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경부종양학회를 이끌게 됐다.

세브란스병원 최은창 교수(이비인후과)는 지난 3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6차 아시아 두경부종양학회 학술대회에서 아시아 두경부종양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앞으로 2년간 학회를 맡게 된 최은창 회장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국내 두경부암 치료 및 학술을 아시아 국가들에게 알리고 교류하며, 국내 치료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선다는 다짐이다.

얼굴 여러 조직서 다양한 암 발생 ‘다학제 필수’

“이번 국내에서 개최된 제6차 아시아 두경부종양학회 학술대회에 역대 최다 인원이 참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두경부종양의 최신 치료법인 로봇수술이나, 미용적인 치료가 우수하고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세계적으로 두경부암 치료분야가 앞서 있기 때문이죠.”

최은창 회장이 대회장으로 이끈 이번 제6차 아시아 두경부종양학회 학술대회는 27개국 637명이 등록해 역대 최대 참가자를 기록했다. 전체 연제 수도 20개국에서 290편(국내 92편, 국외 198편)이 제출돼 높은 관심과 참여를 보였다.

2008년부터 시작된 아시아 두경부종양학회는 아시아국가 의료진들이 두경부종양 질환 분야에 대한 치료와 연구에 대해 협력하고자 조직된 학술 모임이다. 2009년 대만에서 제1차 학술대회가 개최된 이래, 2년마다 아시아지역 최고의 두경부종양분야 의료진이 모여 최신지견을 나누고 있다.

최 회장에 따르면 두경부암은 뇌와 눈을 제외한 얼굴 점막, 즉 입 안, 코, 인두, 후두, 침샘, 부비동 등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최근 유명 배우가 앓아서 이슈가 됐던 비인두암도 두경부암 중 하나이며, 갑상선암 역시 두경부암의 속한다. 

최 회장은 “두경부에는 다양한 조직이 있는데, 여러 조직에서 다양한 암종이 생긴다”며 “부위가 많다보니 진단 쉽지 않고, 여러 병을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숙련된 의사가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두경부 면적은 좁은데 비해 많은 기능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숨 쉬고, 말하고, 씹고 먹는 삶의 필수적인 기능부터 사회적 기능, 위엄이나 개인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기능, 섹슈얼한 기능까지 매우 여러 기능이 있는 부분이며, 또한 다른 장기와 다르게 노출이 돼 있는 부분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종양을 완전히 떼는 것은 기본이고, 이와 함께 기능 재활, 재건과 미용적인 면까지 고려까지 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종양 치료 분야”라며 “두경부외과(이비인후과)를 비롯해 내분비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 내과, 성형재건외과, 재활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파트의 전문가 모인 다학제가 필수인 분야”라고 설명했다. 

조직공학 등 국내 치료 기술 우수…100명중 80명 완치 가능

우리나라 두경부암 발생빈도는 전체 암의 약 2.1%로 낮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 회장은 “두경부암은 일반적으로 흡연, 음주와 상당히 관련 있다”며 “우리나라 흡연율은 아직도 높기 때문에 두경부암 발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한 편도암 환자가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면서 “이는 구강성교 성문화와 관련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 성교를 시작한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 인유두종 백신 접종도 중요하다”는 것.

특히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성 청소년들만 인유두종 백신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만, 남녀가 같이 맞아야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두경부암은 치료가 정밀하고 다학제가 필요한 복잡한 분야이기는 하지만 치료율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대부분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로 진행되며, 100명 중 80명은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의 두경부암 치료 분야는 수술기술의 우수함으로 세계적으로도 앞서 있으며, 새로운 치료법들이 나와 더욱 발전하고 있다고. 예를 들어 설암의 경우 재발을 줄이기 위해 종양을 넓게 떼는데, 그러다 보면 기능적 장애가 발생한다. “예전에는 얼굴 부위 근처 살을 떼어 이식해 재건을 했는데, 이제는 얼굴과 떨어진 부위에서도 피부를 떼어내어 조직을 원래와 가장 가깝게 만들어 재건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 피부뿐 아니라 다리 뼈를 이용해 턱뼈를 재건하는 수술도 국내 병원들에 보편화 됐으며, 3D프린터를 이용해 결손 부위를 미리  만들어 이식하는 등 조직공학적 방법들도 최신 치료방법으로 활발히 시도 및 시행되고 있다.

이 같은 치료기술의 발달로 림프절로 전이가 된 경우라도 완치가 가능하고 최근에는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치료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특히 머크의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는 2017년 국가보건서비스(NHS)에서 구강에 발생한 재발성 및 전이성 두경부암 환자에 대한 1차 치료제로 급여가 결정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두경부암에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얼비툭스는 두경부암 치료에 효과적이므로 급여화가 시급하다”며 “대한암학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두경부암에 대한 급여를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경부외과 지원 매우 적어, 수가 현실화 절실

“두경부암은 병원 입장에서는 치료할수록 손해가 나는 병입니다. 한 환자 치료에 매우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만, 턱없이 낮은 수가 때문에 두경부외과 지원이 매우 낮죠. 의료수가의 현실화가 매우 절실합니다.”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서울로 몰리는 현상은 좋지 않다고 우려하는 최 회장. 각 지방에도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므로 고른 치료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러나 매우 낮은 수가 때문에 두경부암을 전공하는 젊은 의사들이 계속 줄여드는 것이 문제다. 

그는 “두경부외과 수가가 흉부외과, 신경외과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며 “그러다보니 이비인후과 전공의들이 귀, 코에 몰리고 암을 다루는 두경부외과 지원은 매우 적다. 두경부외과에 대한 지원책이나 수가 현실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점점 더 줄어들고 서울로 환자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들이나 심지어 의사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두경부암. 열악한 상황에서도 세계적인 치료율을 자랑하며, 나아가 아시아 학회를 이끄는 최 회장의 염원대로 두경부외과에 대한 지원책이 속히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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