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실제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가면서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9년 1월 임기를 시작한 한국수면학회 홍승철 회장은 92년 학회 창립부터 함께한 창립멤버로서 국내 수면의학의 역사와 함께 해온 국내 대표적 수면전문가이다. 그는 최근 수면다원검사의 급여화를 계기로 수면장애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화 및 국민 및 의사들에게 수면장애를 제대로 알리는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이다.

 

운전기사 수면장애 고위험군 교육·치료 제도화 절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보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 대형 교통사고의 대부분이 졸음사고인데도 우리나라는 사회적 예방제도가 전혀 없죠. 운전기사의 경우 간단한 평가를 통해 수면장애 고위험군을 평가하고 치료받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미국수면전문의, 세계수면무호흡학회 사무총장, 대한수면학회장, 세계수면학회 조직위 사무총장, 아시아 기면병·과수면 학회 초대회장,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정신과 자문 및 방문 교수.... 홍승철 회장(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이력은 국내 불모지였던 수면의학의 발전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수면과 건강의 연관성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의학 분야 중 하나이지만, 아직 제도적으로는 한참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일례로 산업체에서 낮졸림증 때문에 일어나는 산재사고, 교통사고가 적지 않은데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그에 따르면 미국은 모든 대형 교통사고에 수면 보고서가 들어가게 돼 있다.

홍 회장은 “최소한  자신이 왜 낮에 졸린지 이유를 알아야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데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코골이수술, 양압기 치료가 낮졸림증 경감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고, 심지어 일선 의사들도 잘 모른다. 수면장애에 관한 사회적 대처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토로한다.

즉,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으로 낮졸림이 심한 버스운전기사들을 설문을 통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한국수면학회는 10년 프로젝트로 학술대회 때마다 교통안전공단의 전문가를 초청해 이에 대한 내용을 알리는 강의를 진행하며 법제화를 위해 뛰어왔다.

또한 지난 15년간 30여 회의 전국 수면 투어 심포지움을 통해 전국 5천 여명의 임상 의사들을 대상으로 수면장애에 대해 교육도 진행해 왔다. 

“최근 수면다원검사가 급여화 되면서 의사들이 관심이 조금 늘고는 있지만 수면장애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젊은 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계속 교육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수면학회는 20년 역사의 국내 첫 수면관련 학회로 주로 정신과 전문의 위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한수면학회는 전문과에 편중 없이 전체 수면장애를 다루는 학회로 1천 여 명의 회원들이 참여하는 국내 가장 큰 규모의 수면학회로, 두 학회는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수면장애, 내과적 질환 악화 및 인지기능도 저하시켜

홍 회장에 따르면 전국민 5천만 명을 대상으로 수면장애 역학연구를 진행한 결과 일주일 3회 이상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가 12%이고, 그 중 10년 이상 지속된 만성불면증인 경우가 50%나 됐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이 고혈압을 일으키고, 당뇨와 대사증후군 위험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한 시간에 20번 이상 수면무호흡이 있는 경우 자살, 사고 등을 합쳐서 생존율이 60%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므로 수면장애는 사회적으로 큰 잠재적 위험”이라고 전했다.

홍 회장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불면증이 지속되면서 대상포진이 온다든가, 만성적으로 입안이 허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다가 양압기 등의 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고. 수면장애가 면역력을 저하시켜 내과적 질환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이다.

“사람은 렘수면일때 낮에 배운 학습도 저장하고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즉, 밤에 잠을 잘 자는 것은 신체 면역회복을 비롯해 치매 등 정신건강 유지에도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수면제 시장 격변기 맞아…부작용 줄인 약들 대거 등장

“수면제 시장도 계속 발전하면서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벤조디아제핀, 졸피뎀 계통의 약이 대세였지만 부작용을 줄인 멜리토닌 제제, 독세핀을 비롯해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도 활발히 임상을 진행 중이라 치료선택지도 대폭 넓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바(GABA) 기능을 항진시켜 수면을 유도하는 수면제 중에 수면에 특별히 작용하는 수용체에 선택적인 졸피뎀 계열 약물의 효능은 이미 입증이 되어 많은 처방이 되고 있다. 특히 자주 깨어나는 불면증에서 수면을 유지하는데 효과가 뛰어난 졸피뎀 CR 수면제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증가되고 있다. 그러나 의존, 남용 문제로 견제받기 시작하면서 그 대안으로 최근 국내 출시된 약제가 멜라토닌 제제 서카딘이다. 멜라토닌 제제는 남용과 의존이 적으며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합성한 것이라 더욱 안전한 수면제로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홍 회장은 “특히 55세 이상에서는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불면증이 많으므로 서카딘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한 항우울제 중 잠을 유도하는 여러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일레노이다. 이는 “감기약의 일종인 항히스타민 작용이라 벤조디아제핀과는 다른 기전”이라며 “그러나 효과가 강하지는 않아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전했다. 

현재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약물은 남용과 부작용을 줄인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로 유럽에서 매우 호응이 좋다고. 우리나라에서도 2개 약제가 임상 및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홍 회장은 “전 임상과가 모이는 대한수면학회 최근 학술대회에 예전보다 2배가 많은 600명 정도 참석해서 많은 관심을 실감했다”며 “앞으로는 미국에서 진행하는 ‘Wake up America’ 같은 수면의 중요성과 수면건강에 대한 국민홍보 활동을 유튜브 등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ake up America’는 잠을 잘 자야 낮에 활동을 잘 한다는 내용으로 매년 약 일주일간 다양하게 진행하는 대국민 수면건강 홍보 캠페인이다.

불면증은 인지행동치료도 중요하다. 이에 의사들 대상으로 약물 이외 인지행동 치료 교육도 지속할 방침이라는 홍 회장. 이러한 노력들이 불면증을 이기고 ‘잠 잘 자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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