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이견이 많은 무증상 성인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 pylori) 제균 치료의 ‘득과 실’을 국제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는 3월 8일부터 9일까지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김재규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이슈가 될 무증상 환자의 H. pylori 치료 논의를 비롯해, 학회 연구결과를 토대로 최적의 환자치료를 위한 가이드라인 및 정책 제안, 대국민 홍보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무증상 환자의 H. pylori 치료 득과 실, 세계적 논의

“H. pylori 제균 치료가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분명 효과적이지만, 무증상 환자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이견이 있습니다. 위암 예방 차원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갖고 있지만 약물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이번 학술대회는 치료의 득과 실에 대해 균형을 잡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번 학술대회 ‘The 27th Annual Meeting of the Korean College  of Helicobacter and Upper Gastrointestinal Research and the 16th Japan-Korea Joint Symposium on Helicobacter Research’에서는 H. pylori 감염률이 높은 아시아권 국가 10여 개국에서 연구자, 임상의사 등 350여 명이 참석해 H. pylori 감염의 실태, 대처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또한 유럽 지역의 연구자들도 초대해 유럽쪽 연구 공유 및 우리나라의 H. pylori 균 감염에 대한 질병 부담이나 요양 급여 등의 정책적 사안에 대한 토론의 장도 마련할 예정이다. 

학회 이틀째인 3월 9일에는 H. pylori 제균 치료 후에 나타나는 전신적 반응과 미생물 군집 변화 등에 대한 폭넓은 주제가 다루어질 예정이다. 위암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는 H. pylori 제균 치료의 역할에 대한 각 나라의 다양한 임상연구의 결과와 이에 따른 정책적 변화를 소개하고, 가장 적절한 위암 예방 방향을 제시할 방침이다.

또 학회 연례행사인 일본 헬리코박터 연구학회와 합동 심포지엄도 개최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제균 치료 전략, 저항성, 유전적 연구에 대한 3개 토픽에 대해 한일 간 연구를 공유하고, 양국의 젊은 의과학자들을 선정해 격려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항생제 내성으로 제균율 낮아져…새치료법 제시

H. pylori 감염이 위암 발생 요인이라는 근거가 축적되면서 제균 치료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작년부터는 위암 내시경 치료 후 재발 예방을 위해 H. pylori 제균 치료가 인정비급여에서 급여로 변경됐다. 또한 무증상 제균 치료에 있어서도 위축성 위염이 있는 경우는 2018년 1월부터 선별급여(본인부담 100%)가 적용되어 선택에 의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득실을 따질 수 있는 고위험군에 대한 정의가 명확치 않기 때문에 학회에서도 이에 대해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우리 국민 50%는 H. pylori 균에 감염돼 있으며, 감염자는 비감염자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약 3배 이상 높다”며 “따라서 문제는 감염자 중에서도 고위험군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적 추세는 적극 치료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결론을 내기엔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세계적으로도 연구를 진행중이며, 국내에서도 국립암센터 주도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10년 추적 연구이기 때문에 향후 5~6년 정도 지나야 명확한 연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편, 제균 치료율을 높이는 것도 학회의 주요 연구 영역이다.

기존에는 H. pylori 제균률이 90%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70%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가장 큰 원인은 항생제 내성 때문.

이러한 제균률을 높이기 위해 학회는 ‘국민건강임상연구 코디네이팅센터(NHCR)로부터 수주를 받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일차제균 치료법 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대회를 통해 발표된 상태이며, 현재 학회지 투고 심사를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1차 요법에서 제균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4제 요법으로 동시요법이나 순차요법을 진행했는데 둘 다 기존 삼제요법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새로운 치료법으로 제균률을 85%까지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1차 치료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는 1차 치료는 삼제 요법이, 2차 치료는 사제 요법이 보험급여가 되고 있다.

즉, 근거가 나온 만큼 기존 1차 치료가 되는 70%는 기존 치료를 유지하되, 치료가 안 되는 30% 환자에 대해서는 새로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있도록 연구결과를 토대로 임상 진료지침 개정과 보험 급여 정책 개선을 제안할 방침이다.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는 학회명에서 알 수 있듯이 구강에서 십이지장까지 상부위장관과 관련된 모든 질환을 다룬다.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위암, 식도암의 치료와 예방, 내시경적 치료, 위·식도 질환들이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과음, 야식, 다이어트 등의 생활습관으로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이 늘어나고 재발도 잦다. 역류성 식도염은 특히 수십 년간 데이터가 쌓인 PPI 약제들의 활약과 함께 최근 국내개발 30호 신약인 케이캡정이 가세해 치료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케이캡은 기존 PPI에 비해 위산분비 억제 기능이 좋기 때문에 장기적 사용시 우려가 되는 점도 있지만, 치료가 잘 안 되는 환자에는 장점이 될 것”이라며, 이제 막 나온 신약이니 앞으로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쌓이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헬리코박터, 세계적 연구 주도 위해 박차”

“한국은 헬리코박터 유병율이 많다보니 세계적으로 연구를 주도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일본 등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학회들을 초청해 적극적으로 우리의 연구를 알리고 국제학회 일원으로 활동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이지만 연구는 뒤지지 않는다는 김 회장. 이에 유럽 등에 우리나라의 연구를 적극 홍보하겠다는 것. 또한 헬리코박터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는 대국민 홍보도 준비하고 있으며, 학회 교육도 강화해서 체계적인 연구자를 육성하는 것도 목표다. 특히 국가주도 연구에 적극 참여해 연구기반 정책개발에도 활발히 참여하겠다는 복안이다.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높은 국내 위암 및 상부위장관 질환 치료와 예방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는 학회의 도약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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