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강한결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강한결 변호사

의료사고는 일반적으로 의료진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하였고, 주의의무와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 경우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의료진의 과실이 다소 있더라도 환자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악결과가 발생한 것이라면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악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의료진은 의료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드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아래에서 두 사례를 살펴보겠다.

 

사례 1 : 환자 A가 지속적으로 가슴 아래쪽 통증을 호소하자 주치의가 레빈튜브 삽입을 결정하였는데, 그 후 간호사가 삽입술 시행 등을 요구하기 위하여 당직의와 주치의에게 수차례 연락하였으나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A는 약 5시간 동안 간호사로부터 진통제를 2회 투여받은 것 외에 아무런 처치를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다 끝내 폐렴으로 사망하였다.

 

사례 2 : 환자 B는 두통, 오심 및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OO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1차 내원). B에 대한 혈액검사 결과 활력징후 및 맥박 등이 모두 정상범위에 있어 OO병원 의료진은 구토 치료제를 투여하였고 B는 증세가 호전되어 귀가하였다. 그런데 B는 귀가 7시간 후 1차 내원 때와 동일한 증상을 호소하며 OO병원에 재차 내원하였고(2차 내원), OO병원 의료진은 구토 치료제를 추가 투여하고 심호흡을 시키며 산소를 공급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B는 호흡 곤란과 복통을 호소하다 2차 내원 3시간 후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다른 병원에 전원 되어 치료를 받다 끝내 사망하였다.

 

먼저 사례 1에 대해 법원은 의료진이 레빈튜브를 삽입하고 A를 진찰 하였더라도 사망 원인인 폐렴 치료를 할 수 없었던 사정에 비추어 의료진의 과실에 의하여 A가 사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일반인의 처지에서 보아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로 볼 수 있으므로 환자 A와 유가족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사례 2에 대해서는 B에게 나타난 대사성 산증이 전문의료진에 의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반면 응급실 상황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사해야 하는 데다 일반 의료진 능력으로는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적절한 치료와 검사를 지체한 사실만으로는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불성실한 진료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의료진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례들은 환자들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와 검사를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례 1에서는 환자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었던 반면, 사례 2에서는 비록 적절한 치료는 아니지만 환자의 병세를 완화하려는 치료와 집중 관찰이 시행된 사정이 있었고, 이러한 차이가 배상 책임에 관해 정반대의 결론으로 이어졌다.

 

의료진은 현재의 의학적지식과 기술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맞닥뜨리는 상황에 종종 직면할 것이다. 이때 의료진에게 주어진 치료 방법에 대한 선택지가 많지 않더라도 환자의 마지막 치료 기회를 보장해줄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법원이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생각 된다. ‘성실한 진료’를 염두에 두면 의료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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