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선택' 아닌 '필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 인터뷰 김태완 기자l승인2019.08.19 00: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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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 환자들의 이식 후 유지요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혈액암 중 발병률이 두번째로 높은 다발골수종은 국내에만 약 8천여 명의 환자들이 치료 중이며, 매년 1500명 가량의 환자들이 추가되는 추세다. 더욱이 고령 환자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만큼, 빨라진 고령화 속도와 함께 발병률 및 사망률도 증가하고 있다.

다발골수종의 치료는 대표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환자와 불가능한 환자로 나뉜다. 이식을 받은 환자의 경우에는 향후 재발률이 80~90%에 달해, 재발 기간을 얼마나 늦추느냐가 치료 성패를 가르는 중대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본지는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를 만나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이식 후 재발을 지연 시키는 유지요법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

유지요법, 다발골수종의 스탠다드 치료

최근에는 우수한 효과가 검증된 신약들의 등장으로 다발골수종 치료에 탄력이 생겼다. 하지만 다른 암종과 달리, 완치의 개념보다는 생존 기간 연장이 치료의 주 목표다.

윤성수 교수는 "암 환자들이 첫 진단 이후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완치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라며 "다발골수종은 예전에 비해 치료 성적은 좋아졌지만, 아직까지는 완치가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 암종은 관해를 보인 후 재발 기간이 늦어질수록 완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와 달리 다발골수종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대다수의 환자에게서 재발하기 때문에 재발 기간을 최대한 늦추고, 재발 이후엔 생존율을 최대한 늘릴 수 있는 치료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발을 최대한 늦추고 재발 후엔 최상의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재발을 늦추기 위해 이식 후 유지요법으로 쓰이는 약물이 바로 현존하는 최상의 백본(Backbone)으로 꼽히는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이기 때문.

결국 레블리미드를 유지요법에 쓸지, 재발 후 치료에 쓸지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유지요법도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려주는 하나의 치료 수단"이라며 "초기부터 환자들이 오래 살 수 있는 효율적인 치료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례로 현재 재발 후 1차 치료로 쓰이는 약제들의 경우 과거에는 3,4차 치료제로 쓰여왔지만, 기존의 치료제 대비 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에 점차 먼저 쓰이는 것이라고. 결국 유지요법 대신 재발 이후에 레블리미드를 써야 한다면, 현재 1차 치료로 쓰이고 있는 약제들도 최대한 나중에 쓰자는 것과 같은 의미다.

윤 교수는 "재발한 이후에는 아무리 좋은 치료제로 치료 하더라도 병으로 인한 증상도 있을 뿐더러, 여러 약제에서 오는 부작용도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며 "비교적 견디기 쉬운 약 하나로 재발을 늦출 수 있다면 환자 예후 측면에서는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수년전부터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표준 치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ESMO에서도 지난 2017년 가이드라인부터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Category 1으로 권고하며 치료 효율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레블리미드 유지요법, 다양한 임상 통해 효과 입증

그렇다면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치료 효과는 어느정도 일까.

레블리미드는 3가지 주요 임상시험(‘CALGB100104’, ‘IFM2005-02’, ‘GIMEMA (RV-MM-PI-209)’) 을 통해 유지요법의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먼저 ‘CALGB 100104’와 ‘IFM 2005-02’는 레날리도마이드 단독 유지요법과 위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비교 평가했다. ‘CALGB 100104’ 연구의 91개월 중앙 추적관찰 기간 결과 레날리도마이드 단독 유지요법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46개월(vs. 대조군 27개월), 전체 생존율은 113.8개월(vs. 대조군 84.1개월)로 대조군(위약)에 비해 임상적으로 개선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IFM 2005-02’ 연구에서도 30개월 중앙 추적관찰 기간 결과,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41개월로, 대조군(23개월)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나타내며, 임상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개선시켰다.

‘GIMEMA RV-MM-PI-209’는 동일한 연구 내에서 2가지 이상의 약제가 독립적으로 연구되는 2x2 연구법(2 by 2 factorial design)으로 진행됐다. 투여군을 자가조혈모세포이식군과 MPR병용요법(멜팔란+프레드니손+레날리도마이드)군으로 나눠,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군과 비유지요법군을 후속으로 비교 평가했다. 연구 결과,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54.7개월로 대조군(비유지요법군) 37.4개월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51.2개월 중앙 추적관찰). 또한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군은 질환의 진행 및 사망 위험률을 대조군 대비 58%까지 감소시켰다.

또한 ‘CALGB 100104’, ‘IFM 2005-02’, ‘GIMEMA RV-MM-PI-209’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레날리도마이드의 단독 유지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과 전체생존율 모두 향상되었음을 입증했다. 다발골수종 환자 1,208명을 79.5개월간 중앙 추적 관찰한 결과, 레날리도마이드 단독 유지요법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52.8개월로, 대조군 23.5개월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후속 연구를 통해 88.8개월간 중앙 추적 관찰한 결과,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전체 생존율은 111개월로, 대조군 86.9개월에 비해 안전성과 유효성 모두 개선되었음을 입증했다.

윤 교수는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여러 대규모 임상들에서 모두 효과를 입증했다"며 "모든 임상에서 우월한 효과를 보인 만큼, 유지요법에 레블리미드를 쓰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 셈"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과거 멜팔란과 덱사메타손과 같은 약제들이 1차 치료로 쓰였을 시기에 환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이 30개월 가량이었다"며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PFS 기간이 2년~2년반 가량 연장됐다는 점은 환자들의 재발 시기를 과거 환자들의 생존 기간 만큼 늘릴 수 있게됐고, 생존 기간 역시 그 만큼 증가시킨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국내 환자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

▲ 윤성수 교수는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보험 급여 적용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렇듯 치료 효과를 입증한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이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희망고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 교수는 "국내에서 이식 후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쓰고 있는 환자는 전체의 5% 가량에 불과하다"며 "승인은 받았지만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식 후 유지요법을 위해 레블리미드를 처방할 경우 한달 약가는 200만원에 달한다. 즉 1년에 2,4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50~60대 연령의 환자들이 많다보니, 한달에 200만 원이라는 약가를 부담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며 "결국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환자들에게는 희망고문이나 다를 바 없다"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현재 세엘진과 정부는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두고 급여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 6월 급여 신청 이후 아직까지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 더욱이 오는 9월 열리는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되지 않는다면, 올해 안에 급여가 적용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급여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회사와 정부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회사를 비롯한 의료진과 환자들에게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병의 치료가 아닌 예방을 위해 재정을 편성해야 하는 고민이 있기 때문.

이에 세엘진측은 정부의 재정 영향을 고려해 급여 기간을 2년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교수는 "전부 비급여인 것보다야 낫겠지만 유지요법의 기간을 2년으로 한정 짓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며 "유지요법은 재발 기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치료인 만큼, 다른 나라에서는 재발할 때까지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정부에서는 단순히 질병 치료에 대한 비용 효과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조기에 약물을 씀으로 사회적인 비용을 절감하는 측면까지 따져봐야 한다"며 "이미 전 세계에서 스탠다드 케어로 자리잡은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한국에서만 안쓴다면 OECD 국가 내에서 의도치 않게 돋보이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돈 때문에 치료를 못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부에서도 고민이 많겠지만 여러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태완 기자  kmedinf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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