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극복과 예방 위해선 정부 주도의 재정정책 필요"

대한비만학회 ‘비만 예방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국가 정책도입의 필요성’ 주제로 정책 심포지엄 개최 김태완 기자l승인2018.09.12 15: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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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만학회가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비만을 막기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대한비만학회는 지난 6일, 2018년 국제학술대회(ICOMES 2018)를 맞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제 비만정책 전문가들과 함께 ‘비만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국가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열고,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에 보다 강력한 정책과 규제가 고려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먼저,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보건복지부 등 9개 유관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은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범정부 차원의 비만 예방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사회보건 문제로서 ‘비만’ 규제의 필요성과 시의성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합의가 도출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국민 건강증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비만 문제 해결에 나선 정부의 첫 단추로 평가했다.

▲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

한국, 부처 합동 대책 마련과 목표 설정은 매우 고무적

이와 관련해, 국제 비만정책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비만의 원인을 40~50년 전부터 계속되어온 식품 제조와 유통 시스템의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식품 제조 및 유통 체계의 변화로 신선한 식자재를 공급하던 시장은 소규모 매점이나 편의점, 대형 마트로 대체되고 있으며, 여기서는 대부분 고도로 가공된 음식(ultra-processed food)을 판매한다. 실제 멕시코의 경우 한해 섭취하는 열량의 58%가, 중국은 29%가 가공식품에서 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8개 국가의 비만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베리 팝킨(Barry Popkin) 교수는 “한국의 비만 종합대책은 신체활동 증진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성인들의 근로시간, 대중교통 이용시간, 신체활동 시간 등 소모하는 에너지량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반면, 섭취하는 에너지량은 늘고 있다.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음료뿐만 아니라 식품 전체에서 설탕 함유량이 늘고 있고, 실제 판매되는 전체 식품의 약 75%에 단순당이 함유되어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의 3분의 2 이상이 완제품(간편식)으로, 동물성 식품과 정제탄수화물과 같은 고열량 음식이다. 이러한 음식을 섭취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이 걷고 뛰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체활동만으로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직접 건강에 좋은 식품을 선택하도록 하는 소비 환경 조성

베리 팝킨 교수는 가장 성공적인 비만정책 사례로 칠레를 꼽았다. 칠레는 2014년 가당음료 과세제도를 도입 후, 점차적으로 강화하며 다방면의 중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칠레는 전체 식음료를 대상으로 위해성분 전면 경고 표시 제도(Front of package warning, FOP)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제품 전면에 패키지 면적의 10% 이상 크기의 위해성분 함유에 대한 경고 마크를 부착하도록 하고, 해당 식음료에 대한 다양한 마케팅 규제를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제가 실제 소비자들이, 특히 소아청소년들이 건강 식품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칠레는 1인당 가당음료 섭취량이 세계 1위인 국가였지만, FOP 도입 6개월만에 60%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리 팝킨 교수는, “칠레에서는 이 정책이 실행됨에 따라 블랙 라벨(위해성분 경고 마크)에 대한 대중의 사회적 규범(social norms)이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부모에게 아이들이 먼저 ‘엄마, 검은색 라벨이 붙어있는 것은 먹으면 안돼요’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엄청난 변화이고,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변화”라고 전했다.

전세계 29개국 이상의 자치정부, 비만예방을 위한 재정정책(fiscal policy) 도입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비만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중재 방안으로 이와 같은 정부의 식품 규제를 꼽았다. WHO의 비전염성 질병예방국 전략담당관인 주안나 윌럼슨(Juana Willumsen) 박사는 “WHO는 2014년 비만과 같은 비전염성 질병의 관리과 예방을 위해 총 88개의 중재 방안을 마련했으며, 이중 비만과 관련해서는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공공 캠페인, 식품 기업의 산업용 트랜스지방 사용 금지법 시행, 가당 음료 과세를 통한 설탕 소비 감소를 비용효과적인 중재방안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WHO는 지난 2002년, 비만을 ‘전세계에 만연한 전염병’으로 지목한 이후, 2015년 비만 문제의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 국가 단위의 재정정책(fiscal policy)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2017년 12월 기준으로 29개 국가 및 자치주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재정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베리 팝킨(Barry Popkin) 교수는 “가당음료와 같이 반(反)건강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소비자의 구매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지만, 공급자에게 보다 친(親)건강의 식음료를 생산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가당음료 과세정책이 발표되고 유예기간이 주어지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조정된 과세율에 맞춘 제품을 재설계한다. 공급자들이 성분함량을 조절한 식음료를 생산하게 되면, 이것은 공급되는 식품 전체의 영양 재설계를 견인한다”고 설명했다.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중재 통해 비만의 악순환 차단

