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간호인력을 싹쓸이하는 역할을 하는 간호등급가산제를 비롯해 '300병상 미만 퇴출규제 입법’ 등 중소병원을 옥죄는 정책에 대해 개선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중소병원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토론회가 윤일규 의원 주최,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 TFT,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주관으로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은 축사에서 “경증환자 마저도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1차 의료는 물론 의원급 의료기관과 대형병원의 중간에 위차한 중소병원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이를 위해 관련 정책과 제도가 반드시 합리적이고 공급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토요가산제가 중소병원에만 해당되지 않는 점 등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재학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공보이사, 박형욱 단국대의대 교수, 이윤호 전남 고흥 윤호21 병원장, 신봉식 대한분만병원협회장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재학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공보이사, 박형욱 단국대의대 교수, 이윤호 전남 고흥 윤호21 병원장, 신봉식 대한분만병원협회장

김재학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공보이사는 ‘중소병원의 등장과 성장’에 대해 주제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300병상 미만의 병원은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하며, 이러한 소규모 병원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산비용의 절감 또는 매출의 증가, 또는 두 가지 모두를 맹렬히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병원들은 고비용 생산 구조를 갖게 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사용연한이 지난 CT를 구입하거나 방사선과전문의, 마취과의사를 파트타임으로 고용하는 등 서비스 질 저하를 가져와 결국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는 것.

이 같이 중소병원이 규모의 경제 예측에 빗나간 이유에 대해 “국가가 주도하는 규모의 경제는 자연적 독점 상태를 가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의료는 자본 투자는 민간에게 맡겨져 있지만, 관리와 수가는 정부의 통제를 받는 이중적 체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의료에 공공성을 가미하더라도 현재 양질의 의료시스템의 기반이 민간주도로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민간 중소병원에 자율성을 부여하여 정책의 파트너로서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욱 단국대의대 교수는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성이 중소병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중소병원의 퇴출 규제입법의 부당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김 윤 교수가 의료이용지도 연구에서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을 퇴출하는 규제입법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러한 규제입법이 부작용 없는 바람직한 정책효과를 만든다는 근거가 없다”며 “예를 들어 다른 나라의 의료정책 사례에서 법으로 획일적으로 병상기준을 변경하여 급성기 병원의 허용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바람직한 정책효과를 만든 사례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의료이용 연구는 규제정책이 아니라 조장정책에 활용하는 것이 분별 있는 정책적 사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방의료원 39개 중 종협병원은 32개이며, 그 중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의 병상수 평균은 215병상이다. 그런데 300병상으로 증설하지 않으면 종합병원에서 퇴출시키고 급성기 환자 진료를 못하게 할 것인지, 300병상으로 증설하면 갑자기 환자 진료의 질이 좋아지고 사망률이 낮아질 것인가 반문했다.

이에 “이런 보고서 하나를 논거로 수많은 종합병원을 퇴출시키는 규제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권력의 횡포”라며 “건강보험 의료이용 지도 보고서는 연구로서 가치가 있으며, 후속연구는 병상수에 따라 사망률 지표 등이 달라지는 원인을 규명하고 일정 병상수 이상에서 의료의 질 지표가 떨어지는 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보고서가 수가정책, 규제정책의 피해자인 중소병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분별한 정책이 추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윤호 전남 고흥 윤호21병원장은 간호등급제 및 시설규제 주제발표에서 간호등급제의 폐해에 대해 지적했다. 간호등급제 가산금을 노리고 지방, 도시 변두리 중소병원 간호 인력이 대도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개선방안으로 ▲간호 인력의 중앙 집중과 중소병원 간호사 감산을 부추기는 정책이 아닌 지역별·종별 지원제도가 되도록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 ▲‘병상수’를 지방 중소병원에 한해 ‘환자 수’로 개선하고 간호등급가산제도의 가산금을 축소할 것 ▲대도시 대형병원이 간호사 고용을 위해 편법으로 시행 중인 간호사 대기제도를 즉각 폐기할 것 등을 제시했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원협회장은 ‘정책규제와 경영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차별적 정책의 부당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에 따르면 국공립대학병원은 적자가 나도 정부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고, 그 외 대학병원 역시 대기업이나 정부지원으로 운영 가능한데다 20% 가량의 법인세만 부담하면 되지만, 중소병원은 서울의 경우 세금 부담이 60%에 가깝다는 것.

이에 개선점으로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제도 활용과 신용카드 수수로 1% 대 인하, 여성 일자리 창출에 있어 적극적으로 중소병원에 대한 국가의 관심, 수가 인상은 병원 수익이 증가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 근로자들 임금인상으로 평가해 줄 것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개선방안들이 제시됐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 전문위원은 박형욱 단국대의대 교수의 주제발표에 대해 “김윤 교수의 연구는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퇴출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제대로 경쟁력 갖고 운영될 수 있도록 기능전환을 할 수 있는 정부 지원 정책수단이 같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즉, 규모가 큰 병원들은 급성기 중심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병원들은 전문병원이나 단과 중심의 기능적 역할 전환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라며, 김 윤 교수의 연구도 이러한 여러 참고 연구들 중 하나이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의장은 간호인력 수급이 어려운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금과 무관한 단발성 보조금 지급, 가령 취직하고 일정 기간 이상 고용이 유지되는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나 임금과 연계된 지속적 보조금 지급, 즉 청년일자리 지원금과 같은 정부보조와 병원 보조(병원에 대한 세제 혜택), 본인 부담을 포함해 고용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적금을 쌓아주는 방식 등도 현 정부 정책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간호등급제를 ‘병상수’에서 ‘환자수’로 변경하고 있으며 병협에서도 이를 찬성하고 있다”며 “건보에서도 취약지 소재 병원 간호사 인권비 지원하고 있는데 종합병원 대상은 아니라서 종합병원까지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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