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병, 조기진단과 치료가 관건"

파브리 연구회, 국내 첫 파브리병 진료 지침 마련 김태완 기자l승인2018.07.23 00: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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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병은 국내 환자가 20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 질환이다.

X염색체 우성 유전인 파브리병은 어머니가 환자일 경우 자녀는 성별에 관계없이 50% 확률로 유전되며, 아버지가 환자일 경우 딸은 100% 유전변이를 가지게 된다. 이에 환자 가족들도 파브리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먼저 진단된 가족으로 인해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비특이적인 증상 발현으로 인해 환자 본인 뿐만 아니라 의료진들 조차도 파브리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병을 키우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대한신장학회 산하 파브리 연구회 양철우 회장과 권영주 부회장, 스페인 마드리드 히메레스디아즈재단 보건연구소 알베르토 오티즈(Alberto Ortiz) 교수를 만나 파브리병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 좌측부터 대한신장학회 산하 파브리 연구회 권영주 부회장, 양철우 회장, 스페인 마드리드 히메레스디아즈재단 보건연구소 알베르토 오티즈(Alberto Ortiz) 교수

낮은 인지도로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10년 이상 소요

파브리병은 혈관 세포 내 GL-3가 침착하면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이에 혈관을 시작으로 중추신경, 신장, 심장 등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을 통해 치료가 가능함에도 낮은 질환 인지도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거나 진단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권영주 부회장은 "유전 질환인 파브리병은 대부분 소아기때 처음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주로 손과 발의 통증이나 복통, 무한증, 그리고 온도 변화에 취약해지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성인기에 이르러 신경 세포 파괴로 인해 더 이상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듯 증상이 다소 비특이적이기 때문에 파브리병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단순히 어린 아이의 꾀병으로 치부될 수 있다"며 "의료진들도 증상에 주목하지 않거나 과거 이력에 주목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질환"이라고 덧붙였다.

▲ 권영주 부회장(고려대병원 신장내과)

실제로 파브리병은 초기 증상 발현 후 진단 받기까지 평균 10~15년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마저도 가족 중에 환자가 발생하거나, 단백뇨 수치가 높아진 이후에야 겨우 발견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권 부회장은 "국내에서는 단백뇨가 500mg이 넘는 경우에 조직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정상 수치인 150mg 보다 다소 높은 수치로, 결국 환자들은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야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며 "단백뇨가 보이기 전 미세알부민뇨가, 그 전에는 족세포가 소변에 나타나는 것을 감안할 때, ERT를 통한 조기 치료를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우선적으로 보다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철우 회장은 "파브리병은 어떤 의사라도 질환에 대한 증상과 가족력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쉽게 진단할 수 없는 병"이라며 "해외의 유병률에 비해 국내 환자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진단되지 않은 환자가 많을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파브리병으로 의심이 된다면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환자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가이드라인 통해 파브리병의 포괄적인 치료 전략 제시

유럽에서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파브리병의 유형별에 따른 치료 시기와 방법, 각 장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에 필요한 보조요법 등 통합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파브리병의 경우 전형적 유형(classical type)과 비교적 늦은 나이에 증상이 나타나는 비 전형적 유형(non-classical type)으로 나뉘게 되는데, 각 유형에 따라 치료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개정된 유럽의 파브리병 가이드라인에서는 전형적인 유형의 남성 환자가 병이 진행될 경우 장기에 비가역적인 손상을 초래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만큼, 증상이 발현되기 전 단계부터 치료를 바로 시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비 전형적인 유형의 환자나 여성 환자의 경우에는 어떤 증상이 발현되는지에 따라 치료의 기준이 달라지고,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가 달라진다는 점도 명시되어 있다. 일례로 과거에는 단백뇨가 보고된 시점이 치료의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단백뇨 이전 증상인 미세알부민뇨가 나타나는 시기부터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파브리병의 주 치료인 ERT 용량의 중요성과 각 장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에 필요한 보조 요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즉, 하나의 치료법이 아닌 주요 장기의 증상에 대한 통합적 치료를 제시하고 있는 것.

알베르토 오티즈 교수는 "유럽의 가이드라인은 진단과 치료, 환자 스크리닝과 모니터링 등 파브리병에 대해 포괄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ERT 치료 시기를 결정하고 치료의 방향을 정한다"고 전했다.

▲ 스페인 마드리드 히메레스디아즈재단 보건연구소 알베르토 오티즈(Alberto Ortiz) 교수

또한 그는 "파브리병은 태아일 때부터 시작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일정 시기를 지나면 주요 장기에 비가역적인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며 "이에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조기 진단과 조기 ERT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브리 연구회, 가이드라인 통해 조기 치료의 중요성 강조

최근 국내에서도 파브리 연구회가 결성된 이후, 파브리병에 대한 인식 제고와 실질적인 치료 지침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양철우 회장은 "파브리병 가이드라인을 보유한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현재 치료 지침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도 파브리병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만큼, 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파브리 연구회는 유럽의 파브리병 가이드라인을 만든 알베르토 오티즈 교수를 통해 최신 가이드라인 개정 경험을 공유하고, 우리나라의 진단 및 치료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도출해낼 계획이다.

▲ 양철우 회장(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양 회장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일 국내 파브리병 가이드라인은 유럽 주요국가의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상황에 맞는 적합한 치료 방침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파브리병의 인지도 제고 효과와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권영주 부회장은 "파브리병 치료의 목적은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투석이나 신장 이식으로 질환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비가역적인 장기 손상이 나타나기 전에 조기에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것이 국내 파브리병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완 기자  kmedinf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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