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최민호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최민호 변호사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를 의뢰하고, 의사가 그 요청에 응하여 치료행위를 개시하면 양 당사자 사이에 진료 계약이 성립한다. 진료 계약에 따라, 의사는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하여 모든 의료지식과 의료기술을 동원하여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의무(진료채무)를 부담하고, 환자는 의사에게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진다.

 

한편,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유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 조치를 다 해야 할 책무 즉, 수단채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의사가 진료채무 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그 결과 질병이 치료되지 아니하였더라도 환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환자의 신체기능이 손상된 경우 그로 인한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한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아니거나 손해전보의 하나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그 진료비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법원은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환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과 수술 등 치료의 위험도 등을 고려할 때 의사에게 손해 전부를 배상시키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 적용하여 의사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이때, 의사가 환자에게 자신의 책임 제한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어왔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최근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를 일정한 책임 비율로 제한하는 경우 의사가 자신의 책임 비율에 상응하는 손해의 전보에 대해서는 진료비 지급을 구할 수 없지만, 자신의 책임 비율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원심법원의 판단을 파기하고, 의사가 진료 계약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의 신체기능을 훼손하고 이후 그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악화방지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것이라면 환자에게 자신의 책임 제한비율을 넘는 부분에 대한 진료비 역시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대법원 판례는 의료과실로 발생한 치료비의 성격이 손해전보임을 재확인함으로써, 의사의 손해배상책임과 진료비 청구권의 관계를 정리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의료분야의 특성상 의료행위의 과실과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분쟁은 불가피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의료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합의, 조정 및 소송단계에서 전문성을 가진 법률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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