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를 이용해 다이어트 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부트라민 퇴출 이후 잠잠했던 국내 비만 치료 시장은 최근 새로운 기전의 식욕 억제제들이 등장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효과와 안전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삭센다는 출시 직후 품절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비만치료제를 이용한 다이어트 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비만치료제는 약물 투약만으로 쉽고 빠르게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비만 환자들 뿐만 아니라 정상 체중의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의료진들은 "비만치료제 오남용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A 교수는 "국내에 출시된 대부분의 비만치료제들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정신과적인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며 "국내외 유수의 가이드라인에서도 벨빅과 같이 장기 처방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을 제외하고는 처방 기한을 12주 이내로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뿐더러 약물 의존도가 점차 높아져 약물 중독 증상까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본지의 취재 결과 향정신성 비만치료제를 5년간 복용한 한 20대 여성은 투약시 계속되는 불면증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향정신성 비만치료제를 2년 이상 복용한 또 다른 여성은 정신과 치료를 위해 입원을 하기도 했다고. 이렇듯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들은 비만치료제 투약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B 교수는 "약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주의 사항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처방전에 상세하게 설명해 줘야 한다"며 "환자 역시 비만치료제 복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 유치를 위해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거나, 오히려 장기 처방을 권장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여성은 "다이어트 카페나 블로그에서는 일명 '눈사람약'이나 '나비약'이라고 불리우는 비만치료제들을 장기 처방해주는 클리닉이나 개인병원을 찾아 공유하기도 한다"며 "지방에 있는 한 병원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 새벽 6시 이전부터 줄을 서서 약을 처방받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 교수는 "현재 비만치료제들은 모두 비급여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식약처나 심평원에서도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결국 의료진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C 교수는 "일각에서는 비만치료제와 함께 이뇨제, 갑상선호르몬제, 항히스타민제 등 5~10가지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며 "이는 각 약물들의 부작용을 이용해 더욱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기 위한 행위로, 이에 비하면 단순한 장기 처방은 애교에 불과한 수준일 정도"라고 꼬집었다.

국내 한 대학병원 신경과 D 교수는 "비만치료제로 인한 부작용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례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며 "이러한 문제는 비단 의료진만의 문제가 아닌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로, 의료진과 환자를 비롯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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