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 폐암 시장의 패권 장악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1세대 치료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에 이어 3세대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로 시장을 석권한 아스트라제네카와, 항암제 강자로 꼽히지만 폐암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던 로슈. 두 회사간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

여기에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도 전환점을 맞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며 시장 경쟁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좌측부터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로슈의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좌측부터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로슈의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 OS 데이터 통해 입지 굳히나

출시 후 폭발적인 성장세와 함께 국내에서 연간 200억 원이 넘는 실적을 올리고 있는 타그리소는, 지난해 말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 대한 적응증까지 획득하며 시장 장악에 나섰다.

기존 치료 경험이 없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으로 타그리소와 기존 표준치료제의 효과를 비교한 FLAURA 연구 결과, 타그리소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edianPFS, mPFS)은 18.9개월로EGFR TKI 치료군의 10.2개월 보다 8.7개월을 연장시켰다.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 역시 54% 낮췄고, 이와 같은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은 중추신경계 전이 동반 여부와 관계 없이 일관되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사전에 정의된 모든 하위군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났다. 전체 생존율(overall survival, OS)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국내 한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A 교수는 "전체적인 OS 데이터가 발표되야 확실하겠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좋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내용은 내달 열리는 ESMO에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타그리소는 OS 데이터 값에 따라 1차 치료의 효용성이 판가름나게 될 전망이다.

다만 '1차 치료 급여 적용'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A씨는 "최근들어 고가의 신약들이 연달아 급여 신청을 하고 있지만, 국가 재정이 제한적인 만큼 타당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급여를 적용해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타그리소 1차 보험 급여의 경우 사전 협상에 준할 정도로 많은 논의가 오갔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1차로 급여가 확대된다면 환자 수도 많아지고 투약기간도 길어져 총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누가보더라도 자명한 일"이라며 "재정에 대해 어떤 형태로 분담할지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고, 합의점이 도출되어야 급여 확대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B 교수는 "EGFR 1차 치료로 놓고 봤을때 국내 대략적인 환자수는 4~5천명 가량"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현재 타그리소의 약가로 이 환자들 모두에 급여를 적용시킨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로슈, 타쎄바 병용요법 통해 반전 꾀해

그간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는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허 만료 전에는 이레사에 밀려 2인자에 만족해야 했고, 특허 만료 이후 급격한 실적 하락을 겪으며 국내 EGFR 표적치료제 시장 경쟁에서 사실상 멀어졌다.

하지만 최근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이하 VEGF) 억제제와의 병용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며 반전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EGFR 활성 변이를 보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타쎄바+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과 타쎄바 단독 투여군을 비교한 JO25567 연구 결과, 타쎄바+아바스틴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PFS는 16개월로, 타쎄바 단독 투여군 대비 6.3개월 연장시켰다. 해당 연구 결과 발표 이후 유럽종양학회에서는 가이드라인에 타쎄바+아바스틴 병용요법을 권고등급 '1A'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6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상태. 이 외에도 현재 타쎄바+아바스틴 병용요법과 타쎄바 단독 투여군을 비교하는 임상 3상이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지난 5월에 열린 2019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19)에서는 타쎄바+사이람자(성분명 라무시루맙) 병용요법에 대한 3상 임상인 RELAY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중 EGFR 활성변이가 있고 중추신경계로 전이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RELAY 연구 결과, 타쎄바+사이람자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PFS 중앙값은 19.4개월로, 타쎄바 단독 투여군(12.4개월) 대비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전체 생존율(overall survival, OS)에 대한 데이터는 20.7개월의 추적 조사 후 발표될 예정이다.

A 교수는 "타쎄바+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경우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수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3상 연구에 성공한다면 지금까지와 달리 타쎄바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지금까진 아바스틴의 가격이 비싸다 보니 사실상 타쎄바+아바스틴 병용요법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시밀러 출시 등으로 인해 약가가 많이 낮아진 만큼, 가격적인 경쟁력도 보유하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화이자와 암젠 등 다수의 제약사들이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했고,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이미 허가를 획득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유럽에 판매허가를 신청했고, 셀트리온은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에 있다.

다만 타쎄바 병용요법도 보완해야 할 숙제가 있다.

이미 발표된 타쎄바+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경우 일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인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연구에서도 유사한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것. 

타쎄바+사이람자 병용요법은 임상에 참여한 환자군이 전체 환자들이 아닌,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사이람자 투여 시기가 2주에 1회로, 3주에 1회로 연구를 진행한 아바스틴에 비해 편의성은 조금 떨어지는 상황.

B 교수는 "지난 ASCO에서 발표한 타쎄바+사이람자 병용요법 연구의 경우 PFS 값은 높게 나왔지만, 뇌전이 환자들을 배제한 상태로 진행된 임상"이라며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뇌전이 환자를 제외한 치료법은 크게 주목받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2세대 약물 지오트립도 꿈틀

2세대 약물임에도 저평가를 받아 온 지오트립도 새로운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시장 재편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10월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순차치료(sequential therapy)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1차 치료제로 지오트립, 2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순차적으로 투여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후향적 리얼월드 연구 GioTag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지오트립을 1차, 타그리소를 2차 치료로 하는 순차치료의 치료기간 중간값은 27.6개월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효과는 모든 환자군에서 일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의 치료기간 중간값은 30.3개월, 아시아 환자에서의 치료기간 중간값은 46.7개월로 나타나 순차치료가 항암화학요법을 지연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OS 중앙값은 41.3개월, 2년 생존율은 80%였으며, 이 중 엑손 19 변이 양성 환자의 OS 중앙값은 45.7개월, 2년 생존율은 82%를 기록했다.

물론 해당 연구 결과도 한계점이 존재했다.

A 교수는 "GioTag 연구는 후향적 리얼월드 연구로, 일부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며 "대부분 환자의 상태가 괜찮은 상황에서 계속 쓰이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인 만큼, 데이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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