 신의료 기술 인정과 수가화, 병원의 도입 의지가 있어야 국산화로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이 이사장은 전망했다.

또한 저체온 치료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며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급성기 뇌졸중에서 저체온 치료의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저체온 치료가 현재는 심정지 이후의 치료 등에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이런 연구결과들을 근거로 급성 뇌졸중에도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약물치료도 더욱 세분화되며 발전하고 있다. “좀 더 부작용이 적고 작용시간이 짧은 진정제들 최근 많이 나왔다”며 “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한 상황이라 학회에서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이러한 상황에서 넘어야 할 과제로 이 이사장은 치료의 세분화를 제시했다.

“신경집중치료에 있어 현재는 대부분 신경외과에서 운영하는데, 수술 부분은 신경외과에서, 수술 전후의 집중 치료는 신경과에서 맡아서 하도록 발전해야 한다”며 “세부적으로는 스페셜리스트로 가면서 신경외과와 신경과가 같이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신경집중치료 분야가 아직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라고 전망하는 이 이사장. 정부도 중환자 전담 전문의들 육성과 지원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내 불모지에서 빠른 학술적 발전을 이루며, 산적한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신경집중치료학회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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