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행위별수가에 적용되던 요양병원 치매약제 처방을 일당정액수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어 치매약 처방 패턴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약을 쓰면 쓸수록 요양병원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손해를 줄이기 위해 저가약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복지부에 따르면, 치매약제를 일당정액수가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는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고시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요양병원의 경우 환자분류에 따라 정부는 1일당 정해진 수가를 지급한다. 의료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관계가 없다. 치매치료제를 비롯해 식대나, CT, MRI 등 일부 항목은 일당정액수가에서 제외돼 있었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에서 치매약을 처방하면 일당정액수가와 별개로 정부에 따로 비용 청구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당정액수가에 약가가 포함되면, 약값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 일당정액수가에 이미 약값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추산한 약값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가 반영한 약값은 877∼1,015원 수준이다. 치매약의 2018년도 연간 의약품 주성분별 가중평균가격은 성분 및 제형에 따라 1일 소요비용이 1,292원에서 2,106원임을 감안하면 턱없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에 2,000원대의 도네페질을 복용하는 환자가 있을 경우, 현재는 요양병원에서 따로 약값을 청구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진료의가 약값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처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당정액수가로 전환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정부가 정한 최대 약값은 1,015원 정도이기 때문에 2,000원대 약을 복용하면 요양병원이 1,000원 가량 손해를 보게 된다.

실제 치매환자에게 가장 많은 처방이 이뤄지는 약은 도네페질 성분이다. 이 성분 전체 처방 중 약 8%는 요양병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장 많이 처방이 이뤄지는 약이기도 하지만, 치매치료제 4개 성분 중 약값이 가장 비싼 편이기도 하다.

도네페질10mg의 약값을 보면, 1,369~2,460원에 형성돼 있다. 갈란타민16mg은 1,864~1942원, 리바스티그민18mg 1,298~1,586원, 메만틴10mg 620~845원이다.

약값만 두고 봤을 때, 정부가 책정한 치매약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약은 메만틴 성분이 사실상 유일하다.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성분이나 제품마다 약값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요양병원이 손해를 줄이기 위해 저가약이나 처방을 다른 성분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치매 관련 전문의들의 선호와 무관하게 요양병원의 경제적 동기에 의한 의사들의 수요 공급이 이뤄지면 치매약제 선택의 기준도 매우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치료제 선택의 폭이 좁은 상황에서 단순하게 가장 저렴한 약제로 대체될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처방이 변경될 경우 반사 이익을 보는 업체도 있다. 상대적으로 저가약을 판매하는 업체에서는 처방을 흡수할 수 있다는 이유지만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치매약제가 일당정액수가에 포함될 경우 요양병원의 셈법은 작용할 수 밖에 없어 어떤 식으로든 처방 패턴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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