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진행된 2019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전국적으로 단 1명이 핵의학과를 지원하여, 불과 20명이라는 적은 정원에도 불구하고 정원의 5%(경쟁률 0.05:1)라는 참담한 지원율을 기록하였다. 현실에 민감한 젊은 의사들이 전문의 취득 이후 전문성을 살려 의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표출한 것이다.

첨단 의료영상, 효율적 검체검사, 방사성동위원소 진단치료 등으로 미래 정밀의학의 주요 축을 자임하며, 작지만 중요하고 대체불가한 진료를 맡고 있는 핵의학과의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주 의료행위 중 하나이며 암 진료에 필수적인 FDG 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단층촬영)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무리한 급여 삭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는 2014년 FDG PET 급여기준을 개정하여 비급여를 없애고 급여대상을 확대하였으며, 대신 의학적 근거를 명확히 하여 오남용을 방지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심평원은 확대된 급여대상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문학회들의 의견을 배척하고 기존에 효과적으로 이용해 오던 질환에서도 과도한 삭감을 계속하여, 오남용 방지 수준이 아니라 의료행위 자체의 근간을 흔들기에 이르렀다.

FDG PET이 2014년 31만 4천 건에서 2017년 14만 2천 건으로 감소하였음에도 병원들에서 검사 후 2.9~14.3%가 다시 삭감되고 있어, 의료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가치가 없거나 효과가 없는 진료라서가 아니라 심평원의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의 산물이다.

의료수요에 따라 급여화를 하였음에도 무분별한 삭감으로 비용만 통제하고자 하는 것은, 의료혜택을 확대하여 국민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정책방향에서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래 없는 저수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문가적 자부심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첨단의료기술에 대한 건강보험지원이 확대되는 세계적 추세에도 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핵의학은 60여 년의 역사와 우수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3~4위권 이내의 높은 진료/연구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무리한 삭감으로 지난 3년간 핵의학과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병원들이 속출하였고 젊은 의사들은 갈 곳을 잃고 있다. 적지 않은 기존 전공의들이 수련을 중도포기하였고, 전공의 지원자가 해마다 감소하여 결국 2019년도 전공의 지원자가 1명에 불과한 상황에 이르렀다. 한 전문진료분야에서 차세대를 양성하지 못하고 진료기반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소위 “심평의학”이라 부르는 심평원의 자의적 삭감이 지속되는 한, 핵의학이라는 일개 전문과의 미래만이 아니라 합리적 의료의 미래는 밝지 못할 것이다. 이번 전공의 지원 급감 사태가 단순히 인력수급 차원의 문제를 넘어, 향후 심평원의 심사가 보다 합리화되어 국민들이 받는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확대하고, 젊은 전문의들은 배우고 익힌 의료기술을 환자들을 위해 소신껏 발휘할 수 있는 합리적 의료시스템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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