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편두통 치료의 신약이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향후 5년 안에 편두통 시장의 마켓이 2~3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두통학회는 지난 16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새로운 편두통 예방약제인 CGRP항체를 비롯해 앞으로 줄줄이 등장할 새 치료제들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2~3년 내 새 편두통 치료제 6개 출시 예정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은 “보톡스 이후 침체됐던 편두통 치료제 시장에 CGRP 항체가 등장하면서 내년 하반기 쯤 국내에도 그 첫 번째 약이 출시될 예정”이라며 “예방약뿐만 아니라 급성기 약제까지 줄줄이 국내 임상을 앞두고 있어서 향후 5년 안에 마켓이 2~3배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

편두통 치료제는 90년대 이전에는 진통제 정도 외에는 치료제가 없다가 90년대 편두통을 타겟으로 한 트립탄 제제가 처음 등장했다. 이어 2000년에는 뇌전증 약인 토파맥스(토피라메이트)가 편두통 예방약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두 번째 전기를 맞았다. 그 이후 10여 년간 정체기에 있다가 2010년 보톡스가 만성 편두통 예방약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한 획을 그은데 이어, 10여년 만에 이번 CGRP 항체라는 신약의 등장으로 또 다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것.

김 회장은 “CGRP 항체는 편두통 예방을 위하여 개발된 첫 약물로 기존 예방약제의 한계였던 부작용이 거의 없어서 편두통 치료의 새로운 파라다임을 마련하였다”며 “이 밖에도 내년 새로 임상을 시작하는 치료제까지 2~3년 안에 6개 이상이 출시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CGRP 항체 중에서는 FDA허가 임상을 국내에서 동시에 진행한 릴리의 ‘Emgality(galcanezumab)’가 내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고, 이어 암젠·노바티스의 ‘Aimovig(erenumab)’ 테바의 ‘Ajovy(fremanezumab)’도 현재 임상이 진행 중에 있다.

내년에는 토피라메이트 서방형, CGRP 길항제와 기존 트립탄의 심혈관계 부작용을 없앤 급성기 치료제인 디탄(ditan) 계열의 라스미디탄 3가지도 임상을 시작한다.

토피라메이트 서방정의 경우 미국에서는 뇌전증과 편두통에 함께 허가돼 있어서 80%가 편두통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뇌전증에만 허가가 되어 있어 하루에 한 번 먹는 서방형에 대한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두통 치료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토피라메이트 서방형 국내임상에 전국 15개 센터가 참여할 예정이며, 2020년에는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편두통의 비약물적인 치료법인 신경조절 의료기기들도 대거 등장했다.

신경조절을 통해 두통을 예방하는 TMS, 미주신경자극기 및 삼차신경의 자극 등 신경조절을 통해 편두통을 치료하는 의료기기 등도 국내 출시되었거나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생체리듬과 편두통의 전구증상을 분석하여 편두통의 발생의 예측하는 의료기기도 임상을 곧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신약 나오면 기존 약제와 시너지 낼 것…환자·의사 교육도 중요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이번 두통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새 치료법에 대한 강의가 반을 차지했다. 또한 보톡스와 신경차단술의 최신지견과 핸즈온 코스를 별도로 마련해 만성두통환자를 위한 차별화된 치료법도 소개했다.

그리고 학술대회 나머지 반은 치료법만큼이나 중요한 ‘진단’이 차지했다.

특히 신경과의사도 편두통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교육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

김 회장은 “편두통 환자들은 보통 통증이 오자마자 약을 먹기 때문에 편두통의 진단기준에 맞는 두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진단기준에만 얽매이면 진단이 잘 안 된다”면서 “또한 두통 전에 두통이 시작될 것을 예감하는 전구증상을 잘 이해하는 것도 진단과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약들의 등장으로 기존 치료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새로운 약들이 등장해도 보톡스 같은 기존 약들이 도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회장은 “과거에는 긴장형두통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오는 대부분의 환자는 편두통 때문”이라며 “전에는 편두통으로 진단하여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지만 보톡스가 등장하면서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즉, 기존의 약제들은 부작용으로 인해 1년간 치료를 유지하는 환자가 10%에 불과했지만, 보톡스의 경우 정확히 주사하면 부작용이 거의 없어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이어 “보톡스는 중년 여성의 주름도 같이 해결해주는 장점도 있어서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아 새로운 약들과 함께 치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CGRP 항체의 경우는 가격이 비싸서 2차 약제로 허가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한 번에 70만 원정도로 고가이지만 국내에서는 미국보다는 저렴하겠지만 약물 남용을 막는 차원에서도 2차 약제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했다.

 

학회 창립 20주년, 두통수기 동영상 제작 등 진행

두통학회는 치료제 시장의 변화에 따라 진료지침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올해 국제두통질환 분류 제 3판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번역해 발간한 데 이어, 내년에는 국내 현실에 맞는 편두통 예방약제의 진료지침을 의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발간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에는 학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소아편두통환자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소아두통 인식 및 현황조사 및 환자 두통 수기 공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우수한 두통 수기는 1월 23일 두통의 날 우수 수기에 대한 시상과 함께 동영상으로 제작해 두통학회 환자용 홈페이지나 유튜브 등에도 공유해 질환 인식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두통학회는 ‘군발두통’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산소 치료를 COPD 환자들처럼 처방받아서 집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안하는 등 정책적 활동도 활발히 펼쳐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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