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고위험 임산부를 위해 연구하는 학회가 있어 주목되고 있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가 바로 주인공. 최근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에 취임한 전남대병원 김윤하 교수는 임산부와 태아, 특히 고위험 임산부들의 치료 및 건강을 위한 연구활동을 비롯해, 국제 학술교류 강화, 관련 학회들과 함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 연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위험 임산부 및 태아치료 연구…국가 연구사업도 진행

“95년 창립한 모체태아의학회는 임산부와 태아의학 연구, 그 중에서도 고위험 임산부 관리 및 태아치료 분야의 대표적 학회입니다. 앞으로 세부 연구회의 연구 활동 강화와 저출산 등 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연구 및 정책 제안에 더욱 적극 나서고자 합니다.”

모체태아의학은 가임기 여성의 임신 전, 임신 중, 및 산후 관리에 관련한 임상적 술기, 지침, 질환의 병태생리 등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 중에서도  고위험 임산부, 즉 조기분만진통 (<34주), 조기양막파수 (<34주), 자궁내 성장 제한-양수과소증, 거대아, 임신성 고혈압, 다태임신, 태반조기박리, 전치태반, 자궁파열, 산후출혈, 색전증 등 중증 환자들의 역학, 원인, 병태생리, 진단, 치료, 예방과 기형태아 진단 및 치료가 주된 연구 영역이다.

김 회장은 “산모들의 안전한 출산을 위해 임신 전부터 여성의 건강을 관리하고, 임신 후에는 산모나 태아 상태에 따른 관리 및 처치를 한다”며 “분만 후에는 임신 전 상태로 회복되고 다음 임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부연구회들은 국가 연구비를 수주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산하 세부연구회로는 역학위원회, 조산위원회, 고혈압위원회, 임신성당뇨위원회, 산전진단위원회, 산전약물상담위원회, 태아치료위원회, 다태임신위원회, 분만진통위원회 등이 있다. 이들의 대표적 연구내용으로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은 역학위원회의  ‘분만실 및 고위험임신 분만 실태 조사’, 산전진단위원회의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 등을 시행한바 있으며, 현재 역학위원회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임신 출산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학회는 그동안 ‘한국-대만-일본 국제 심포지움’을 8회 진행하는 등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해외 학술교류도 진행하고 있다.

‘쌍태아 수혈증후군·조산예방 치료’ 등 임상 및 연구 이슈

김 회장에 따르면 최근 모체태아의학에서 주목되고 있는 학술 분야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째는 ‘쌍태아간 수혈증후군 (TTTS; Twin to twin transfusion syndrome)’으로, 이는 단일융모막 이양막 쌍태임신의 약 15%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쌍태아 중 공혈아에게서 수혈아에게로의 태반 혈관 문합을 통해 혈액이 흘러 발생하며, 치료하지 않는 경우 태아의 합병증과 산과적인 합병증으로 90%에 달하는 주산기 사망률을 보이는 위험한 질환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쌍태아간 수혈증후군의 치료로 최근에는 태아경하 선택적 레이저 혈관 문합 응고술이 가장 우수한 치료로 알려져 있으며, 레이저치료는 국소마취, 경막외 마취 혹은 척추 마취 하에서 시행한다”고 전했다.

또 한 가지는 조산 예방을 위한 프로게스테론 치료도 최근 관심이 높은 분야다.

이전의 임신에서 조산력(임신 37주 미만에 분만)이 있는 임신부에게는 조산 예방을 위해 프로게스테론의 치료가 권장되고 있는 것. “아직 적절한 제형과 용량, 투약경로에 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근육주사 또는 질 내 투여가 추천되고 있다”며 “또한 임신 중기 초음파에서 자궁경부 길이가 짧은 경우에도 프로게스테론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초음파 등 의료장비의 발달로 섬세한 태아 진단이 가능해져 임산부 및 태아 치료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존 외국산 초음파 뿐 아니라, 최근에는 삼성메디슨 같은 영상 품질이 좋은 국산 초음파도 보급되어 정밀한 입체영상을 통한 태아 외부기관 기형 진단, 심장 구조 이상 및 기능 평가, 제대동맥 및 태아 각 기관으로 가는 정동맥 입체 모형과 혈류파형 평가를 통한 태아건강평가 등 고위험 산모와 태아 진단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역 응급임산부 전달체계 강화해야…저출산 복합적 문제 해결 정책 필요

“저출산 및 분만 관련 저수가 정책으로 출산을 포기하는 산부인과가 늘어나면서 분만취약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영악화와 의료사고 등 위험부담 때문이죠. 이러한 복합적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정책이 필요합니다.”

대한주산의학회 외 출산 관련 7개 학회가 참여하고 있는 ‘저출산대책협의체’에 참여한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저출산 정책관련 연구, 관련 정책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모체태아의학회는 국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만큼 관련 정책관련 연구 제안서를 제출하는 한편, 분만수가 등 원가 분석을 통한 산모 수가 현실화 작업 추진과 함께, 저출산 관련 국회 간담회 등을 진행해왔다.

김 회장은 “분만취약지의 확산은 분만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칫 지역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국가적으로 분만취약지의 지원사업은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므로, 문제점을 개선하여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극도로 취약해진 분만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필수개설 진료과목 지정 ▲의료분쟁 발생 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개입 및 해결 ▲의료분쟁조정법의 재고 ▲분만취약지 지원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의사의 진료역량 보장 ▲분만과 관련한 수가의 정상화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분만취약지에 거주하는 임신부는 의료 접근성이 도시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므로 권역 내 통합치료센터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서 권역 내 응급임산부의 전달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분만취약지의 임신부 등록, 고위험임신부 선별작업, 고위험임신부 교육 및 관리, 분만취약지 의료진의 재교육, 24시간 응급이송시스템 구축, 24시간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 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수가 문제 등으로 의료계 내에서도 꺼려하는 산부인과, 그 중에서도 고위험 임산부를 위한 학술 연구 및 저출산 문제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는 모체태아의학회의 숨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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