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클리닉 최형기 원장 ('헌집줄께 새집다오' 저자, 연세의대 비뇨기과 교수 역임)
성공클리닉 최형기 원장 ('헌집줄께 새집다오' 저자, 연세의대 비뇨기과 교수 역임)

첫 만남에서 오는 시그널은 우선 외모를 보고 상대방이 잘생겼나? 호감이 가느냐를 판단한다. 시각적인 판단인 것이다. 이때 ‘시그널 페로몬’이 반짝 작용해서 서로를 탐색하게 된다. 서로의 일차 시그널이 합격해 호감을 갖게 되면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시그널이 안 켜지면 서로 흥분되지 않기 때문에 첫 만남은 실패인 것이다.

그다음 조금 더 오래 사귀게 되면 이때는 ‘주된 페로몬’이 작용하게 된다. 오래 사귀면서 서로 스킨십 및 키스 등을 하여 상대방의 체취를 탐색하게 된다. 이때가 가장 중요하며 서로 거부반응 없이 좋으면 성공적인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서로의 체취를 통해 상대방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에 이르는 내분비계의 축을 서로 자극하게 된다. 시상하부에서 성선을 자극하는 성선자극호르몬(GnRH)이 나온다. 이들은 뇌하수체에서 성선을 자극하는 황체호르몬(LH, FSH)을 분비한다.

여성에서는 난소에서 낭포를 성숙시키고 남성에선 남성호르몬과 정자 생성을 좋게 한다. 이렇게 서로 자극을 받으면 점점 상대에 대한 호감과 성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이 상태가 되고, 서로를 원할 때 비로소 짝짓기가 시작된다.

 

K(32) 씨는 성기 발육 상태가 부실하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성욕이 약하고 고환 크기가 10㏄ 미만이었고 발육도 약했다. 호르몬 검사와 정액 검사를 해보니 무정자증이었다. 성선자극 수치가 매우 낮았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이비인후과에 자문해보니 선천적으로 냄새 맡는 기능이 안 되는 후각장애 상태였다.

임상에서 보는 이러한 칼만 증후군 환자들은 냄새를 전혀 못 맡는 것이 특징이며 시상하부-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하지 못한다. 이차적으로 고환기능을 못하는 성선 기능 부전 환자다. 냄새에 의한 페로몬 자극을 전혀 못 받기 때문에 성욕을 느끼는 정도가 아주 약하다.

 

이성 간에는 시각적인 것 외에 냄새에 의한 페로몬 작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페로몬은 1959년 피터 칼슨과 마틴 루셔가 네이처 잡지에 처음 소개했다. 그리스어의 운반하다는 뜻의 ‘pherin’과 흥분시킨다는 뜻의 ‘hormon’에서 나온 말이다. 몸에서 밖으로 분비돼 다른 사람의 생리적·행동적 변화를 유발시키는 화학 전달 물질로서 ‘ecto-hormone’이라고도 한다.

 

4가지의 주된 작용은 이성을 매료시키고, 동성을 거부하고, 엄마와 아이들을 결속시키고, 월경 주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페로몬을 생성하는 주된 부위는 겨드랑이와 회음부위의 아포크린 선이다. 성적으로 성숙하면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생성된 16-안드로스텐스를 분비한다. 남성에서는 이 농도가 훨씬 높다. 초기 아포크린 분비액은 냄새가 없지만 공기 속에서 냄새가 있는 안드로스테논으로 바뀐다.

여성의 질에서도 큐프린이라 불리는 알리파틱 산이 분비된다. 이 때문에 생리 주기에 따라 냄새가 변한다. 이러한 물질을 분리하고 인공합성해 실험연구 목적으로 쓰기도 한다.

합성된 페로몬에 대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1998년 커틀러 등은 38명의 남성 지원자에서 페로몬 사용군과 위약군을 비교했다. 위약군에선 19%에서 성행동이 증가했으나 페로몬 사용군에선 58%로 현저하게 증가했다. 2002년 매코이와 핀토이가 36명의 여성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위약군에서 23%, 페로몬 사용군에선 74%에서 성행동이 증가됐다고 보고했다. 다른 포유동물과 같이 사람에게도 페로몬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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