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암 치료가 새로운 치료제들의 등장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 넥사바 이후 10여년 간 새로운 약물이 전무하던 간세포암 시장에 뉴페이스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

그간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성암 치료에는 바이엘의 표적치료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가 주로 사용되어 왔다.  대규모 3상 임상연구인 SHARP 연구 결과, 넥사바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생존율을 44% 연장시킨 10.7개월의 전체 생존기간(OS)의 중앙값을 보이며 1차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등 간세포암의 핵심 치료제로 자리 잡아 왔다. 다만, 넥사바의 대체제가 없다는 점은 간세포암 치료의 한계점으로 꼽혀 왔다.

이후 sunitinib, brivanib, linifanib 등 다양한 약물들이 간암 적응증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모두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시며 새로운 치료제의 기근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 2017년 7월 넥사바 치료 경험이 있는 간세포암 환자의 2차 치료제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가 허가를 획득, 2018년 5월부터 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스티바가는 3상 임상시험 RESORCE 연구에서 위약군 대비 통계적, 임상적으로 유의한 전체생존기간(OS) 개선을 보여(HR 0.63, 95 % CI 0.50-0.79, p <0.0001), 연구기간 동안 사망위험을 37% 감소시켰다. 전체생존기간 중간 값은 스티바가 투여군에서 10.6개월, 대조군에서 7.8 개월로 나타났다. 또한 2차 평가 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에서도 스티바가 투여군은 3.1 개월, 대조군은 1.5개월로 나타났고(HR 0.46; 95 % CI 0.37-0.56; p <0.0001), 전체 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RR)도 레고라페닙군과 대조군에서 각각11%와 4%로 나타났다. 특히 스티바가는 한국인 대상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2년 전체 생존율(OS)을 보인 환자의 비율이 51.5%, 질병진행소요기간(TTP) 중앙값은 10.2개월로 나타나, RESORCE 연구와 유사한 효과를 입증하며 간세포암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한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A 교수는 "넥사바와 스티바가는 임상 3상과 함께 한국인 대상 리얼월드 데이터를 발표하며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며 "넥사바-스티바가 연속 요법은 높은 근거 수준을 입증한 치료법으로, 국내 간암 치료에 있어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에자이의 키나아제 억제제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메실산염)가 2018년 8월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획득하며 넥사바와 시장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3상 임상인 REFLECT 연구 결과, 렌비마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간값은 13.6개월, 넥사바 치료 환자 그룹은 12.3개월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두 약물간의 비열등성이 입증됐다. 2차 평가 지표에서는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이 렌비마 7.3개월, 넥사바 3.6개월(HR: 0.64; 95% CI: 0.55-0.75; p<0.001), 객관적 반응률은 렌비마 41%, 넥사바 12%(p<0.001)로 나타나 넥사바 대비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개선효과를 보였다. 다만, 아직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과, 렌비마 치료 이후 2차 치료법의 부재는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히고 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B 교수는 "렌비마의 가장 큰 강점은 종양의 크기를 줄여주는 반응률이 넥사바보다 3배 가량 높다는 점"이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더라도 넥사바 보다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2차 치료 옵션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미 넥사바-스티바가가 나온 상황에서 2차 약제가 없다는 점은 렌비마에겐 큰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A 교수도 "넥사바-스티바가와 달리, 2차 약제가 없고 급여도 적용되지 않는 렌비마가 널리 쓰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더욱이 아직까지 국내 경험이 많지 않아 약제에 대해 분석할 수 있을 만큼의 데이터가 축적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비마를 처방해야만 하는 환자군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그는 "종양으로 인한 불편함으로 종양의 크기를 줄여야 하거나, 암의 진행이 많이 된 환자 등 2차 치료를 고려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렌비마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당분간은 이같이 선택적인 옵션으로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무엇보다 수족피부반응에 대해 거부감이 큰 환자들에게는 비보험임에도 불구하고 렌비마를 가장 우선적으로 권하고 있다"며 "피아니스트나 골프선수 등의 손을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환자들이나 손에 민감한 여성들의 경우, 수족피부반응 비율이 높은 넥사바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에 주로 렌비마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입센의 카보메틱스(성분명 카보잔티닙)가 간세포암 3차 치료제로 사전 신청 요법 승인을 받아 넥사바, 스티바가 이후에 또 한번의 치료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카보메틱스는 현재 간세포암 2차 치료제로 허가를 신청한 상태이며, 이르면 오는 9월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카보메틱스는 지난 1월 미국 FDA로부터 넥사바로 치료를 받은 간세포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적응증을 승인 받은 바 있다. 707명의 간세포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3상 연구인 CELESTIAL 연구 결과, 카보잔티닙(60mg) 투여군의 전체 생존율(OS)은 10.2개월로 위약군(8.0개월) 대비 24% 증가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생존기간(PFS)도 5.2개월로 나타나 위약군(1.9개월) 대비 56% 개선 시켰다. 전체 반응률에서는 카보잔티닙 투여군이 4%, 위약군이 0.4% 였다. 질병 조절 상태에 도달한 환자 비율도 카보메틱스 투여군이 64%, 위약군이 33% 였으며, 질병 진행률은 카보잔티닙 투여군이 21%, 위약군이 55%로 나타났다.

A 교수는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것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며 "더욱이 이번 사전 신청 승인으로 인해 환자들은 3차 치료 옵션까지 제공받을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반겼다.

다만 그는 "카보메틱스는 2차로도 쓸 수 있지만 3차로도 쓸 수 있기 때문에 포지셔닝이 조금 애매할 수 있다"며 "효과 측면에서도 신세포암에서 보여줬던 것에 비해, 간암에서 드라마틱한 정도가 떨어지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C 교수도 "카보메틱스는 독성 면에서는 스티바가 보다 조금 나은 느낌이 있지만, 반응률이 적고 생존기간에서도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며 "특히 넥사바나 스티바가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라면 카보메틱스도 큰 효과를 보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2차 혹은 3차로 쓸 수 있다는 점이 득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스티바가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보메틱스를 두고 2차와 3차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 3차를 선택할 것이고, 향후 면역항암제가 중간에 합류하게 된다면 4차 치료제로 쓰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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