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훈 교수
안정훈 교수

의약품 등재후 평가 시스템이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의약품 급여 등재가 오히려 빨라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건강보험공단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의약품 등재후 평가 및 관리방안’ 공청회를 7일 2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국내 임상교수진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원들을 주축으로 ‘의약품 등재 후 임상적 자료 등을 활용한 평가 및 관리방안’ 용역 연구를 진행, 연구결과를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우선 서울아산병원 안정훈 교수는 ‘고가 의약품 사후관리방안 및 제도 운영원리’에 대해 소개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은 조건부로 급여된 12개의 약제 중 4개 약제에 대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결과값 제출을 요구한다. 또 급여 검토시 추후 사후관리를 고려해 Efficacy자료와 자국의 실제 진료 현장 효과 간의 차이 검토를 당연시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는 5년마다 임상 현장자료 등에 근거해 평가 결과 재조정한다. 결과는 보험급여 범위, 의약품 가격 재산정, 보험비율 등급 재조정시 참고 자료를 사용한다.

안 교수는 “현재는 사후관리 기전이 없어서 처음 등재시 심사기간이 길어지고 심사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며 “사후관리제도가 도입된다면 등재 심사 기간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제도 운영의 원리로는 우선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신약등재 협상 -> 공단산하 자문위원회의 외부 연구진에 대한 평가 용역 -> 연구결과 보고 -> 위원회 자문 -> 재평가 협상’으로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이대호 교수
이대호 교수

이어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는 ‘약제 급여등재 후 평가 선정 및 방법’에 대한 발표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약품 허가부터 급여까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 식약처에서 허가가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빠르게 허가가 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데이터는 빠져있다는 것. 이에 국내 허가 단계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인 138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중 43개(31%) 임상시험만이 ESMO에서 정한 의미 있는 임상적 유용성 기준에 합당했다는 것. 특히 전체 277개 출판된 임상시험에서 살펴보면 15%에 불과했다고.

또한 미국 식약처 승인 38개 약제 중 의미있는 임상적 유용성 보인 약제는 35%에 불과했으며, 더욱 주목할 점은 임상유용성 점수와 약제가격 상관관계는 보이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해외 허가에서 국내 허가를 받고 심평원 급여 등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등재 후에 임상유용성, 비용효과성 및 재정 영향 등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벌써 그러한 평가를 시작했으며, 근거가 부족한 경우 Cancer Drug Fund에서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없어서 급여권에 들어오면 나갈 수도 뺄 수도 없으며, 근거부족으로 급여권에 못 들어와도 재평가 할 방법도 없다”면서 "중간 평가도구가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 역시 "제약사들도 당장은 불리할지 모르겠지만 도구가 잘 쓰인다면 약품이 급여권에 들어오는 것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최근 항암제 영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재평가 시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2016년부터 면역항암제가 허가됐으므로 2년 정도 데이터가 모인 지금이 적정 시점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어느 한 질병의 고가 면역항암제가 다른 환자들에게 갈 혜택 하나를 뺏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고 자료와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임상시험 자료만으로는 평가가 어렵다”면서 “우리 국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지 중간 평가를 해야 공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사후관리 평가제도 도입에 대해 각 직역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소은(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MSD 상무는 “등재후 사후관리 시스템 취지는 회원사 모두 공감할 것”이라며 “환자 접근성 향상, 빠른 등재의 효율성 있어서 약제 가치 평가가 함께 이뤄진다면 사후 시스템을 공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정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팀장은 우선 사후관리에 대해 찬성반대를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평가 결과가 급여 퇴출 등 제한적 영역으로 국한하지 말고 허가사안 변경에 반영하거나 진료지침에 반영, 오프라벨 사용 입증 등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사후 평가 제도가 환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축소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임상적 데이터가 아직 부족한 경우도 있어서 등재가 늦는 경우도 있는데, 사후평가를 통해 보완되면 접근성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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