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고혈압 분야 치료 발전을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힘을 모은다. 

지난 4월 동아시아 4개 국가가 모인 동아시아폐고혈압학회(East Asia Society of Pulmonary Hypertension, 이하 EASOPH) 창립학술대회에서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가 초대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앞으로 EASOPH는 아시아인의 폐고혈압 환자의 치료 향상을 위해  가이드라인, 치료제 개발 등에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아시아 인종 가이드라인과 유전자 연구, 표적 치료제 개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이 힘을 합쳐 아시아 인종의 폐고혈압 치료 향상을 위해 협력할 것입니다. 동아시아 공동 진료지침, 환자 등록사업, 심층 표현형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표적 물질을 찾아서 치료제까지 개발하고자 합니다.”

EASOPH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이 아시아 인종의 폐고혈압 환자의 치료 향상을 위해 창립되었으며, 창립학술대회에 120여 명의 교수 및 연구자들이 참가했다. 학술대회는 매년 각 나라별로 돌아가며 개최할 예정이며, 2020년 중국, 2021년 일본, 2022년 한국에서 개최된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폐고혈압’이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폐동맥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평균 폐동맥압이 25mmHg를 초과한 상태를 말한다. 또한 폐고혈압 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인 폐동맥고혈압은 100만 명당 5~15명 정도에서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국내 폐고혈압 환자는 15만 명, 폐동맥고혈압은 약 4,5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폐동맥고혈압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폐소동맥에 증식이 생기면서 폐동맥 혈관이 막혀 혈압이 높아져서 생기는 질환으로, 40대 후반 여성에서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정 사무총장은 “40대는 가장 중요한 나이인데, 기존에는 치료제가 없어서 평균 생존율이 진단 후 2.8년 밖에 안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었다”며 “하지만 혈관 증식을 억제하고 열어주는 약들이 개발되면서 2009년 이후 평균생존율이 7.6년으로 늘어났다”면서 “최근에는 약제들이 더욱 많아져 11개가 나와 있으며, 보통 2~3개씩 사용하면서 10년 이상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치료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이 약제가 개발되면서 10여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관련 등록사업과 연구가 활발해졌고, 2017년에는 대한고혈압학회 산하 대한폐동맥고혈압연구회도 만들어졌다. 정 사무총장은 이 연구회의 총무이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환자수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보니 정책에서도 소외돼 있고, 연구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정 사무총장은 “이러한 사정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라서 지난해부터 4개 국가가 뜻을 모아 논의 끝에 올해 동아시아 학회를 창립하게 된 것”이라며 “아시아인은 유전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므로, 유럽 심장학회처럼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함께 연구를 해서 아시아 인종에 맞는 치료 표적물질도 찾아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조기발견시 완치도 가능…1, 2차 병원에서도 증상에 주의 기울여야

폐동맥고혈압은 비록 희귀병이긴 하지만, 치료제가 계속 발전하면서 빨리 발견할 경우 완치의 희망도 있는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흔치 않은 질환이다 보니 조기 발견이 잘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실제 국내에서 폐동맥고혈압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1,500명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3천 명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 폐동맥고혈압연구회에서 국내 환자를 4,500명으로 추산하는 것은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영국과 비교해서 추산한 것이다.   

환자를 잘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천식등 다른 폐질환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폐동맥고혈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걸을 때보다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심하게 차는 것이다. 심해지면 다리가 많이 붓고 복수가 차고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는 증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결국 숨을 쉴 수 없어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이에 “1, 2차 병원에서도 심장과 폐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숨이 차서 오는 환자가 있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 특히 평지를 걸을 때보다 계단을 오르거나 언덕길을 오를 때 숨이 훨씬 더 차다.”며 “미국의 경우 진단까지 평균 1년 6개월이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보통 2, 3년이 지나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초기에 올수록 완치에 가깝게 치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까지 BMPR2 등 9가지 유전자의 돌연변이체를 보유한 사람에게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 잘 밝혀져 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들의 가능성도 미리 발견해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

이렇듯 조기 발견을 통해 2~3개 약제를 동시에 투여해 강력한 치료를 하면 진행을 멈출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에서는 폐고혈압 환자에게 하나의 약제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 환자의 치료기간이 늘어나고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 다행히 폐동맥고혈압연구회의 지속적인 요청과 노력으로 6월 7일부터 고시가 변경돼 2~3개 약제를 조기에 함께 사용할 수 있어서 더 강력한 전문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치료제로는 트라클리어(보센탄/경구약), 볼리브리스(앰브리센탄/경구약), 파텐션(실데나필/경구약), 벤타비스(일로프로스트/흡입약), 레모듈린(트레프로스티닐/주사약) 등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옵서미트(마시텐탄)는 하루 1번 복용하는 폐동맥 고혈압 신약으로, 경구용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중 최초로 2년 이상의 임상시험을 통해 폐동맥고혈압 환자에서 사망 및 이환의 위험 감소와 입원율의 감소를 확인했다. 또 가장 최근에는 업트라비(셀렉시팍)가 단독 또는 엔도셀린 길항제 또는 PSE5 길항제와 병용 사용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폐미리 캠페인 통해 치료제 국내 도입 및 심층표현형 등록 연구 추진

“국내 폐동맥고혈압 치료 목표는 최소한 ‘일본 폐동맥고혈압 환자만큼 오래살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정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이에 올해부터 ‘폐미리 캠페인’ 등을 진행해 국가 지원 및 치료율 제고에 적극 나설 예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폐고혈압 치료제가 11가지가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 에포프로스테놀, 타달라필, 리오시구앗 등 3가지 약제가 들어오지 못하거나 들어왔어도 폐동맥고혈압 환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약제 도입을 위해 폐동맥고혈압연구회는 오는 7월 ‘폐동맥고혈압을 미리 발견해서 가족(family)의 행복을 찾자’는 의미 ‘폐미리 캠페인’을 진행한다.

“동아시아폐고혈압학회가 속한 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만 이 3가지 약제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이에 7월 12일 국회 토론회 개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폐고혈압 약제 도입의 필요성과 다른 나라보다 미진한 정책관심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또한 연구회는 폐고혈압의 정밀치료를 위한 심층 표현형 연구를 위한 환자 등록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장기적인 목표로는 전국에 거점 폐고혈압 전문센터를 만들어 환자들이 사는 지역에서 치료를 받고, 환자 등록과 연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또한, EASOPH에서도 아시아 인종을 위한 치료 표적물질 발굴을 위한 심층 표현형 등록연구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소외 받아온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폐고혈압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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