또한 국제 비만정책 전문가들은 성인비만을 야기하는 소아∙청소년의 비만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소아청소년기의 비만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성장기에 낮은 자아존중감을 형성시키고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부분 비만인 성인으로 자라나면서 2형 당뇨병이나 조기 심혈관질환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지난 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75년 1,100만이었던 전세계 비만아동 수는 2016년 1억 2천 890만명으로 40년 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즉, 전세계 5명 중 1명의 어린이가 과체중 또는 비만인 셈이다. 따라서 소아청소년들의 비만 예방을 위해 생애 초반부터, 즉 태아기때부터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의 주안나 윌럼슨 박사는, “WHO의 아동비만퇴치위원회(Commission on Ending Childhood Obesity)는 출생 전 적절한 건강관리가 출생 후 유아의 건강한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임산부가 태아의 비만예방을 위해 적절한 신체활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태아의 비만예방을 위해 임산부들이 혈압과 혈당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특히 임신 중 체중증가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또한 출산 직후에도, 분유나 이유식에 첨가되어 있는 당분에 영아가 익숙해 지지 않도록, 그래서 영유아 시기에 건강한 식습관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소 6개월 간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컨트롤타워 중심으로 ‘환경’ 변화 목적으로 실행돼야

비만예방정책의 실효성 강화 방안으로, 해외 비만정책 전문가들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보다 큰 목표 아래, 비만예방을 하나의 전략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기업과 소비자의 행동은 물론, 사회문화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개인과 지역사회, 식품 제조·소매·서비스업자, 시민단체, 학계와 언론까지 공동체 전체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WHO의 주안나 윌럼슨 박사는 “비만 환자가 살고 있는 환경 전반을 생각해야 한다.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영양사에게 좋은 식습관 상담까지 받은 후 문 밖을 나섰지만, 탄산음료 자판기나 패스트 푸드를 파는 곳이 대부분인 환경 하에서는 비만을 유발하는 행동의 교정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환자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만 예방과 퇴치라는 기본적인 목표와 필요성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빠른 속도로 비만해지고 있는 소아∙청소년들이 속한 학교의 주도적인 노력과 변화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선 관련 플랜을 만들고 관리∙감독할 정부의 리더쉽과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의 국립 싱헬스 듀크 병원의 광웨이 탐 박사는 “싱가포르는 굉장히 빠르게 도시화를 겪은 국가로, 이에 따라 비만과 당뇨병이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당뇨병 유병률 감소를 위해 비만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2016년부터 국가 차원의 체중 관리 전략이 시행되고 있으며, 총리가 주도적으로 이 정책을 발표할 정도로 비전염성 질병 예방은 국가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건강검진을 국가에서 지원하는데, 이를 통해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경우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염려해, 관계부처인 건강증진부를 통해 지역사회 내에 마련되어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토론에 참여한 대한비만학회 김대중 정책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많은 해외의 사례를 검토해보면, 세금과 같은 강력한 정책이 없이는 날로 심각해지는 비만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난다. 가당음료 등에서 걷힌 세금을 비만예방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도록 강제하면 된다. 비만 극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 도입이 논의될 수 있는 사회적 흐름이 만들어지도록, 학계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들, 시민단체, 그리고 정책 및 정부 담당자들이 연대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은 “세계보건기구가 비만을 ‘전세계에 만연한 신종 전염병’이라고 정의하고 각국 정부에 비만의 위협을 경고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WHO가 왜 비만 퇴치를 위해 각국 정부에게 강력한 규제정책을 권고하고 나섰는지, 전 세계 30여 국가가 왜 국가 차원의 재정정책을 도입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이 마련되어 비만 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지금, 대한비만학회도 정부를 비롯한 관련 단체 및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하고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책 학회로서의 역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kmedinf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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